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인사이트
투자 혹한기 뚫은 에이블리
이용자 수 무신사 넘어서
일본 공략 본격화하고 있지만
경쟁사 대비 차별점 모호 등 한계

‘에이블리’ ‘지그재그’ ‘W컨셉’ ‘29CM’…. 여성 패션 플랫폼의 경쟁은 생각보다 더 치열하다. 이런 냉정한 시장에서 에이블리는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거래액 1조원을 넘어섰고, 누적 투자액은 223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누적된 적자를 털어내는 것과 또다른 성장동력을 돌리는 거다.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가 사모펀드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벤처 대출을 받았다.[사진=뉴시스]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가 사모펀드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벤처 대출을 받았다.[사진=뉴시스]

이커머스 업계에 모처럼 희소식이 들려왔다. 좋은 소식을 알린 주인공은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에이블리코퍼레이션)’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사모펀드 ‘파인트리자산운용’으로부터 500억원대 ‘벤처대출(venture debt)’을 받았다. 벤처투자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벤처대출은 스타트업에 저리로 대출을 해주고, 신규 투자유치 시 상환하는 방식이다. 신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긴 하지만, 지분 희석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 에이블리로선 이번 벤처대출로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얘기다. 

에이블리는 ‘지그재그(카카오스타일)’와 함께 연간 거래액 1조원 이상(이하 2022년 추정치)을 올리는 여성 패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거래액 면에서는 ‘무신사(3조4000억원)’에 밀리지만 월간활성사용자수(MAU) 는 669만명(2023년 2월 기준)으로 무신사(449만명)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대적인 마케팅의 영향으로 연간 영업손실이 744억원(이하 2022년 기준)에 달할 만큼 누적적자가 골치를 썩이고 있다. 자본총계 역시 -542억원으로 잠식 상태다. 이 때문에 에이블리에 투자 유치는 생존경쟁의 일환이다. 이번 벤처대출까지 에이블리의 누적 투자금액은 2230억원에 달한다. 

에이블리 측은 “에이블리만의 사업 차별성, 성장 가치, 수익성을 인정받았다”면서 “안정적인 사업자금을 확보한 만큼 연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대 비상장기업)으로 인정받아 신규 투자 유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앞으로다. 에이블리는 목표대로 ‘성장성’과 ‘수익성’이란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 해외 진출과 수수료 논란 = 현재 에이블리는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을 넘어서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력하는 곳은 2020년 12월 처음 진출한 일본이다. 에이블리는 일본 내 플랫폼 ‘아무드(amood)’에 인공지능(AI) 추천 기술을 탑재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아무드는 일본에서 누적 다운로드 300만건을 넘어서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한국에 쌓은 패션 플랫폼 노하우를 일본에서도 적용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국내 사업이다. 에이블리는 성장뿐만 아니라 수익성 개선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12월 입점업체 대상 수수료 제도를 개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서버 이용료 명목으로 월 4만9000원을 받아왔지만 최근 들어 매출액의 3%를 수수료로 받기 시작했다. 

에이블리는 이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지만, 고민거리는 입점업체의 반발이다. 사실상 높아진 수수료에 부담을 느낀 입점업체가 이를 판매가격에 반영해도 문제가 남는다. 

결국 소비자와 맞닿는 플랫폼인 에이블리의 가격 경쟁력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는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해온 에이블리로선 뼈아픈 부메랑을 맞는 격이다. 

시장조사기관 오픈서베이의 ‘MZ세대 패션앱 트렌드 리포트(2022년)’에 따르면 에이블리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저렴한 가격(39.0%)’이 꼽혔다. 지그재그의 경우 ‘다양한 브랜드(52.0%)’가, ‘브랜디’의 경우 ‘빠른 배송(35.0%)’이 차별점으로 꼽힌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실제로 에이블리의 월평균 결제금액은 5만6263원(이하 2023년 2월 기준)으로 패션 플랫폼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보세 의류’를 주력으로 하는 상황에서 수수료 인상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 에이블리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 카테고리 확대 허와 실 =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에이블리는 최근 카테고리 확장을 꾀하고 있다. 주력 카테고리인 ‘보세 의류’뿐만 아니라 ‘뷰티’ ‘라이프스타일’ ‘디지털’ 등으로 상품 분야를 넓히고 있는 거다. 이는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판매 단가를 높이면서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보세 의류뿐만 아니라 단가가 높은 브랜드 의류, 뷰티, 디지털 상품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지난해 4분기부터 수익성 개선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에이블리코퍼레이션, 자료|금융감독원] 
[사진|에이블리코퍼레이션, 자료|금융감독원] 

하지만 여성 의류에서 벗어나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건 특별한 전략이 아니다. ‘지그재그’ ‘W컨셉(SSG닷컴)’ ‘29CM(무신사)’ 등 경쟁사들 역시 모기업을 등에 업고 라이프스타일, 뷰티 등으로 분야를 확장하면서 종합몰로 나아가고 있다. 

에이블리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자신들만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용자 간 커뮤니티 기능’이나 ‘독자적인 PB 상품’ 등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무신사처럼 말이다. 문제는 에이블리엔 이같은 ‘플러스 알파’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여성 패션 플랫폼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무신사가 남성복 분야에서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것처럼 에이블리도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프리미엄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에이블리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또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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