Company 엔씨소프트
가상인간에 신규 게임까지
첨단 인공지능 기술 뽐냈지만
엔씨 따라다니는 ‘과금’ 꼬리표
부정적 인식 갖는 유저 늘어나
AI로 오명 씻어낼 수 있을까

엔씨소프트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한껏 뽐냈다. ‘게임 개발자 회의 2023(GDC 2023)’에서 김택진 대표를 쏙 빼닮은 가상 인간을 소개하면서다. AI 기술을 접목한 신작 게임도 소개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악명 높은 과금 시스템으로 원성을 사 온 엔씨소프트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AI로 오명을 씻어낼 수 있을까.

엔씨소프트의 차기작 프로젝트 M은 리니지와 다른 노선을 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의 차기작 프로젝트 M은 리니지와 다른 노선을 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엔씨소프트 제공]

“저는 엔씨소프트의 TJ Kim입니다. 프로젝트M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엔씨소프트가 가상인간 ‘TJ Kim’을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 3월 2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회의 2023(GDC 2023)’에서 등장한 TJ Kim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형상을 본떠 만든 ‘디지털 쌍둥이’다.

단순히 겉모습만 베낀 게 아니다. 여기엔 ▲특정인의 목소리 톤·말투·감정 등을 학습해 텍스트를 상황에 맞게 음성으로 생성하는 ‘AI 음성 합성 기술’ ▲대사와 목소리에 맞춰 얼굴 애니메이션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보이스 투 페이스(Voice-to-Face)’ 등 AI를 기반으로 한 기술들을 적용했다. 그 덕분에 영상 속 TJ Kim은 김 대표의 말투와 억양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능숙하게 진행을 이끌어나갔다.

TJ Kim의 입을 빌려 엔씨소프트가 소개한 신작 ‘프로젝트M’에도 AI 기술을 대거 투입했다. 액션 어드벤처 장르인 이 게임은 이용자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스토리가 계속해서 변화하는 특징을 갖추고 있다.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게임 그래픽에도 신경을 썼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CS O)는 “프로젝트M은 엔씨소프트의 혁신적인 AI와 그래픽 기술력을 집약한 신작”이라면서 “현재 AI 기술로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에 있다”며 게임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엔씨소프트가 갑작스럽게 AI 기술을 게임에 투입한 건 아니다. 2011년 엔씨소프트는 소규모의 프로젝트 형태로 AI 연구개발을 시작했고, 이듬해 12월 조직 내에 AI랩을 설립해 체계를 갖춘 뒤 2016년 1월 AI센터로 확대해 규모를 키워나갔다. 10년이 흐른 현재 엔씨소프트가 AI 연구개발에 투입한 인원은 200여명에 달한다.

엔씨소프트는 자체 개발한 AI 기술을 기존 게임에 하나둘씩 적용해 나가고 있다. 일례로, 모바일 게임인 ‘리니지2M’에선 몬스터에 AI를 적용, 몬스터가 전투 상황을 조율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향후엔 목소리로 게임 속 캐릭터를 조종할 수 있는 ‘보이스커맨더’도 게임에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프로젝트M도 마찬가지다. 최신 기술을 대거 투입한 만큼 프로젝트M은 엔씨소프트의 차세대 주력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사진 | 엔씨소프트 제공]
[사진 | 엔씨소프트 제공]

관건은 최신 AI 기술을 도입한 게임이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느냐다. 프로젝트M의 공개 영상을 본 소비자들의 반응은 꽤 차갑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리니지 과금 시스템이 없으면 인정한다” “그래픽은 관계없다. 또 어떤 묘수로 유저들의 돈을 쓸어 담을지가 관건이다”는 등 조롱 섞인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누리꾼의 반응이 보여주듯 엔씨소프트는 악명 높은 과금 시스템으로 이용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1998년작 ‘리니지’를 시작으로 ‘리니지2’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으로 이어지는 리니지 시리즈는 출시할 때마다 “과도한 과금 시스템으로 이용자의 결제 유도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숱하게 받아왔다. 이 게임들이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과금을 해야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리니지의 과금 시스템을 계승한 다른 신작 게임들도 이용자들의 원성을 샀다. 2021년 초 모바일로 출시한 ‘트릭스터M’은 “과금 구조부터 게임 시스템까지 모바일 게임 리니지M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해 8월 론칭한 ‘블레이드앤소울2’도 리니지의 과금 시스템 중 하나인 ‘아이템 뽑기’를 탑재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런 악명은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20 21년 2월 10일 104만8000원으로 최고가를 세웠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8월 26일 블레이드앤소울2 출시 당일 83만7000원을 기록하더니 11월 4일 리니지W를 론칭할 때는 59만5000원까지 떨어지면서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현재 주가는 37만2500원(3월 28일)에 머물러 있다. 엔데믹(풍토병·ende mic) 전환으로 비대면 문화가 수그러들면서 게임 산업이 움츠러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낙폭이 크다.

문제는 리니지의 특징과 시스템을 모방한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의 실적이 갈수록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1분기 리니지W와 리니지2M 매출이 전분기 대비 16.0%, 10.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용자들의 게임 피로감이 쌓이고 경쟁사 게임들이 1분기 출시를 앞두는 등의 변수가 맞물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원한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번 구매하면 추가 과금이 발생하지 않는 콘솔·패키지류 게임이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라면서 “반대 선상에 있는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향한 소비자들의 비난이 높아진 게 매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 엔씨소프트 제공]
[사진 | 엔씨소프트 제공]

올 상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최대 기대작 ‘쓰론앤리버티(TL)’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리니지의 지식재산권(IP)을 쓰지 않은 TL이 일찌감치 탈脫리니지의 노선을 선택한 만큼 과금 시스템도 기존과 다를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출시 전까진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엔씨소프트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AI 기술은 엔씨소프트를 휘감고 있는 악명을 떼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아직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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