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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요금제 수십종 추가한 5G
4월 3000만 가입자 돌파했을 듯
정작 5G 특성화 콘텐츠는 전무
게임, AR, VR 등 서비스 부진
28㎓ 주파수 3사 모두 취소
5G 킬러콘텐츠 발굴 어려워

“5G는 빠르다. 5G는 시간 지연이 없다. 5G는 더 많은 기기와 연결할 수 있다.” 5G의 세가지 특징이다. 이통3사는 이를 활용해 다양한 ‘5G용 킬러 콘텐츠’를 확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5G 요금제를 수십종이나 출시했고, 5G 가입자 수가 3000만명을 넘었는데도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특화 서비스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이동통신사가 5G 특화 서비스로 출시한 클라우드게임 서비스가 흥행에 실패했다.[사진=뉴시스]
이동통신사가 5G 특화 서비스로 출시한 클라우드게임 서비스가 흥행에 실패했다.[사진=뉴시스]

이통3사의 ‘5G 추가 중간요금제’ 릴레이 발표가 끝났다. 지난 3월 23일 SK텔레콤이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추가 중간요금제를 출시한 데 이어 LG유플러스(4월 11일), KT(4월 26일) 순으로 발표했다. 이통3사는 지난해 8월에도 중간요금제를 출시한 바 있다. 당시엔 6만원 안팎의 24~31GB 데이터를 제공하는 단품 중간요금제를 내놨는데, 올해는 달랐다. 선택권을 확 넓혔다. 

이번에 신규로 추가한 요금제 개수만 해도 SK텔레콤은 25종, KT는 14종, LG유플러스는 23종에 달했다. 이통3사가 불과 1년 전 요금제를 내놓고도 추가 요금제를 다시 출시한 건 ‘소비자 선택지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통3사가 이번에 내놓은 중간요금제는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콘셉트는 비슷하다. 고객 입장에서 선택할 요금제가 마땅치 않던 10~100GB(데이터 제공량 기준) 사이 구간 요금제를 세분화해 출시했다. 

SK텔레콤은 월 5만9000원에 데이터 24GB를 제공하는 기존 ‘베이직 플러스’ 요금제에 월 3000~9000원의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13~75GB의 데이터를 더 쓸 수 있는 ‘옵션 추가’ 형태의 요금제를 내놨다.  

LG유플러스는 ‘5G데이터레귤러(50GBㆍ6만3000원)’ ‘5G데이터플러스(80GBㆍ6만6000원)’ ‘5G데이터슈퍼(95GBㆍ6만8000원)’ ‘5G스탠다드에센셜(125GBㆍ7만원)’ 요금제를 신설했다. KT는 ‘심플50GB(6만3000원)’ ‘심플70GB(월 6만5000원)’ ‘심플90GB(월 6만7000원)’ 등의 요금제를 추가했다. 

여기에 이통3사 모두 연령별 요금제를 출시했다. 청년세대부터 시니어층까지 생애주기별 특화요금제를 설계해 내놨다. 청년의 경우엔 일반 요금제보다 데이터 제공량을 더 늘려주고, 시니어 고객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데이터를 줄이는 만큼 요금을 낮춰주는 방식을 택했다. 

고객의 요금제 선택지가 늘어나자 국내 5G 산업도 경사를 맞았다. 다양한 중간 요금제가 론칭되면 아무래도 5G 가입자가 증가할 공산이 커서다. 지난 3월 말 기준 5G 가입자 수는 총 2960만명으로 집계됐는데, 매달 50만명 안팎으로 가입자가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4월 중에 3000만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5G는 출시 4년 만에 명실상부한 ‘대중 서비스’로 자리 잡는다. 

5G 이동통신 가입 회선 수가 3000만명을 넘어섰다.[사진=뉴시스]
5G 이동통신 가입 회선 수가 3000만명을 넘어섰다.[사진=뉴시스]

그런데 이 지점에선 따져봐야 할 게 있다. 5G 가입자는 늘고 있는데, 정작 5G를 사용할 영역이 좁아지고 있다. 단적인 예가 클라우드게임이다. LG유플러스는 클라우드게임 서비스 ‘지포스나우’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예고했다. 지포스나우는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유명한 글로벌 기업 엔비디아가 개발한 클라우드게임 서비스다.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앞두고 있던 2019년 3월 LG유플러스는 엔비디아의 협력 파트너로 낙점됐고, 그해 9월 지포스나우를 국내에 단독 론칭했다. 

당시 LG유플러스 측은 “PC방에서 즐기던 500여종의 고사양 게임을 5G 스마트폰과 집에 있는 PC, IPTV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면서 “게임이 클라우드상에 있기 때문에 다운로드에 몇시간이 걸리던 게임도 단 몇초 안에 로딩해 바로 즐길 수 있고, 패치나 업데이트도 고객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론칭 이후 모객 성적표는 형편없었고, 서비스 반응도 신통치 않았다. 결국 오는 7월 1일 또는 그 이전에 파트너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LG유플러스만 클라우드게임에서 발을 뺀 게 아니다. KT가 2020년 8월 론칭한 자체 클라우드게임 서비스 ‘KT게임박스’는 오는 6월 30일 종료할 예정이다. 두 회사 모두 클라우드게임 대중화에 상당한 공을 들였지만 흥행하는 데는 실패했다. 

클라우드게임 서비스는 5G에서만 즐길 수 있는 ‘5G용 킬러 콘텐츠’ 중 하나였다. 이 서비스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5G가 필수인 게 당연하다. 클라우드게임은 콘솔이나 게임용 PC가 없어도 고사양 게임을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게임을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방식으로 이용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클라우드 서버가 게임을 대신 구동하고, 그 결과를 스마트폰이나 TV 같은 사양이 높지 않은 기기에서 볼 수 있는 식이다. 

과거 클라우드게임 서비스를 출시한 기업은 종종 있었지만, 네트워크 속도가 너무 느려 대중화에 실패했다. 다만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이란 특성을 갖춘 5G 시대에선 반전을 기대할 만했다. 5G가 느린 속도와 지연시간 문제를 해결해 주면 클라우드게임 역시 승승장구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문제는 여전했다. 5G 기반에서도 입력 지연이나 화질 저하 현상이 심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게임을 쾌적하게 즐기려면 전송속도와 지연속도가 빠른 28㎓ 대역의 네트워크가 필요했지만, 다들 알다시피 국내 이통3사가 3.5㎓ 중심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기기에 명령을 입력해도 결과가 늦게 반영되는 반쪽짜리 서비스로 전락했다”면서 “그나마 SK텔레콤이 서비스 명맥을 유지하곤 있지만 실제 이용자 수는 상당히 적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클라우드게임 서비스는 가까운 미래에도 대중화하기 쉽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말 기지국 구축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KT와 LG유플러스의 28㎓ 주파수 할당을 취소했는데, SK텔레콤 역시 최근 같은 이유로 주파수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비단 클라우드게임에서만 문제가 발생한 건 아니다. 대표적인 5G 킬러 콘텐츠로 꼽히는 메타버스나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의 현실도 클라우드게임의 사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LG유플러스가 2020년 8월 출시한 AR 글라스 ‘U+리얼글래스’가 대표적이다. 

이 기기를 쓰면 5인치 스마트폰 화면을 100인치로 볼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지난해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비싼 가격과 무거운 무게 때문에 실용성이 떨어지는 데다 누릴 만한 AR 콘텐츠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통3사가 5G 킬러 콘텐츠 발굴에 사활을 걸어왔다는 걸 고려하면 민망한 결과다. 5G는 상용화 초기부터 속도 문제로 덜컥거렸다. 이통3사가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내걸었지만 이는 허상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 이통사는 20배 빠른 속도를 내는 데 필요한 ‘28㎓ 기지국’을 구축하는 데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았다. 기대만큼의 속도를 누리지 못한 고객들이 이통3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 만큼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5G 킬러 콘텐츠는 이런 고객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꼽혔지만, 이마저도 한낱 공염불에 그쳤다. 

5G 품질소송을 대리하는 김진욱(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영상을 보거나 검색을 할 때 LTE보다 조금 빨라졌을 뿐, 이통3사가 광고에서 보여줬던 삶의 변화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3가지 특징이 있다는 5G를 언제 느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수십종에 달하는 요금제 추가 출시에도, 가입자 수 3000만명 돌파에도 5G가 여전히 매력적이지 않은 이유다. 쓸모가 없어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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