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인사이트 쿠팡
쿠팡 로켓그로스 살펴보니…
풀필먼트 사업 본격화 선언
소상공인 제트배송 제도 개편
수수료 줄었지만 각종 비용 상승
상생일까 수익성 강화 전략일까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배송해주는 ‘로켓배송’은 쿠팡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쿠팡은 이 ‘로켓배송’의 길을 중소상공인에게도 열어주겠다고 밝혔다. 많은 미디어가 이를 ‘상생’이라고 칭했지만 한편에선 “기존에 있던 제트배송 서비스를 확대한 것뿐이어서 되레 판매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쿠팡이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풀필먼트 사업을 본격 확대한다.[사진=뉴시스]
쿠팡이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풀필먼트 사업을 본격 확대한다.[사진=뉴시스]

“중소상공인에게도 ‘로켓배송’의 길이 열린다.” 지난 3월 27일 쿠팡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쿠팡의 오픈마켓(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판매자들도 쿠팡의 익일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도록 ‘로켓그로스(Rocket Growth)’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거다. 

다음날인 28일에는 리테일 사업부문을 윤혜영‧이병희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리테일 전문가인 두 대표를 통해 로켓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건데, 그만큼 쿠팡이 로켓그로스에 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로켓그로스는 판매자가 물건을 쿠팡 물류센터에 보내면, 쿠팡이 보관‧포장‧재고관리‧배송‧반품‧고객응대 등 ‘풀필먼트’ 서비스 일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제품이 물류센터에 입고돼 있으니 당연히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쿠팡 측은 “‘로켓배송’이라는 강력한 엔진으로 중소상공인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 판매자 부담 늘까= 문제는 로켓그로스가 처음 도입한 제도냐는 거다. 사실 로켓그로스는 쿠팡이 기존에 운영해온 ‘제트배송’의 수수료 제도를 개편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껏 쿠팡은 판매자를 상대로 동일한 방식의 제트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풀필먼트 비용을 고정 수수료(판매금액의 30%가량) 방식으로 받아왔다.

쿠팡은 이를 로켓그로스 제도 도입과 함께 최대 10%대(상품 카테고리별로 상이)로 떨어뜨렸다. 대신 보관, 포장, 재고관리, 배송, 반품 등의 비용은 별도로 받는다. 

일례로 판매자가 보낸 제품을 물류창고에 입출고할 때 규격에 따라 1750원(이하 제품 1개당), 1800원, 2400원의 비용을 부과한다. 배송요금도 규격에 따라 2350원(이하 제품 1개당), 2500원, 3300원으로 책정했다. 물류창고에 제품을 보관하는 비용도 별도다. 30일 이내 1000원(이하 면적 1㎡당), 31~60일 2000원, 61~90일 3000원, 91일 이상 5000원이다. 여기에 고객이 반품하거나 제품을 폐기하는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판매자들 사이에선 “고정 수수료는 줄었지만 각종 비용 부담이 커져서 사실상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불만이 나온다. 물론 판매자가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비용 부담은 달라질 수 있지만 셈법이 복잡해진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판매자들이 로켓그로스를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배송 속도가 경쟁력’인 상황에서 경쟁 판매자가 로켓그로스를 도입하면 좇아갈 수밖에 없다. “중소상공인과 함께 성장하기 위한 전략”이란 쿠팡의 설명과 달리 가장 큰 이득은 쿠팡에 돌아갈 공산이 크다는 거다. 


■ 쿠팡에 유리할까= 그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무엇보다 쿠팡은 풀필먼트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로켓그로스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 쿠팡은 직매입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쿠팡은 상품을 직매입해 로켓배송을 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원가와 재고 부담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쿠팡이 벤치마킹하는 미국의 ‘아마존’ 역시 같은 방식으로 매출을 늘리고, 수익성을 개선해 왔다. 2006년 시작한 풀필먼트 서비스 ‘FBA(Fulfillment By Amazon)’는 아마존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중요한 사업 축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아마존에 입점한 판매자 중 64%가량이 FBA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켓그로스가 쿠팡의 강력한 성장 엔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뉴시스, 자료|더스쿠프]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판매자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면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면서 “쿠팡이 최근 내실을 강화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판매자와 소비자와 함께 윈윈하는 게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팡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인 26조원을 달성했다. 지속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영업적자는 전년 대비 10분의 1 수준(1조4000억원→1300억원)으로 줄었다. 독점적 사업자가 될수록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쿠팡의 진격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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