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이 쌈짓돈인가➊
한국은행 모바일현금카드
‘현금없는 사회’ 정책 일환
2020년 6월 출시했지만…
5만건 밑도는 다운로드 수
정확한 사용량 확인 어려워
세금 4억원 등 수억원 썼지만
쓰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적어

모바일현금카드. 2020년 한국은행이 혈세 수억원을 들여 개발·론칭한 금융앱으로 ‘한은페이’로 불렸다. 하지만 출시 3년이 흐른 지금 이 앱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많다. 다운로드 수는 공개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앱의 활성화를 위한 기반도 닦여 있지 않다. 이대로라면 혈세 수억원을 날린 셈이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더스쿠프가 한은페이의 예고된 실패를 취재했다. 

한국은행이 2020년 ‘모바일현금카드’ 앱을 선보였지만 이용 실적은 저조하다.[사진=뉴시스]

간편결제 홍수시대다. 최근 론칭해 인기를 끌고 있는 애플페이를 필두로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페이’의 종류는 삼성페이·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KB페이·SSG페이·쿠팡페이·스마일페이 등 수십종에 이른다.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핀테크 기업과 주요 유통업체가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어 치열한 생존게임을 펼치고 있다. 

민간기업만 간편결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건 아니다. 공공기관인 한국은행도 간편결제앱을 출시했다. ‘한은페이’로 불린 ‘모바일현금카드’다. 2020년 출시해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를 사용하는 금융소비자는 많지 않다. 어떻게 된 일일까. 

■ 3년차 접어든 한은페이 = 한은이 모바일현금카드를 처음 언급한 건 2018년이다. 그해 7월 한은은 보도자료를 통해 “고객의 은행 예금계좌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직불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이 2017년부터 펼치고 있던 ‘현금없는 사회’ 정책의 일환이었다. 이후 2년의 개발 과정을 거쳐 2020년 6월 ‘모바일현금카드’란 앱을 출시했다. 

기대 효과는 크게 세가지였다. 한은은 ‘모바일현금카드’ 앱을 통해 가맹점 수수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은에 따르면 2018년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수수료율은 각각 2.7%, 1.48%였다. 반면 현금카드(직불카드) 수수료는 0.3~1.0% 수준이었다. 이런 차이를 만든 건 결제 과정이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사 전산망을 이용한다. 결제 정보가 신용카드사를 한번 더 거치는 과정에서 현금카드보다 높은 수수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현금카드는 은행 계좌에서 결제 금액이 직접 빠져나가 체크카드보다 수수료가 저렴하다. 

둘째 기대효과는 편의성이다. 모바일현금카드는 사용자의 은행 예금을 이용한 결제서비스다.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돈을 찾는 데 사용했던 현금카드에 결제기능을 넣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모바일현금카드의 장점은 현금카드가 없어도 ATM에서 현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가맹점에선 제로페이처럼 QR코드를 이용한 결제도 가능하다. 

셋째는 거스름돈의 손쉬운 처리다. 모바일현금카드 앱을 활용하면 가맹점에서 현금이나 상품권으로 결제하고 남은 거스름돈을 이용자의 계좌로 바로 받을 수 있다. 현금 결제 후 주머니를 무겁게 하는 동전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거다. 

■ 초라한 성적표 = 모바일현금카드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2020년 6월 주요 언론이 모바일현금카드를 ‘한은페이’로 소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면 출시 3년차에 접어든 ‘모바일현금카드’의 성적표는 어떨까. 

‘한은페이’라는 타이틀과 달리 ‘모바일현금카드’의 실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구글플레이에서 ‘모바일현금카드’를 검색해보면, 다운로드 수는 ‘1만건 이상’에 불과하다. 구글플레이가 다운로드수 1만~5만건 이하를 1만건 이상으로 표기한다는 걸 감안하면 출시 3년이 지나도록 이 앱을 다운받은 소비자가 5만명도 넘지 못했다는 의미다. 

한은에서도 정확한 다운로드 수를 밝히기 꺼렸다. 한은 관계자는 “모바일현금카드 관련 자료는 공개할 만한 수치가 아니다”며 “누적 다운로드 수, 월간활성이용자수(MA U)가 많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앱의 정확한 다운로드 수를 파악하기 위해 앱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0년 6월 기준 MAU는 4769명, 신규설치 건수 5724건이 모바일현금카드의 마지막 자료였다. 

모바일인덱스 관계자는 “2020년 7월부터 올해 3월 자료는 데이터 누적 기준을 밑돌았다”며 “관련 데이터를 기록하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료가 남지 않을 정도로 다운로드 수가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 수수료 절감 효과도… = 그렇다면 한은은 ‘모바일현금카드’를 출시한 세가지 목적을 충족했을까. 먼저 가맹점 수수료가 절감됐는지부터 살펴보자. 언급했듯 2018년 당시 가맹점이 부담하는 신용카드 수수료는 2.7%, 체크카드는 1.48%, 현금카드는 0.3~1.0% 수준이었다. 문제는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정책으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수수료가 갈수록 낮아졌다는 거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신용카드 수수료는 0.5~1.5%, 체크카드는 0.25~1.25%다. 반면, 현금카드(직불카드)의 수수료는 평균 1.45%였다. 신용카드 수수료가 낮아지면서 되레 현금카드의 수수료가 높은 수준이 됐다.

당연히 모바일현금카드를 출시하며 기대한 수수료 절감 효과도 반감됐을 가능성이 높다. 가맹점이 체감하는 신용카드·체크카드 수수료와 현금카드(직불카드) 수수료가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편의성과 손쉬운 거스름돈 처리란 기대효과가 충족된 것도 아니다. 현재 모바일현금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곳은 농협하나로마트·미니스톱·현대백화점 세곳이 전부다.

거스름돈 입금서비스가 가능한 곳은 미니스톱·현대백화점·이마트24뿐이다. 농협하나로마트는 결제만, 이마트24는 거스름돈 입금서비스만 가능하다. 결제와 거스름돈 입금서비스가 모두 가능한 곳은 편의점인 미니스톱과 백화점인 현대백화점이 전부다. 

게다가 이 가맹점들은 2020년 앱을 출시할 때부터 거래가 가능했던 곳이다. 출시 이후 3년이 지나도록 가맹점이 한곳도 늘어나지 않은 셈이다. 이쯤 되면 모바일현금카드 앱은 ‘실패’라고 규정해도 무방하다 

■ 예견된 실패와 세금 낭비 = 사실 모바일현금카드의 실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모바일현금카드 앱을 준비할 당시 이미 현금카드의 사용 비중은 매우 낮았다. 한은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카드의 일평균 결제금액 2조2290억원 중 0.049%(11억원)에 불과했던 현금카드 결제 비중은 2018년 0.059%(전체 2조3670억원 중 14억원)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낮은 현금카드 사용 비중은 지금도 여전하다. 지난해 일평균 3조1080억원의 카드 사용액 중 현금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33억원으로 전체의 0.1%에 불과했다. 현금카드 사용량이 증가하곤 있지만 전체 카드 결제 금액의 1%는커녕 0.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금 사용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2015년 81만원이던 월평균 현금 지출액은 2018년 64만원, 2021년엔 51만원으로 감소했다. 지급수단별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8.8%에서 32.1%, 21.6%로 줄어들었다. 현금카드를 쓰는 사람도,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도 감소하고 있다는 거다. 

현금 사용량이 줄면서 모바일현금카드의 거스름돈 계좌입금서비스 이용 실적도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2020년 4분기 1810건, 1141만5000원을 기록했던 거스름돈 계좌입금서비스는 지난해 2분기 2103건, 1642만9000원으로 각각 293건, 501만4000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통계만 보면 한은이 시대에 뒤처진 금융 앱을 론칭한 셈이다. 

문제는 모바일현금카드의 개발 사업이 국민의 혈세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한은은 “정확한 개발비를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추정할 순 있다. 김정우 의원(더불어민주당·당시)이 2019년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2017~2019년 모바일현금카드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현금없는 사회’ 정책에 4억15만원의 세금을 썼다. 그중 앱 개발비로도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했을 공산이 크다. 

한은이 모바일현금카드에 투입한 혈세를 추정할 방법은 또 있다.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공공앱 개발비 자료를 분석하면, 모바일현금카드 앱에 투입한 혈세의 규모를 어림잡을  수 있다.

용혜인 의원실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우정사업본부·IBK기업은행 등이 모바일현금카드와 비슷한 결제금융 앱을 만드는데 7억5000만원에서 17억4000만원의 개발비를 사용했다. 한은이 모바일현금카드 앱을 만드는 데 적어도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썼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 활성화 가능성 = 더 심각한 건 모바일현금카드 앱이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거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대종 세종대(경영학부) 교수는 “앱 활성화에 사활을 거는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런 공공앱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낮다”며 “마케팅이나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측도 이를 인정했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카드 위주의 결제 관행을 깨는 것이 쉽지 않다”며 “앱 활성화를 위해선 세액공제와 같은 인센티브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이점이 없다 보니 서비스를 확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연말 소비가 늘어날 때 모바일현금카드를 이용한 고객에게 문화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었는데, 사용자가 조금 늘긴 했다”면서도 “하지만 현금카드 가맹점이 워낙 적은 데다 가맹점 모집도 쉽지 않아서 사용자를 늘리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른바 ‘한은페이’로 불렸던 모바일현금카드앱을 출시한 지 3년이 지났지만 활성화에는 실패했고, 뚜렷한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도 한은은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정책이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혈세를 얼마나 투입했는지, 혈세를 들인 만큼 성과를 거뒀는지, 만약 성과가 없다면 왜 그런 건지 분석한 자료도 공개하지 않는다. 

김대종 교수는 “경제적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공정성과 효율성”이라며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면 세금만 낭비한 셈이 된다”고 꼬집었다. 만약 투입 대비 성과를 내야 하는 민간기업이었다면, 아니면 자신들의 돈이었다면 이런 사업을 펼쳤을까. 나랏돈이 쌈짓돈이 되는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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