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인사이트
이경준 아카마이 대표 인터뷰
클라우드 사업 론칭한 아카마이
CDN 노하우에 보안 접목한 게 강점
선택 아닌 필수 된 클라우드 서비스
높은 보안성이 경쟁력 좌우해

무선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클라우드 보안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선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클라우드 보안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클라우드 시스템을 채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어디서든 접속이 가능해 자체 서버를 두는 것보다 편의성이 높다는 장점 때문이다. 다만, 외부 공격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어 내부 기밀 유출을 극도로 꺼리는 기업들은 여전히 클라우드 사용을 망설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아카마이는 미래가 기대되는 클라우드 후발주자다. 이경준(58) 아카마이코리아 CEO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CDN이란 용어가 다소 생소합니다.
“CDN(Content Delivery Network)은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여러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해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쉽게 말해, 유저들에게 빠르면서도 믿을 수 있는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보면 됩니다.”

✚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듯하네요.
“ATM기기를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우리가 돈을 찾을 때 은행 창구에 들르지 않고 ATM기기를 이용하면 시간을 크게 아낄 수 있잖아요. CDN이 ATM기기 같은 역할을 하는 겁니다.”

✚ CDN은 데이터를 여러 서버에 저장하는 일종의 저장소이니까, 기업들이 곳곳에서 편하게 꺼내쓸 수 있다는 뜻이군요?
“네, 맞습니다. 우리는 137개국에 4000여개의 CDN 데이터 센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용자가 콘텐츠를 요청하면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CDN 서버에서 데이터를 보내줍니다. 그러면 매번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아도 되니 효과적으로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는 거죠.”

✚ 그런데 일반 소비자도 CDN을 사용하나요?
“물론이죠. OTT에서 드라마를 시청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인기 있는 드라마라면 시청자가 몰릴 테니, 그만큼 스트리밍 속도가 느려지고 버벅거리는 버퍼링 현상이 생기겠죠. 이런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OTT 업체는 아카마이 같은 CDN 사업자들과 계약을 맺습니다. 그러면 아까 말씀드렸듯 전세계 CDN 데이터 센터에 OTT 영화·드라마 등 콘텐츠가 저장됩니다. 그 결과, 한국 소비자는 한국에 있는 CDN 데이터에서 드라마를 전송받을 수 있습니다.”

✚ CDN은 생각보다 소비자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네요.
“그렇습니다. 온라인 세상에서 CDN은 적혈구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산소(데이터)가 몸(온라인) 곳곳에 빠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죠. 눈에 보이지 않지만, 현대 산업에서 없어선 안 될 서비스입니다.”

1998년 창업한 아카마이는 CDN 산업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아카마이 창업자 중 1명인 톰 레이튼 박사가 CDN의 알고리즘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에 CDN이란 이름을 붙인 것도 아카마이다.

경쟁사보다 한발 먼저 CDN 사업을 시작한 덕분에 아카마이는 현재 전세계 CDN 시장의 56.0%(시장조사업체 IDC·2020년 기준)를 점유하면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지난 2월 14일엔 ‘커넥티드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해 클라우드 시장에도 발을 들여놨다. 클라우드는 이용자가 회사의 서버가 아닌 인터넷을 통해서 데이터를 전송받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이경준 아카마이 대표는 클라우드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요소로 보안성을 꼽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경준 아카마이 대표는 클라우드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요소로 보안성을 꼽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자료 | 업계 종합, 참고 | 3월 23일 기준, 1Tbps=1000Gbps]
[자료 | 업계 종합, 참고 | 3월 23일 기준, 1Tbps=1000Gbps]

✚ 커넥티드 클라우드가 기존 클라우드와 다른 점이 있나요?
“다른 클라우드 사업자와는 접근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아카마이가 가진 기존의 CDN 서비스를 적극 활용한다는 게 차이점이죠. 말씀드렸듯 아카마이 서버는 전세계에 골고루 흩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경쟁사보다 접속 속도가 빠르죠. 또 CDN이 원본이 아닌 복제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원본 데이터가 공격당할 우려도 적습니다. 그만큼 보안성이 우수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장점들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면서 향후 10년을 바라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CDN 서버를 활용하는 건 아카마이만의 장점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다른 클라우드 업체들도 CDN 서비스의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다만, CDN의 시초가 아카마이인 만큼 차별화된 노하우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최근 들어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보안성이 가장 뛰어난 방법은 회사가 자체 서버를 구축하는 겁니다. 외부 접속을 차단하면 데이터가 빠져나갈 우려가 사라지니까요. 하지만 이런 경우엔 업무 효율성에 문제가 생깁니다. 가령, 재택근무 중 급하게 자료를 수정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서버에 접속하기 위해 회사에 들러야 한다면 어떨까요?”

✚ 그래서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거군요.
“맞습니다. 클라우드의 보안성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클라우드는 서버가 아닌 온라인을 통해 접속하는 방식을 씁니다. 그러면 외부와의 접점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보안도 그만큼 취약해지죠. 이런 점에서 아카마이는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 어떤 강점인가요.
“많은 회사가 자체 보안툴을 갖고 있습니다. 디도스(DDOS) 공격이나 해킹 등 외부의 공격이 들어오면 그 보안툴로 감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죠. 하지만 공격을 당한 뒤에 이를 인지하기 때문에 대처가 늦습니다. 반면 아카마이의 클라우드는 CDN 서버를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 플랫폼을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그래서 외부의 공격이 들어온다는 것을 사전에 알 수 있죠.”

✚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요.
“쉽게 말씀드려 볼게요. 아카마이는 네트워크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트래픽(통신의 양)을 분석합니다. 그 과정에서 트래픽이 과하게 많거나 접속 의도가 불순하다는 결론을 내리면, 접속 자체를 차단할 수 있습니다. 일이 터지기 전에 막는 방식인 거죠. 아카마이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이같은 보안 서비스를 더한 토털 솔루션을 고객사들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 보안업체 CEO의 눈에 비친 클라우드 산업이 미래는 어떤가요?
“클라우드 서비스를 향한 기업들의 니즈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젠 자동차 정비소를 들르지 않고도 자동차의 소프트웨어를 원격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게 가능한 건 클라우드 덕분입니다. 머지않아 IT기업뿐만 아니라 제조·유통·서비스 기업들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필수적으로 쓰는 날이 올 거라고 예상합니다.”

✚ 화제를 돌려 우리나라 이야기를 해보죠. 클라우드 시장은 수년째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거대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한국에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나질 않고 있어요.
“아마 쉽지 않을 겁니다. 기업으로선 오랫동안 써 오던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바꾸기가 쉽지 않죠. 최근 클라우드를 시작한 아카마이도 한국 클라우드 사업자들과 같은 입장에 놓여 있습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카마이의 경우엔 CDN 서버를 활용해 서비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거든요. 이를 회사의 이익으로 가져가지 않고 고객사에 되돌려주는 것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는 비용 절감을 고려하고 있는 기업들에 어필할 수 있는 요인입니다.”

✚ 가격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보안의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게 급선무 아닐까요?
“맞습니다. 최근 자체 서버와 클라우드를 병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면 데이터가 자체 서버와 클라우드로 분산되면서 보안성이 떨어집니다.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는 게 첫번째 과제일 겁니다. 이를 통해 보안성을 갖추면 고객사가 온전히 클라우드 서비스를 신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결국 관건은 기술력이란 겁니다.”

네트워크 기술력으로 CDN 시장의 1위 업체로 발돋움한 아카마이는 과연 클라우드 마켓에서도 이름을 떨칠 수 있을까. 도전은 시작됐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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