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인사이트 [컴퍼니+]
KG모빌리티-에디슨모터스
2년 만에 뒤바뀐 M&A 구도
에디슨, 전기버스 공정 가능
사업 확장 필요한 KG 관심
성과 못낸 에디슨에 숨은 변수
지금껏 경쟁력 없었다는 비판도
KG, ‘M&A 불패’ 신화 이어갈까  

2년 만에 판이 뒤집혔습니다. 주인공은 에디슨모터스와 KG모빌리티입니다. 과거 KG모빌리티를 인수하려 했던 에디슨모터스는 피인수기업으로, KG모빌리티는 에디슨모터스의 유력한 새 주인으로 자리를 뒤바꿨습니다. 두 회사의 인수ㆍ합병(M&A), 어떤 관점에서 살펴봐야 할까요? 더스쿠프가 긍정론과 비관론을 함께 분석해 봤습니다.

KG모빌리티가 에디슨모터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사진=연합뉴스]
KG모빌리티가 에디슨모터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사진=연합뉴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 흥미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KG모빌리티’란 새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쌍용차가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를 인수ㆍ합병(M&A)하겠다면서 출사표를 던진 겁니다. KG모빌리티는 지난 3월 법원에 에디슨모터스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후 4월 조건부 투자계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이번 M&A는 예비인수자를 선정한 후 공개경쟁입찰을 개시하는 ‘스토킹호스(Stalk ing Horse)’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공개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은 KG모빌리티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최종 인수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선 KG모빌리티가 제시한 인수가(800억원 안팎)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겠단 회사가 보이지 않습니다. 업계에서 “KG모빌리티가 에디슨모터스의 새로운 주인이 될 것”이라고 점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2021년 에디슨모터스가 뛰어들었던 KG모빌리티(당시 쌍용차) 인수전을 떠올리면 말 그대로 ‘전세역전’입니다. 당시 피인수기업이었던 KG모빌리티가 이번엔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주체로 나서면서 두 회사의 위치가 뒤바뀐 탓입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시장엔 양사의 M&A에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합니다. 이호근 대덕대(미래자동차학) 교수는 “에디슨모터스는 중국산 부품을 가져다 전기버스를 조립하는 회사”라면서 “이번 M&A가 KG모빌리티에 어떤 메리트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 교수의 말처럼 에디슨모터스는 국내외에서 부품을 들여와 이를 최종 조립해 완제품(버스)을 만드는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엔진ㆍ전기모터 등 구동장치 제조 부문에서 고유의 기술을 가진 일반적인 완성차기업과는 결이 다르죠. 

이 때문에 에디슨모터스에는 “원천 기술 없는 회사” “별다른 경쟁력이 없는 회사”란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닙니다. 당연히 에디슨모터스를 인수하려는 KG모빌리티의 행보에도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체 기술을 갖기는커녕 단순히 부품을 ‘떼었다 붙였다’ 하는 회사에 수백억원을 투자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겁니다. 

그렇다면 KG모빌리티는 어떤 기대감을 품고 에디슨모터스 인수에 나선 걸까요? 누군가의 혹평처럼 아무런 실속도 없는 곳에 헛된 돈을 쓰는 셈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언뜻 가치가 떨어져 보이는 에디슨모터스의 조립 기술은 KG모빌리티에는 전기버스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2021년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었다.[사진=연합뉴스]
2021년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었다.[사진=연합뉴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KG모빌리티가 경쟁이 치열한 전기승용차 시장에서 당장 성과를 거두기에는 무리가 있다. 빠르게 사세를 키워야 하는 KG모빌리티 입장에선 수출 잠재력이 높은 전기버스 시장부터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봤을 것이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KG모빌리티가 지난 3월 베트남 푸타(FUTA) 그룹과 맺은 ‘부품 분해 수출(Knock DownㆍKD) 공급 계약’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KG모빌리티와 푸타그룹의 협력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KG모빌리티가 차를 최종 조립하기 이전의 부품 혹은 반제품 형태로 베트남에 수출하면, 푸타그룹의 자동차 부문 자회사인 킴롱모터(Kim Long Motors)가 현지 공장에서 남은 부품을 조립해 완성차를 만들어냅니다.

이 과정에서 KG모빌리티는 자동차 차체공정(Body shop), 도장공정(Paint shop), 의장공정(Assembly shop)에 필요한 생산설비와 기술 노하우도 함께 공급하기로 했죠.

KG모빌리티, 이유 있는 인수전 

이뿐만이 아닙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KG모빌리티가 조립형 버스를 베트남 현지 공영 버스로 공급하는 수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KD 수출 부문에서 먼저 기반을 다진 후 본격적으로 현지 전기버스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 KG모빌리티의 복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에디슨모터스 인수로 KG모빌리티가 얻을 이점은 적지 않습니다. 일단 2015년 10월 설립 이래 10년 가까이 쌓아온 에디슨모터스의 조립 기술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경남 함양에 있는 에디슨모터스 공장에선 섀시(차대)→차체→도장→의장→완성품 생산→안전검사에 이르는 버스 제작의 전공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에디슨모터스 관계자는 “전기버스 중에서도 반제품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모델이 있고, 그렇지 않은 모델이 있다”면서 “대형 전기버스의 경우 섀시 디자인부터 설계, 기술까지 모두 자체 개발해 완성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에디슨모터스가 나름의 독자적인 조립ㆍ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반제품뿐만 아니라 공정기술도 함께 수출하겠다는 KG모빌리티의 파트너로서 ‘조건’을 갖춘 셈입니다.   

경남 함양ㆍ전북 군산에 있는 생산기지도 에디슨모터스의 강점 중 하나입니다. 자동차 시장에선 신규 공장을 건립할 때 부지를 결정하는 데에만 통상 수년씩 걸린다고 말합니다. 겨우 땅을 마련해도 그 위에 새로운 생산 시설을 짓기까지는 또다시 2~3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죠. KG모빌리티도 차종을 다변화하기 위해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미 생산 인프라를 구축한 기업을 인수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존 시설에 설비를 추가ㆍ교체하는 것만으로 새 공장을 꾸릴 수 있기 때문이죠. 더욱이 KG모빌리티의 전기버스 사업이 커질수록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반제품 공급 능력이 중요해질 겁니다. 충분한 캐파(생산능력)를 갖춘 에디슨모터스의 생산시설은 KG모빌리티에 득이 될 수 있습니다. 

이항구 원장은 “에디슨모터스가 군산에 확보한 공장 부지만 49.5㎡(약 5만평)”라면서 “지금은 공장 뼈대만 있을 뿐 생산설비는 사실상 없는 상태이지만, 설비를 투입하기만 하면 즉시 조립 공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미래자동차학) 교수 역시 “KG모빌리티가 단기간 내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수 있고 빠르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디슨모터스 인수를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신차 개발에 3000억원 이상 드는 현실을 감안하면, (에디슨모터스 인수는) 1000억원 미만의 적은 비용으로 기대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묘수’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면 KG모빌리티가 에디슨모터스에 괜한 관심을 갖는 건 아닌 듯합니다. 반조립 상품을 제작하는 노하우, 자체적인 공정 기술, 생산 인프라 등 KG모빌리티가 활용할 수 있는 장점들이 분명하게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지점에선 한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전기버스 분야에서 공고한 기반을 다져온 에디슨모터스가 어째서 경쟁력을 잃은 채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느냐는 겁니다.

그 배경에는 전기버스 시장의 녹록지 않은 경쟁 환경이 있습니다. 에디슨모터스 관계자는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 저렴한 중국산 모델이 대거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가격 인하 경쟁이 벌어졌다”면서 그러다보니 수익성에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2019~2021년 3년간 중국산 전기버스 점유율(20%→24%→33%)이 치솟는 동안 에디슨모터스의 영업이익은 2019년 56억원→2020년 28억원→2021년 11억원으로 80.3% 감소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까다로운 국내 보조금 지급 규정도 에디슨모터스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전기버스 시장에선 내부에 탑재한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받습니다. 보조금을 100% 수령하려면 정부 기준치(배터리 밀도 500㎾ 이상)를 충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투자→연구ㆍ개발(R&D)→제품 업그레이드란 선순환이 필요합니다. 

KG모빌리티와 에디슨모터스는 시장의 우려와 기대를 모두 뛰어넘을 수 있을까.[사진=새만금개발청 제공]
KG모빌리티와 에디슨모터스는 시장의 우려와 기대를 모두 뛰어넘을 수 있을까.[사진=새만금개발청 제공]

문제는 에디슨모터스엔 그럴 만한 투자 여력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2022년 기준 에디슨모터스의 빚(부채총계)은 재산(자본총계)의 8~9배에 이릅니다. 부채율을 따져보면 863%에 달합니다. 가진 돈보다 갚을 돈이 더 많으니 투자를 단행하기는 어려운 여건입니다. 

결국 에디슨모터스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이는 오로지 에디슨모터스의 새로운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KG모빌리티의 몫입니다. 에디슨모터스가 아무리 자체 공정기술과 생산 인프라를 가졌다고 해도, KG모빌리티가 전기버스 시장에 ‘무혈입성’ 하기란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업계에 KG모빌리티와 에디슨모터스의 M&A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존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이호근 교수는 “전기버스 시장이 기술력만 어느 정도 갖췄다고 해서 무조건 승승장구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면서 이렇게 우려했습니다. “(KG모빌리티가) 대대적인 투자를 한다고 해도 중국에서 직수입하는 저가용 버스가 워낙 많아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올 3월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한 KG모빌리티는 지난 1분기 7년 만의 흑자(연결 기준 영업이익 94억원)를 기록하면서 순항하고 있습니다. KG표 ‘M&A 불패 신화’는 과연 에디슨모터스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요? KG모빌리티가 시장에 공존하는 우려와 기대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지금부터 지켜볼 일입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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