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지역개발사업 오류의 함정➊
6·1 지선 1년과 디즈니랜드
선거 때면 등장하는 단골 공약
MB 때 시작된 디즈니랜드 헛꿈
지자체 후보들의 헛된 약속들
디즈니랜드 유치할 수 있을까
그저 헛꿈을 남발한 것일까

# 선거 때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공약 하나가 있다. “디즈니랜드를 유치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에 그랬고, 지난 6·1 지방선거에서도 몇몇 후보가 디즈니랜드로 표심을 공략했다.

# 하지만 선거만 끝나면 그 달콤한 약속은 씁쓸한 뒷맛만 남긴다. 6·1 지방선거 이후 1년, 그 약속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더스쿠프의 視리즈 ‘지역개발사업 오류의 함정’ 그 첫번째 편이다. 

디즈니랜드는 수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과가 있다.[사진=연합뉴스]
디즈니랜드는 수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과가 있다.[사진=연합뉴스]

2016년 6월 16일 중국 상하이上海에 아시아 최대 테마파크인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개장했다. 미국 월트 디즈니사와 상하이 선디申迪그룹이 2011년부터 총 55억 달러(약 7조2754억원)를 투자해 조성한 이곳은 전세계 여섯번째이자 아시아에선 도쿄와 홍콩에 이어 세번째 디즈니랜드다. 

중국은 상하이 디즈니랜드 개장으로 내수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1년간 입장권 판매로만 44억 위안(약 8400억원)을 벌어들이고,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50억 위안(약 6조 6800억원)에 달할 거라는 계산도 나왔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긴 했지만, 상하이 디즈니랜드엔 개장 7년 만에 1억130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그 결과, 총 615억 위안(약 11조7400억원)의 관광 수입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뿐만 아니다. 1983년 일본 도쿄 지바현 우라야스시市에 개장한 ‘도쿄 디즈니랜드’는 개장 첫해 993만명이 방문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 방문객이 한해 29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디즈니랜드가 들어선 우라야스시는 가장 못사는 마을에서 손꼽히는 부자마을로 변신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어마어마하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5만개의 일자리를,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는 7만8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도쿄 디즈니랜드도 1만4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세계 곳곳에서 디즈니랜드를 유치하려고 열을 올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95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첫선을 보인 디즈니랜드는 현재 전세계 6개 지역(미국 캘리포니아, 미국 플로리다,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홍콩, 중국 상하이)에서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기준 ‘세계 놀이·테마파크 입장객 순위(세계테마파크엔터테인먼트협회)’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의 ‘매직 킹덤 월트디즈니월드’가 2096만3000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디즈니랜드파크(1866만6000명)’가 이었다. 도쿄 디즈니랜드와 도쿄 디즈니씨도 각각 3위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해 수천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만큼 높은 내수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거다.

[사진|뉴시스, 자료|더스쿠프]
[사진|뉴시스, 자료|더스쿠프]

그래서인지 ‘디즈니랜드 유치’는 선거 때만 되면 자주 오르내리는 공약이기도 하다. 시계추를 돌려 2002년으로 가보자.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명박 시장(당시)은 취임에 앞서 “서울에 세계적인 수준의 대단위 레저시설이 부족하다”면서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디즈니랜드를 향한 지대한 관심은 취임 후에도 계속됐는데, 틈날 때마다 그는 디즈니랜드를 언급했다. 그 발언들을 살펴보자. 

“월트 디즈니사와의 테마파크 유치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 세계적인 테마파크를 서울 근교에 건설한다는 계획을 2006년 초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2005년 9월).” “월트 디즈니 측과 디즈니랜드 서울 유치 협상을 비밀리에 추진 중이다. 전문가그룹의 자문받아 계약문제를 논의하고 있다(2005년 10월).” “1년 정도 후에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2006년 6월).”

사실 디즈니랜드 서울 유치가 당시만 해도 아주 허황된 꿈은 아니었다. 미국 월트 디즈니사는 2003년 말 테마파크 후보지로 인천 영종, 청라, 서울대공원 등을 추천받아 1년 넘게 시장성과 타당성을 따져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명박 시장은 월트 디즈니사로부터 디즈니랜드를 서울에 유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지도, 임기 중에 첫 삽을 뜨는 일도 해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디즈니랜드 유치가 무산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이명박 시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오세훈 시장은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은 아니다”면서 “계속 접촉 중”이라는 말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그 이후에 ‘디즈니랜드 유치’ 발언을 꺼내지 않은 걸 보면, 이미 그때 물 건너간 플랜이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디즈니랜드는 여전히 선거 단골 공약이다. 지역도 망라한다. 지역경제 활성화가 필요한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이를 이용하고 있다. 

2022년 6·1 전국동시지방선거(8회)에서도 그랬다. 이 선거에서 광주광역시장으로 당선된 강기정 시장은 각 대선후보 캠프에 ‘호남의 미래를 여는 7대 대선 공약’을 전달하는 것으로 본격 선거 행보에 나섰다. 그가 제안했던 7대 공약 중 두번째 공약이 바로 ‘가상과 현실의 미래 테마파크 22세기형 디즈니랜드’였다. 

그는 “청년들이 광주를 떠나는 것은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며 “어디에도 없었던 22세기형 디즈니랜드를 섬, 바다의 도시, 인구 소멸의 도시, 바로 우리 지역에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시장 선거에 나서면서도 광주시민들의 염원인 ‘복합쇼핑몰’과 ‘테마파크’를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그중 복합쇼핑몰 공약은 하나씩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모양인데, 어째 테마파크 공약은 감감무소식이다. 

강 시장은 ▲내일을 주도하는 신경제도시, ▲상상이 현실이 되는 꿀잼도시, ▲따뜻하고 촘촘한 돌봄도시, ▲언제나 어디서나 안심도시, ▲모두가 성장하는 교육도시라는 5대 목표를 위해 126개 공약과제와 173개 세부과제를 수행 중이다.

그런데 그중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은 ‘본촌산단 청년융합지구 조성’ ‘환경·교육 체험벨트’ 공약과 함께 ‘반영을 논의 중인 공약’으로 별도 분류돼 있다. 임기 1년이 가까워지는데도 아직 논의 중이란 뜻이다. 

시 관계자는 “테마파크를 조성할 경우 민간 주도로 진행해야 하는데 아직까진 관심을 나타내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강 시장의 테마파크 조성 공약 역시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이번엔 전라북도로 가보자. 강 시장과 마찬가지로 6·1 지방선거 때 당선된 김관영 지사는 이명박 시장이 그랬듯 (당선 이전부터) ‘디즈니랜드급 테마파크 유치’를 입에 달고 살았다. 후보 시절엔 “윈윈(win-win) 전략을 세워서 디즈니랜드를 설득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임사에선 “새만금 도약과 균형발전을 추구할 것”이라며 “신산업·관광 복합도시 조성,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 대규모 복합테마파크 조성, 국제학교 유치를 통해 기업과 사람을 새만금으로 불러올 새로운 모멘텀을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디즈니랜드’란 단어만 쏙 빼놓은 채 테마파크 유치 플랜을 거듭 띄웠다. “새만금 테마파크 유치는 제가 한 공약이고 새만금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내년(2023년) 말 테마파크를 확정 지을 것이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사진 위)의 테마파크 조성 공약은 논의 중이다.[사진=뉴시스] “디즈니랜드를 설득하면 유치할 가능성이 있다”던 김관영 지사는 “디즈니랜드로 못 박은 건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다.[사진=뉴시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사진 위)의 테마파크 조성 공약은 논의 중이다.[사진=뉴시스] “디즈니랜드를 설득하면 유치할 가능성이 있다”던 김관영 지사는 “디즈니랜드로 못 박은 건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다.[사진=뉴시스]

하지만 그의 공약도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이번엔 지난해 10월 17일 열렸던 제395회 전라북도의회 본의회의 회의록을 열어보자. 

김대중 의원(더불어민주당) : “디즈니랜드를 유치한다고 하셨는데 이게 가능한 사업입니까?” 
김관영 전북도지사 :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가 좀 더 과감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 집요하게 또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당히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제시한 것입니다.”
김 의원 : “전라북도의 새만금에 디즈니랜드가 오기에는 주변적 환경, 인구 등 여러 가지 환경이 부족합니다.”
김 지사 : “제가 디즈니랜드라고 못 박지는 않았습니다.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를 유치하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디즈니랜드에 국한하지 않고 디즈니랜드와 거의 비슷한 종류의 성과를 가진 유명한 테마파크들과 접촉해서 그 일을 해결해내겠다는 취지로 이해를 해 주십시오.” 


김대중 의원은 김 지사가 후보 시절부터 공약했던 ‘디즈니랜드 유치’가 실현 가능한지 물었고, 김 지사는 “과감한 목표를 제시한 것” “디즈니랜드에 국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도민들이 디즈니랜드라고 믿었던 건 ‘꾸준히 노력하기 위해 제시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가 돼버린 셈이다.|

남재걸 단국대(행정학) 교수는 “달성 가능성을 열어놓는 정치적 공약을 내세울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당선 이후에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나중에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 지사는 꼭 디즈니랜드가 아니더라도, 그와 유사한 성과를 가진 테마파크 유치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전라북도의 테마파크 유치 계획은 현재까지 어떤 진척도 없다.

오는 8월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개최한 뒤 이 부지를 대상으로 테마파크 사업자 공모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이건 말 그대로 어디까지나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임기 내에 국내외 테마파크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로선 답보상태다”면서 “테마파크는 대규모로 조성되는 거라 적합한 부지를 알아보고, 민간 투자 유치도 알아보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가 삼성, 롯데월드가 롯데 소유라는 걸 생각하면 그만한 대기업이 움직여야 사업성이 있을 텐데, 과연 누가 관심을 보일지도 미지수다. 디즈니랜드 유치를 공언했지만 임기 내에 어떤 약속도 받지 못했던 누군가의 공약空約이 오버랩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6·1 지선이 끝난지 1년여가 흘렀다. 당시 쏟아졌던 공약 중 구체화 과정을 밟고 있는 건 얼마나 될까. [사진=뉴시스]
6·1 지선이 끝난지 1년여가 흘렀다. 당시 쏟아졌던 공약 중 구체화 과정을 밟고 있는 건 얼마나 될까. [사진=뉴시스]

무엇보다 한국에 디즈니랜드가 들어올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일본, 홍콩, 중국 등 주변 국가에 디즈니랜드가 있는 데다 국내엔 이미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란 걸출한 테마파크가 있어서다. 월트 디즈니사에 한국은 그다지 매력적인 곳이 아닐 수 있다.

어떻게든 디즈니랜드를 들여온다고 그것이 꼭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장담도 할 수 없다. 미국, 일본, 중국에선 성공했지만 프랑스 디즈니랜드는 운영비와 임금 부담 탓에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홍콩 디즈니랜드는 2005년 개장했지만 2013년에야 첫 흑자를 냈다. 그런 위험부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자체 수장들이 표를 얻기 위해 뱉은 공약은 디즈니랜드 말고도 많다. 누군가는 월 100만원씩 양육수당을 주겠다고 공언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수십조원에 이르는 국책사업을 이미 유치한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하루 밥 벌어 먹고사는 게 힘겨워지고, 수도권 지역과 격차가 벌어지는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기대하며 유권자들은 속는 셈 치고 그에게 한 표를 던진다.

이쯤에서 우려되는 건 혹시, 다음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디즈니랜드 카드를 꺼내는 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지난 임기 동안 기반을 닦아놓았으니 이번엔 확실하다”면서 말이다. 그때 유권자가 그 달콤한 허풍에 또 속을진 모르겠지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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