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지목하는 건설 진짜 문제
직접시공 비중 늘려야 한다는 조언
직접시공 의무조차 안 지키는 현장

국토교통부는 건설산업 ‘악의 축’으로 노조를 지목했다. 하지만 진짜 구조적 문제는 따로 있다. 건설 현장에 만연해 있는 불법 하도급이다. 이는 감독 소홀부터 공사품질 저하까지 별별 문제의 근본원인이다. 그렇다면 불법 하도급을 없앨 방법은 무엇일까.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직접 시공’을 대안으로 꼽았다. 그럼 여태까지 ‘직접 시공’이 외면된 이유는 무엇일까.

다단계 하도급 등 건설산업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직접 시공뿐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사진=뉴시스]
다단계 하도급 등 건설산업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직접 시공뿐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사진=뉴시스]

건설산업의 진짜 고질병은 무엇일까. 국토교통부는 올 초부터 노조에 주목했다. 건설 현장에서 노조가 휘두르는 힘이 너무 크다는 거였다. 정말 그게 가장 큰 문제였을까.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건설산업 혁신 고용개선을 위한 연속토론회에 모인 회사, 노동자, 심지어 정부 관계자마저 동의한 고질병은 ‘노조’가 아니었다. 입을 모아 말한 문제는 ‘직접 시공’을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직접 시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건설산업의 근본적 구조를 해결하는 게 어렵다는 얘기다.

일단 직접 시공이 무엇인지부터 이야기해 보자. 근처에 있는 건설 현장을 보면 간단하다. 건설 현장의 입구에는 통상 ‘○○건설’이란 이름이 붙어 있거나 펜스에 커다랗게 쓰여 있다. 해당 사업을 맡은 건설사의 이름이다.

하지만 ‘○○건설’의 직원들이 모든 공사 과정을 ‘직접’ 하는 건 아니다. 지반을 다지거나 배관ㆍ전기 공사, 실내 건축을 위한 타일 작업 등 다양한 공사는 전문건설업체가 담당한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의 감독ㆍ관리 책임도 느슨해진다. ‘○○건설’ 직원은 직접 시공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관리 감독을 중심으로 일한다. 현장에 상시 있지도 않다 보니 공사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강한수 민주노총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장은 이같은 재하도급 구조에서 발생하는 공사비 문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민간 공사에서는 원도급사가 원래 공사비의 75% 가격에 수주한다. 여기에 또다시 하도급사가 75%의 가격으로 수주한다. 그 밑으로는 재하도급업자가 또 있다. 75%의 가격에 또다시 75% 가격을 적용하면 원래 100이었던 공사비는 아무리 많이 잡아봤자 56부터 시작이다. 당연히 공사 품질이 떨어지고 노동 가치도 떨어진다.”

노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상준 대한건설협회 기술안전실장은 “적정 공사비가 노동자 임금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필요 조건은 맞다”며 “다만 노동자에게 임금이 가는 과정까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다단계 하도급의 부작용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현재로서는 직접 시공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 질문
 왜 못하나 = 모두가 “직접 시공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국내에서 직접 시공에 무게를 두고 있는 건설사는 많지 않다. 아파트 한 단지를 짓는다고 가정해도 다양한 공사 종류가 필요해서다. 

문제는 종합건설회사라고 해도 모든 공종에 투입할 기술자와 노동자를 계속 고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건설업이 호황이라면 노동자를 고용하는 데도 문제가 없겠지만 불황이 찾아오면 인력을 잘라낼 수밖에 없다. 여기서도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신영철 건설경제연구소장은 “건설의 특성상 전체 공사를 한 회사가 도맡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가령, 전체 공정을 위해 모든 자재를 100% 보유하는 건 건설사 입장에선 위험요인이 커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질문 개선책 없나 = 물론 정부도 ‘직접 시공’의 비중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중 하나가 업역業域의 제한을 해제한 거다. 건설업역은 두가지 공사로 나뉜다. 종합공사와 전문공사다.

종합공사는 ▲토지 등을 조성하는 토목공사업 ▲지붕ㆍ벽이 있는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공사업 ▲두 사업을 종합한 토목건축공사업 ▲산업ㆍ환경설비공사업 ▲조경공사업으로 구성된다. 전문공사는 지반조성ㆍ포장 공사·창호공사 등 세부적으로 쪼개진 공사로 구분된다.

여태까지 종합건설회사는 ‘종합공사’를, 전문건설회사는 ‘전문공사’만을 맡았다. 이런 분절의 문제는 2018년 건설기술관리법(이하 건기법)을 일부 개정하면서 해소됐다. 그 이후 종합이든 전문이든 모든 영역에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 전문건설회사라 하더라도 다양한 공종을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종합공사에 입찰할 수 있다는 거다.

반대의 경우도 가능해졌다. 다만 조건이 있다. ‘직접 시공 20%’를 지켜야 한다. 하도급을 줄 수 있는 건 전체 공사 규모의 80%까지다.

이 지점에서 누군가는 ‘직접 시공의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법까지 개정했는데, 20%가 뭔가’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맞다. 직접 시공 비중을 절반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에서 법적 기준인 20%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이마저도 지키지 못하는 건설사가 수두룩하다는 거다. 국토부가 지난해 하반기에 불법 하도급의 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보면, 전문공사를 수주한 종합건설회사와 종합공사를 수주한 전문건설회사에서 각각 110곳(3.6%), 10곳(1.5%)의 직접 시공 20% 의무 위반 업체가 적발됐다. 20% 수준의 직접 시공조차도 수행하지 못하는 곳이 많았다는 얘기다.

■ 질문➌ 해법 없나 = 그렇다고 직접 시공의 위험 부담을 당장 떠안을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건 공동도급제다. 신영철 건설경제연구소장은 “공사 금액의 50% 이상으로 직접 시공 비중을 높여야 한다”면서 “종합건설회사, 전문건설회사의 공동도급을 실시할 경우 직접 시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료 | 국토교통부, 참고 | 현장 수는 2022년 하반기, 비중은 2021년 계약 건수 대비]
[자료 | 국토교통부, 참고 | 현장 수는 2022년 하반기, 비중은 2021년 계약 건수 대비]

김영현 대한전문건설협회 건설정책본부장도 “업역 제한을 철폐한 건 사실이지만 전문건설업체가 종합공사에 들어가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라며 “종합공사를 종합건설회사가 수주했을 때 전문 분야 1~2개 공종에는 전문건설업체와 함께 원도급할 수 있는 공동도급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감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직접 시공의 비중을 늘리기보단 감리를 통해 ‘직접 시공 20%’ 위반 현장을 줄이겠다는 거다. 건설산업의 병폐를 제대로 고치겠다고 선언한 정부는 올해 말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