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내다본 KT의 미래
CEO 공백 장기화 불가피
디지코 전환에 차질 생길 수 있어
올해 호실적 어려운 것도 문제
급하게 꾸린 TF로 해결 가능할까

증권가는 KT의 CEO 공백 리스크에 부정적인 견해를 비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증권가는 KT의 CEO 공백 리스크에 부정적인 견해를 비치고 있다.[사진=뉴시스]

KT의 ‘CEO 공백 리스크’가 1분기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KT의 현 상황을 분석하는 리포트를 앞다퉈 발표 중인데, 대부분은 비관적인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공이 많은 배와 마찬가지로 사공이 없는 배 역시 산으로 갈 확률이 높아서다.

KT의 ‘CEO 공백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차기 대표 후보군이던 구현모 전 KT 대표가 연임을 포기한 게 시작점이었다. 이후 공개 경선을 통해 내정됐던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마저 자진 사퇴하면서 ‘CEO 공백’의 그림자가 한층 짙어졌다.

이 때문인지 KT의 미래를 점치는 증권사 리포트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윤 부문장이 사임 의사를 표명한 3월 27일을 기점으로 현재까지 나온 증권사 리포트는 대신증권·NH투자증권·하나증권·흥국증권·IBK투자증권 등 5곳에서 내놓은 것들이다. 그럼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KT의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대신증권은 유일하게 낙관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KT의 안정적인 인프라·시스템 덕분에 CEO 공백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거란 이유에서다. 김희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리포트에서 “최근 5G뿐만 아니라 미디어·콘텐츠·B2B 등에서 실적이 꾸준히 개선된 건 KT의 안정적인 시스템이 작용한 덕분”이라면서 “현재 준비 중인 새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늘어나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머지 증권사는 일제히 “주가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순탄치 않은 수장 교체 과정이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 거다. 증권사 5곳 중 가장 낮은 목표가(3만8000원)를 제시한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리포트에서 “주주총회를 1주일 앞두고 CEO 후보자가 사퇴한 탓에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간 CEO가 공석으로 남을 수 있다”며 “그러면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료 | 각 사]
[자료 | 각 사]

KT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내다본 증권사들은 구 전 대표가 밀어붙인 KT의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환’ 기조를 새 CEO가 이어받을 수 있을지에도 의문을 던지고 있다. KT의 디지코 전환은 통신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등 디지털 사업에 힘을 쏟겠다는 플랜으로, 지난해 KT가 상장 이후 처음으로 ‘매출 25조원’을 달성하는 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흥국증권은 리포트에서 “KT 내부 후보들이 잇따라 낙마한 탓에 외부 인사의 등용이 유력해진 상황”이라면서 “그러면 순탄하게 진행 중이던 디지코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어려워진다”고 분석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KT 내부 후보의 연임 실패로 KT는 CEO의 임기가 만료될 때마다 디지코 전략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EO 공백 리스크보단 당장 올해 실적이 걱정된다는 의견도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동통신 가입자 수, 매출 성장폭이 둔화하고 있다”면서 “1분기 호실적을 거둔다 해도 지난해 실적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역성장한 것처럼 보이는 ‘역기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새 대표의 선임 작업이 빠르든 늦든 올해 KT는 ‘상대적인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자료 | 금융감독원, 사진 | 뉴시스]
[자료 | 금융감독원, 사진 | 뉴시스]

이를 잘 알고 있는 KT도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T는 지난 12일 주요 주주들로부터 ‘뉴 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할 인사 추천을 받았다. 지분율 1%가 넘는 주주 총 17곳에 주주당 최대 2명을 요청했고, 그중 7곳이 응답해 총 9명을 추천 받았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이사회를 제대로 열지 못했던 KT는 조만간 TF 명단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KT는 어닝시즌을 앞두고 우려를 뒤엎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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