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벤처 단비기업❻
오하나 ㈜뮤직인미 대표
창작물 보호 받지 못하고
예술가 꿈 접는 작곡가들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목표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예체능계 전공자들은 취업이 더 제한적이다. 취업한다고 한들 오랜 시간 갈고닦아온 특기를 살리는 게 쉽지 않다. 계약상 불리한 조건에 좌절하고, 창작물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좌절하는 이들도 숱하다. 오하나(31) ㈜뮤직인미 대표가 그런 동료들에게 힘이 돼 주고 싶다며 고단한 창업의 길에 나섰다. 

오하나 뮤직인미 대표는 작곡가들의 꿈을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오하나 뮤직인미 대표는 작곡가들의 꿈을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음악 말고는 해본 게 없는데 취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작곡 전공인데, 일반회사 사무직으로 취직했습니다. 음악은 취미로 해요.” 한 취업사이트 커뮤니티의 글이다. 2020년 기준, 작곡 전공 졸업생(4년제 대학 기준) 취업률은 43.6%다. 졸업자 296명 중 129명이 취업했다. 취업자 중에선 94명이 직장에 취직했고, 나머지는 프리랜서(28명), 1인 사업자(4명)로 활동하거나 개인 창작(3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하게 분류돼 있지 않지만 이를 다시 세부적으로 나눠 ‘클래식 작곡’만 떼 놓고 보면 취업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취업을 한들 오래 유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하나 ㈜뮤직인미 대표도 그랬다. 대학 졸업 후 음악 관련 회사에 취업한 적이 있지만, 1년을 채우지 못했다. 그 후론 많은 작곡 전공자가 그러하듯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작곡 전공자들은 왜 취업 상태를 오래 유지하지 못할까. 오 대표는 여기엔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 소속되면 작곡가나 예술가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냥 직원일 뿐이죠. 창작물도 마찬가지로 보호받기 어렵고요. 게다가 게임사나 방송국은 업무 강도도 매우 세서 밤샘 작업도 빈번합니다. 그럴 바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개인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며 프리랜서로 나서는 거죠.”

그렇게 선택한 프리랜서의 길이지만 그 역시도 가시밭길이다. 작품을 수없이 만들어 차곡차곡 쌓아놔도 그걸 찾는 사람이 없다면, 빛을 보기 어렵다. 자신들의 작품을 어떻게 시장에 유통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 리 없고, 수익도 일정치 않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예술 활동 자체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오 대표가 뮤직인미라는 회사를 설립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작곡가들이 모인 플랫폼이 있다는 걸 알면 음원 수요자들도 관심을 갖고 접근하지 않을까요?” 

오 대표가 설계한 밑그림은 이렇다. 먼저, 작곡가들이 본인의 작품을 만들어서 올리고 홍보하는 음원 라이브러리를 구축한다. 그러면 음원 수요자들이 와서 그 작품들을 듣고 마음에 드는 작곡가와 계약을 한다. 작곡가들은 ‘홍보’와 ‘수주’라는 두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음원 수요자들은 마음에 드는 작곡가를 선택할 수 있다.

한마디로 ‘내 음악을 원하는 소비자와 작곡가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작곡가 매칭 플랫폼을 만드는 게 오 대표의 구상이었는데, 이 모델로 뮤직인미는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에서 운영하는 단비기업에 선정됐다. 

이렇게 계단 하나를 올라갔지만, 장벽은 여전히 높았다. 무엇보다 작곡가들이 처한 현실에 공감하는 플랫폼 개발자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플랫폼을 구축할 자금도 필요했다. 고민의 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오 대표는 주변 작곡가들과 대화를 나누다 정작 그들에게 필요한 건 다른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의외로 아주 단순한 문제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작곡가들이 많았다. ‘외주 작업을 하나 수주하게 됐는데 계약 과정이 좀 매끄럽지 못했다’ ‘취업을 해서 근로계약을 해야 하는데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같은 현실적인 고민이 특히 많았다. 오 대표는 플랫폼을 만들기에 앞서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일단은 교육적인 측면으로 접근해보려 합니다. 작곡가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멘토링을 받아보려고요. 저작권 이슈가 어렵다면 법조계와 연결해주고, 음원 등록과 유통이 궁금하다면 가이드를 해주는 거죠. 대규모 워크숍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곡가들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고민을 해소할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로 정보 교류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오 대표는 작곡가들에게 최소한의 환경이라도 구축돼 있었다면 자신은 조용히 창작 활동을 하면서 지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이라고 말할 자체가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고, 그러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다들 ‘작곡가’라는 꿈을 꾸며 대학에 가고, 사회에도 나왔을 겁니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벽에 부딪히며 점점 열정을 잃고, 결국 꿈을 포기합니다. 저는 그 꿈을 지켜주고 싶어요. 뮤직인미를 통해 작곡가를 포함한 음악인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편집자 주-

☞ 단비기업은 “가장 절실한 순간 가장 필요한 지원을 해주겠다”는 모토로 시작한 부천형 소셜벤처 브랜드입니다. 딱 한장만 내면 되는 ‘One page 사업계획서’ 시스템으로 문턱을 낮췄고, 2017~2022년 총 54개팀을 발굴했습니다. 이번 소셜기록제작소에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는 단비기업 6기 중 8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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