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고리2호기 재가동 논란➋
재가동 경제성 분석은 엉터리
아직도 여전한 원전 부품 부실
불투명한 정보로는 신뢰 못 얻어

#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2호기 재가동을 위한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보고서’를 정해진 기간(문재인 정부 시절)에 제출하지 않고,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직후 제출했다. 이 때문에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리2호기 재가동 결정이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고 해석해도 한수원으로선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 한수원의 입장을 십분 양보해 정치적 판단을 인정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고리2호기 재가동이 국민에게 큰 이익을 주는 결정이었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한수원이 ‘고리2호기 재가동’의 근거로 제출한 경제적 분석 자료가 ‘(한수원 측이) 입맛에 맞는 수치’만 골라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 이뿐만이 아니다. 2013년 원전 부품 비리 사건 이후에도 원전 부품의 품질 논란이 여전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고리2호기는 안전하다”는 한수원의 주장을 믿을 수 있을까. 더스쿠프가 기획물 ‘추적+’에서 고리2호기 재가동 논란을 짚어봤다. 두번째 편이다. 

지난 2013년 이후 정부는 원전 부품 비리 근절 대책들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사진=뉴시스]
지난 2013년 이후 정부는 원전 부품 비리 근절 대책들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사진=뉴시스]

우린 ‘고리2호기 재가동 논란’ 제1편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의 결정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을 합리적인 근거를 들어 짚어봤다. 하지만 고리2호기 재가동 결정에는 더 큰 문제가 있다. 경제성 분석조차 한수원 입맛에 따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 문제➋ 입맛에 맞춘 경제성 = 한수원의 주장이나 행보를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이 많은 둘째 이유는 고리2호기 재가동이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지조차 검증하지 않아서다. 지난해 4월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고리2호기 계속운전 경제성 평가’를 토대로 “고리2호기의 수명 연장이 폐쇄보다 1619억원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이 금액은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 심사와 설비 보강 기간을 고려한 실제 연장 가동 기간을 6.7년(80개월)으로 잡고, 이용률ㆍ판매단가ㆍ연료비ㆍ실적 등을 따져 계산한 결과다. 안전성 심사와 설비 보강에만 3년가량이 걸려서다.

여기서 중요한 경제적 변수는 이용률과 판매단가다. 이 변수가 높을수록 경제성도 높아진다. 그런데 한수원은 계속운전 기간 이용률은 과거 10년(2011~2020년)의 실적을 기준으로, 판매단가는 과거 5년(2016~2020년)을 기준으로 산출했다. 비교 기간에 일관성이 없다. 

김해창 경성대(환경공학과) 교수는 “한수원의 경제성 산출 방식은 굉장히 비과학적”이라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고리2호기의 10년 평균 이용률은 78.6%다. 하지만 5년 평균 이용률은 71.5%로 떨어진다. 게다가 원전 판매단가는 2000년대 중반부터 2013년까지 줄곧 ㎾h당 39원대를 유지했다. 이후 상승해 2016년 67.9원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해 2020년엔 59.6원이었다. 2011~2013년 평균치를 포함하면 판매단가가 줄어든다. 한수원으로선 평균 이용률은 길게 잡을수록, 판매단가는 짧게 잡을수록 유리했던 거다. 계속운전 이익률을 높게 책정하기 위해 데이터를 입맛에 맞게 갖다 쓴 셈이다.”

안전은 분명 신뢰의 문제다. 하지만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지 않으면 신뢰란 축은 만들어지지 않는다.[사진=뉴시스]
안전은 분명 신뢰의 문제다. 하지만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지 않으면 신뢰란 축은 만들어지지 않는다.[사진=뉴시스]

김 교수는 안전대책비용도 너무 낮게 책정했다고 꼬집었다. 한수원은 고리2호기 계속운전에 따른 안전비용을 3000억원으로 잡았는데, 이 가운데 지역지원금 1300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설비개선비용은 1700억원에 불과하다.

2014년 고리1호기의 실제 계속운전 설비개선비용은 3000억원,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 설비개선비용은 5500억원이었다. 고리2호기의 설비개선비용이 10년 전보다도 낮게 책정됐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 

이런 지적에도 한수원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경제성 평가 관련 용역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한수원 측은 이 논란에 답을 하지 않았다. 

■ 문제➌ 비리로 얼룩진 원전 = 셋째 이유는 원전 부품의 성능과 안전성을 여전히 믿기 어렵다는 점이다. 2013년 터진 원전 부품 비리 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부품업체들이 서류를 조작해 부품을 공급한 데다, 그 뒷단에선 한수원 임직원들에게 뇌물까지 제공했기 때문이다. 세간에서 당시 원전을 ‘비리백화점’이라고 부른 이유다.

문제는 그 이후다. 정부는 갖가지 재발 방지대책들을 내놨지만,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툭하면 불미스러운 일이 터져서다.  일례로 올해 1월 한수원은 시험성적서를 기술규격과 대조만 해도 적발할 수 있는 불량 부품을 그대로 울진 한울원전 5호기에 사용했다. 품질서류 검토조차 제대로 안 했다는 방증이다.

3월엔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를 통해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를 포함한 국내 18개 원전에 들어간 원전 폭발 방지 장치가 성능에 미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후 원전의 설비개선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4월 13일,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언론사에 ‘팔팔한 현역, 고리2호기’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안전은 신뢰의 문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말로만 믿어달라 하면 신뢰가 생기고, 저절로 안전해지는 게 아니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신뢰가 생긴다.

고리2호기의 재가동을 정치적으로 결정하고, 객관적이지 않은 경제성 평가를 내세우며, 원전 부품 부실이 여전한 상황에선 신뢰가 구축될 리 없다. 언급했듯 원전을 무턱대고 막는 것도 답이 아니지만, 소통 없이 원전을 밀어붙이는 것도 답은 아니다. 도긴개긴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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