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사상 최대 실적 기록
아르노 LVMH 회장 한국 찾은 이유
부의 양극화 속 명품 시장 성장세
위기 때마다 빈부 격차 커져…
불평등 심화하는 한국의 민낯

루이비통 등 70여개 명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세계 최고의 부호 자리를 꿰찼다. 경기 침체에도 명품 소비가 끊이지 않았다는 건데,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매출액을 올렸다. 그런데 이렇게 ‘펄펄 나는’ 루이비통엔 ‘양극화’라는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루이비통코리아 등 명품 브랜드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 치웠다.[사진=뉴시스]
루이비통코리아 등 명품 브랜드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 치웠다.[사진=뉴시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4일(현지시간) ‘2023년 세계 억만장자 순위’를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1위를 차지할 거란 전망을 깨고,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회장이 세계 최고 부호 자리를 차지했다.

아르노 회장은 루이비통·크리스챤디올·펜디·티파니 등 70여개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LVMH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의 자산은 2100억 달러(약 275조원)로 전년(1580억 달러) 대비 32.9%나 불어났다. 포브스는 “경기 침체 우려에도 고소득자들의 명품 소비가 증가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LVMH그룹 산하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액인 1조6922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7846억원)과 대비 115.6%나 증가한 액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62.2%(548억원→4177억원) 급증했다.

LVMH그룹의 또다른 명품 브랜드 ‘디올(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도 1조원대에 육박하는 매출액(9305억원)을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샤넬(샤넬코리아)’ ‘에르메스(에르메스코리아)’ 역시 각각 역대 최대 매출액인 1조5912억원, 6501억원을 찍었다. 

물론 올 들어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명품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화점 개점 시간마다 장사진을 이루던 ‘오픈런’이 조금 수그러든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국 명품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거란 전망이 많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명품 수요가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소비 양극화와 함께 명품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 역시 “부유층을 중심으로 남들은 모르는 더욱 희소한 명품을 소비하려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지난 3월 아르노 회장이 직접 한국을 찾아 주요 유통업체 경영진을 만난 것도 명품 시장의 내밀한 성장세를 읽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명품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한국이 그만큼 중요한 시장이 됐다는 거다.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속에서 명품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속에서 명품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그런데 이 지점에선 한가지 짚어볼 게 있다. 명품 시장의 성장은 부의 양극화를 극명히 보여주는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한편에선 취업난과 치솟은 물가에 끼니 걱정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수백만~수천만원대 명품을 주저 없이 소비하는 게 한국의 현실이 됐다는 거다.

여기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양극화가 심화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소득 격차뿐만 아니라 자산 격차가 큰 폭으로 벌어졌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발간한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및 격차 실태와 정책적 함의’란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상위 10%가 차지하고 있는 순자산은 전체의 43. 2%(2021년 기준)에 달했다.

분위별 자산 격차도 더 벌어졌다. 자산 1분위와 자산 5분위 간 자산 격차는 2012년 10억원에서 2019년 12억7850만원, 2021년 14억9091만원으로 더 벌어졌다.

문제는 소득 격차보다 자산 격차를 극복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양극화의 그림자가 더 짙어질 가능성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주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소득 수준이 낮은 1분위의 경우 자산의 대부분이 ‘금융 자산’에 집중된 반면 소득 수준이 높은 5분위는 주택 등 ‘부동산 자산’이 주를 이뤘다”면서 “자산 형성은 초기 자금의 유무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드러내는 지표는 이뿐만이 아니다. ‘불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지니계수’를 살펴보자.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11년 0.418에서 2015년 0.396으로 하락했지만 다시 상승해 2020년 0.405를 기록했다. 순자산 기준 지니계수 역시 비슷한 그래프를 그렸다.

2012년 0.593에서 2017년 0.544로 하락했지만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2021년 0.569를 기록했다. 지니계수가 0이면 ‘완전 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을 의미한다. 그만큼 불평등한 사회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는 거다. 

더 큰 문제는 치솟는 물가, 얼어붙은 고용 시장 등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앞으로도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 1월 ‘경제고통지수’가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8.5를 찍은 건 대표적 사례다. 경제고통지수는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산한 것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 상황이 고통스럽다’는 의미다.

물론 경제고통지수는 3월 들어 6.8로 1월 대비 1.7포인트 하락했지만 서민들이 실제 느끼는 경제 상황은 여전히 힘겹다는 분석이 많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3월 이후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면서 경제고통지수가 하락했지만 그동안 물가 상승이 누적돼 서민들이 느끼는 고통은 여전히 크다”면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심화한 양극화로 소득 하위 계층의 어려움이 커진 만큼 정부의 세심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은 모두 부유층은 더 부유하게, 저소득층은 더 가난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루이비통과 같은 명품 브랜드가 최대 실적을 갈아 치우는 한국 사회의 민낯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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