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인사이트
코로나19 이후 소비패턴 변화
야간시간대 쇼핑객 비중 감소
고정비 절감하는 효과도 있어
선택과 집중일까 고육지책일까

대형마트 3사 중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영업시간을 단축했다. 이마트는 4개 매장을 제외한 전국의 점포에서, 홈플러스는 24개 지점에서 시범 운영한다. 이런 결정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오간다. 마트 측은 바뀐 소비패턴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하고, 한쪽에선 악화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고육지책 아니냐고 한다. 영업시간을 한시간 줄인 대형마트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영업종료 시간을 10시로 앞당겼다.[사진=뉴시스]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영업종료 시간을 10시로 앞당겼다.[사진=뉴시스]

“30초 후에 주문 마감합니다.” 한 손님이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점원이 소리쳤다. 손님은 빠르게 눈으로 메뉴판을 훑은 후 버거 세트를 주문했다. 주문을 접수한 점원이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아, 버거 하나만 만들어주고 얼른 퇴근해.” 

뒤이어 50대 손님이 느릿한 걸음으로 카운터 가까이 다가갔다. “빅맥 하나요” “주문 끝났습니다.” 다시 주방 쪽으로 고개를 돌린 점원이 이번엔 다른 알바의 퇴근을 종용했다. “△△아, 빨리 퇴근해.”

50대 손님은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점원에게 다시 말했다. “빅맥 하나요.” “주문 마감됐습니다.” “아직 오후 9시 30분인데요?” “마트가 10시에 문을 닫아서 저희도 9시 30분까지만 영업합니다.” 그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그런 그의 옆으로 헬멧을 쓴 라이더가 낚아채듯 배달상품을 빠르게 받아갔다.

지난 3일, 이마트가 영업시간을 조정했다.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10시로 변동이 없지만 오후 11시였던 영업종료 시간을 10시로 한시간 당겼다. 야간 방문객과 유동인구가 많은 왕십리·자양·용산·신촌점은 오후 10시 30분까지 운영한다.

위에 언급한 사례와 같은 광경이 펼쳐진 건 해당 맥도날드 매장이 이마트(상봉점) 안에 입점해 있어서다. 이날부터 마감이 오후 11시에서 오후 10시로 한시간 앞당겨진다는 정보를 미처 알지 못했던 50대 손님은 헛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영업시간 조정 첫날, 이마트 매장 안에선 반복적으로 영업시간 조정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1층 식품매장에서 장을 보던 최지희(가명)씨는 “괜히 마음이 급해진다”면서 스마트폰으로 연신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을 먹고 종종 산책하듯 장을 보러 오곤 했는데, 이젠 조금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이마트에 이어 홈플러스도 영업시간 조정에 들어갔다. 홈플러스는 10일부터 전국 133개 매장 중 24개 매장의 영업 종료 시간을 밤 12시(지점별 상이)에서 오후 10시로 조정했다. 킨텍스점, 고양터미널점, 인천 연수점, 시화점 등 서울 외 지역이 대부분이다. 반면 롯데마트는 기존 영업시간을 유지한다.

대형마트들이 하나둘 영업시간 조정에 나선 건 왜일까.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소비패턴의 변화’를 이유로 들었다. 이마트 측은 “야간(오후 10시 이후)에 매장을 찾는 고객 비중이 2020년 4.4%에서 2022년 3.0%로 감소했고, 피크타임(오후 2~6시) 때 비중은 늘고 있다”면서 “영업시간을 조정하면 피크타임 때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전 근무조(9~5시)와 오후 근무조(2~10시)가 겹치는 시간이 늘어나 접객 서비스 인원이 증가하고, 상품과 매장을 정비하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홈플러스의 설명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소비패턴 변화 등으로 야간시간대 고객 비중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라면서 “지역 상권 등 다양한 상황과 요소를 고려해 시범 단축 영업을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 교수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단축영업을 이미 경험했고, 소비자들도 야간시간대에 집밖으로 나가는 빈도가 줄었다”면서 “게다가 엔데믹(풍토병·endemic)으로 전환하면서 온라인 구매 비중은 늘고 있어 ‘영업시간의 현실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조정이 갈수록 치솟는 운영비를 줄이려는 하나의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지금처럼 전기요금, 가스비 등 각종 에너지 요금이 치솟는 상황이라면 영업시간을 한시간 당기면 그만큼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점점 위축되는 대형마트의 수익성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마트 할인점 사업부의 영업이익(별도 기준)은 2021년 1865억원에서 2022년 1747억으로 118억원 감소했다. 홈플러스(전년도 3월~당해 2월)는 2021년 933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022년엔 1335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당기순이익도 883억원 흑자에서 37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마트 3사 중 롯데마트만 320억원의 적자를 흑자(540억원)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며 체면을 챙겼다.

그렇다면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조정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는 “한시간 단축으로 빠지는 매출과 기존 시간대로 운영했을 때 발생하는 고정비 등을 계산기로 두드려보지 않았을까”라며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결론이 났으니 이런 결정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료|더스쿠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료|더스쿠프]

잃는 건 없을까. 정연승 교수는 “고객 서비스 질을 높이고,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게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한 방향이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변화에는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아야 한다는 가정이 성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빠지는 매출만큼 고객들이 최대한 이마트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접객 서비스를 강화하고, 프로모션 등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일부 지점에서 영업시간을 10시로 조정하며 경품,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한 바 있는 이마트 측은 “영업시간 조정에 맞춰 저녁할인 시간을 앞당기는 등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늘려 ‘알뜰 장보기’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대형마트에 불기 시작한 영업시간 조정의 바람. 이 바람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그들의 바람대로 될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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