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의 재무설계 4편
길게 봐야 하는 재무설계
단기·장기 목표 함께 대비해야
목표에 맞는 재테크 중요해
IRP 등 세금 공제 상품 활용해야

재무 솔루션을 세울 땐 상담자의 10년, 20년 뒤를 생각해야 한다. 눈앞에 당면한 문제만을 생각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당연히 솔루션을 위해 준비하는 저축·투자 상품도 목표에 맞게 설정해야 한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 부부는 반년 안에 출산자금 500만원, 5년 안에 내집 마련 자금 5000만원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장기 목표를 함께 달성하려면 각 목표에 맞는 투자상품을 잘 선택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장기 목표를 함께 달성하려면 각 목표에 맞는 투자상품을 잘 선택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즘 놀이터엔 아이들 웃음소리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한국이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저출산 국가라는 게 실감 나는 순간이다. 실제로 한국의 여성 1명당 출생아 수는 평균 0.84명(2020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속한다.

한국 부부들이 자녀를 낳지 않으려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엔 무엇보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그도 그럴 게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적지 않은 돈이 투입된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보육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달 평균 양육비는 2018년 양육비(86만9000원)보다 10만7000원 오른 97만6000원으로, 가구 평균 소득의 19.3%에 달한다. 아이를 1명 낳을 때마다 월 100만원씩 지출이 늘어나니 평범한 직장인 부부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양수호(가명·33)씨, 한은서(가명·32)씨 부부도 그랬다. 신혼인 부부는 올해 말 출산을 앞두고 있지만, 집과 가전제품을 마련하느라 모아놓은 돈이 없다. 출산에 신경을 써서인지 지출을 줄여 저축액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답이 없겠다고 생각한 부부는 필자를 찾아와 해결책을 물었다.

필자는 먼저 부부의 재정상태를 파악한 뒤, 지출을 줄일 방법을 찾았다. 둘 다 중견기업을 다니는 부부의 월 소득은 610만원이다. 남편이 310만원, 아내가 300만원을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541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87만원, 금융성 상품 50만원 등 총 678만원이다. 적자가 한달에 68만원씩 발생한다는 얘기다.

1차 상담에서 부부의 사연을 듣고 가계부를 파악한 뒤, 2차 상담에선 지출을 줄이는 데 힘을 썼다. 부부는 정기지출 171만원, 비정기지출 8만원 등 179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68만원 적자였던 가계부도 111만원 흑자로 전환됐다. 이 돈은 부부의 재무 목표를 대비하는 데 다달이 쓰일 것이다.

부부가 세운 목표는 ▲5년 안에 5000만원을 모아 내 집 마련하기 ▲올해 말까지 양육비 200만원 모으기 등 2가지다. 반년 안에 달성해야 하는 단기목표와 5년을 준비하는 장기목표를 함께 대비해야 한다는 얘긴데, 5년 안에 5000만원을 모으려면 단순 계산으로 1년에 1000만원, 월 83만원을 저축해야 한다. 그러면 전체 여유자금(111만원)의 상당 부분을 써야 하기 때문에 두번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차질이 생긴다.

여유자금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해 부부는 기존 금융성 상품(총 50만원)을 조정했다. 먼저 월 20만원씩 빠져나가던 주식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만든 지 오래된 탓에 요즘 상품보다 연이율이 낮은 적금통장(20만원)도 해지했다. 이로 인해 여유자금은 111만원에서 151만원으로 40만원 더 늘었다.

이제 본격적인 재무 솔루션을 세워보자. 부부는 새 적금에 가입해 월 5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연이율이 가장 높은 은행의 정기적금 상품을 찾았다. 이 돈은 올해 태어날 자녀를 위한 양육비에 쓰기로 했다. 그런 다음, ‘내 집 마련’을 위해 적금 통장을 하나 더 만들어 50만원을 납입했다.

집을 장만하는 데 5년이란 준비 기간을 설정했지만,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면 이를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부부는 투자상품인 적립식 펀드(30만원)도 준비하기로 했다. 대신, 수익률보단 안정성에 무게를 두기 위해 ‘배당주 펀드’로 펀드 내용을 구성했다.

배당주 펀드는 일반 펀드와 다르게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상품은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진다. 주가가 오르지 않거나 떨어졌을 경우 연말 배당 시점까지 주식을 갖고 있다 배당금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다. 그 덕분에 주식이 하락했을 때 원금이 손해를 보더라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부부는 초기엔 시장 상황에 맞춰 펀드를 운영하다 예상 수익을 달성하면 전략을 바꿀 예정이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과 친환경·자율주행·2차전지 등 머지않은 미래에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은 펀드에 분산투자해 유동적으로 운영할 것이다.

부부는 필자의 요청에 따라 개인퇴직계좌(IRP)도 하나 만들기로 했다. 이 상품의 장점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소득 5500만원 기준으로 미만이면 16.5%, 이상이면 13.2%의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공제 적용폭도 넓다. 일반 연금저축은 1년에 400만원 한도 내에서만 공제되지만 IRP는 700만원까지 가능하다. 올해 안에 700만원을 다 공제받고 싶지 않으면 내년으로 이월할 수도 있다.

부부에게 IRP를 만들라고 주문한 건 부부의 노후를 최소한으로 대비하기 위함이다. 일반적으로 연금상품에 일찍 가입할수록 복리효과가 중첩되고 사업비(회사에 지불하는 비용)가 저렴해져 최종적으로 더 많은 연금액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필자의 조언을 받아들여 부부는 IRP에 월 21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부부의 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이번 상담에서 부부는 주식(20만원)과 적금(20만원) 통장을 해지해 여유자금을 111만원에서 151만원으로 늘렸다. 이를 자녀 양육비 마련(적금➊ 50만원)과 내 집 마련(적금➋ 50만원·적립식 펀드 30만원), 노후 대비(IRP 21만원)를 하는 데 남김없이 썼다.

출산 이후에 자녀 양육비로 모으던 돈은 자녀 학원비, 대학 등록금 등을 마련하는 데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그러려면 지금과 같은 적금상품보단 수익성이 더 좋은 투자상품으로 변경해야 한다. 목적에 맞춰 수단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필자와 함께 솔루션을 세워보며 경험을 쌓았으니, 그때엔 부부도 좀 더 수월하게 새로운 재무 이벤트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부부의 목표가 순탄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c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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