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올 1분기 어닝쇼크
반도체 사업 적자 전환 추정
버티던 삼성전자도 감산 결정
전문가들 “3분기가 변곡점”
반등 기대 막는 변수 숱해
잔뜩 쌓인 재고 해소 시급
수요 회복 여부도 불투명

삼성전자가 최악의 실적을 발표했다. 그런데 주가는 오름세다. 오는 3분기엔 실적이 반등할 거란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과감한 감산 결정이 업황에 봄을 불러올 거란 건데, 문제는 ‘봄의 도래’를 막는 외생변수가 숱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 그 너머에 있는 ‘통제 못 할 변수’는 과연 무엇일까.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사진=뉴시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사진=뉴시스]

삼성전자는 올해 1~3월 헛장사를 했다. 매출은 63조원, 영업이익은 6000억원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던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조원에 못 미쳤다. 

같은 날 잠정 실적을 발표한 LG전자(1조4974억원)와 LG에너지솔루션(6332억원)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증권가의 추정치(1조원)보다도 4000억원이나 적었다. 더구나 삼성전자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0.9%에 불과했다. 1000원짜리 제품을 팔아서 고작 9원을 남기는 장사를 했다는 거다. 

삼성전자가 최악의 실적을 발표할 거란 건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이 회사의 직전 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68.9% 감소한 4조3100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원인은 혹독한 ‘반도체 겨울’에 있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IT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의 구매 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자, IT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반도체 업체들은 수요급감, 이에 따른 가격하락이란 이중고에 빠졌다.

삼성전자가 매분기 수조원에서 십수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게 당연했던 건 반도체 때문이었는데, 업황이 고꾸라졌으니 위기를 맞은 건 당연했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2분기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반도체 겨울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폰의 신제품 효과마저 부쩍 줄어든 탓이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전략적 선회’를 꾀했다. ‘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버리고,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의 하향 조정’을 공식화했다. 일반적으로 생산량을 줄이면(감산), 제품 단가가 올라가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감산은 통상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감산 선언’은 증시에 그대로 반영됐다. 이 회사의 주가는 4거래일(3월 7일~12일) 연속 상승했다. 상승폭도 5.94%로 컸다. 상승장에 잘 올라타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이 기간 삼성전자 주식 1조4821억원을 순매수했다. 

증권가도 ‘감산 선언 이후’의 삼성전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실적ㆍ감산 발표 이후 17개 리포트(4월 13일 기준)를 쏟아냈다. 이중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증권사는 7곳이었다. ‘8만전자’ ‘9만전자’를 기대하는 회사도 적지 않았다. 목표가를 그대로 둔 증권사 대부분도 ‘비중 확대’를 외쳤다. 

■ 낙관론-감산 효과 = 그럼 삼성전자의 실적은 언제쯤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증권업체들은 감산에 따른 업황 변곡점이 오는 시기를 ‘오는 3분기’로 내다봤다. 감산을 통해 가격이 조정되려면 통상 6개월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의 동반 감산 속에 하반기 성수기가 도래해 메모리 가격은 3분기를 기점으로 상승 반전이 예상된다(신영증권)” “본격적인 실적 반등은 3분기부터 가능하다(NH투자증권)” “2023년 2분기부터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하반기엔 공급량 조정으로 수급이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IBK투자증권)”

“반도체 재고는 2분기에 정점을 기록한 뒤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재고 수준이 낮아질 것이다(KB증권)” “당초 예상한 3분기보다 더 빠르게 업사이클에 진입할 수 있다(신한투자증권)” “3분기 이후 재고가 충분히 축소되고 4분기부터 수요가 살아나면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들 수 있다(하이투자증권)”….

마침 반도체 수출액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됐다. 우리나라의 3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34.5% 줄어든 86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부터 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긴 한데, 1월(-44. 5%)과 2월(-42.5%)에 견줘보면 감소폭이 줄었다.

챗GPT 열풍으로 국내외 빅테크 기업이 경쟁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출시하고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는 점도 반도체 산업엔 호재다. 생성형 AI에 몰리는 트래픽을 감당하려면 서버 증설이 필수라서다. 

■ 비관론➊ 재고의 덫 = 다만 ‘3분기 변곡점 전망’이 꼭 들어맞을진 미지수다. 반도체 공급 이슈는 메모리 반도체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으로 일시적으로 해소됐다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안심하기엔 이르다. 

역대급으로 쌓인 재고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반도체 재고율은 265.7%로 1997년 3월(288.7%) 이후 25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재고율이 높아진다는 건 제품이 잘 팔리지 않아 생산된 물건이 창고에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미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연말 29조원을 돌파했다. 1년 전(16조4550억원)에 비해 12조원가량 증가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재고 일수는 20주 수준으로, 이는 5~6주인 적정 재고 수준보다 다섯배나 높은 수준”이라면서 “쌓인 재고를 제대로 털어내지 못하면 생산량을 줄여 판매단가를 끌어올리려는 감산의 기대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비관론➋ 경기침체와 수요 = 문제는 재고를 빠르게 털어낼 만큼 수요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진짜 이유인 ‘경기침체 위험’이 여전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2.8%로 예상했는데, 이는 이전 전망에서 내놓은 2.9%보다 낮아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글로벌 물가상승률 전망치 역시 기존 전망치(6.6%)보다 끌어올린 7.0%로 예측했다. 치솟던 물가가 잡히고 세계 각국의 긴축 행보가 멈출 거라 예상했던 2023년 세계 경제 시나리오가 크게 빗나가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재고를 해소하고 반도체 가격이 다시 반등하려면 감산도 중요하지만 관련 제품이 얼마나 팔리느냐가 더 긴요한 문제다”면서 “제품 생산이 늘어나야 하는데, 당장은 수요가 극적으로 늘어날 만한 뾰족한 이벤트가 보이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이 3분기엔 나아질 거라는 전망이 있지만 비관론도 적지 않다. [사진=뉴시스]
반도체 업황이 3분기엔 나아질 거라는 전망이 있지만 비관론도 적지 않다. [사진=뉴시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아직 변수가 많이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이 애널리스트의 설명을 더 자세히 들어보자.

“감산으로 재고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적극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 글로벌 경제 환경도 시시각각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재고가 많아도 너무 많다. 수요도 기존 예상보다 더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과연 어느 정도 속도로 재고가 줄어들 수 있을지는 분명하게 말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가 올해 실적 전망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이 시장에 기대감을 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감산이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려면 빠른 재고소진, 수요 회복 등 변수가 해소돼야 한다. 모두 외생 변수여서 삼성전자가 통제할 수 없다. ‘3분기가 변곡점이 될 것’이란 증권업체의 전망이 ‘낙관론’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도, 한국경제도 위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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