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ㆍ열정ㆍ소통의 리더 이순신㉒
요즘 젊은층이 생각하는 공정
잘못엔 보수든 진보든 용납 안 해
코인에 매몰된 의원에게 등 돌려

“수사기관이 짜놓은 판이다.” 압수수색을 하거나 영장만 발부되면 거대 야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말이다. 자신들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수사기관이 온갖 술책을 부리고 있다는 아우성이다. 물론 수사기관이 ‘살아 있는 권력’에도 예봉을 휘두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거대 야당 사람들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는지’도 잘 모르겠다. 

김남국 의원은 모든 의혹을 털어내고 복당할 수 있을까.[사진=뉴시스]
김남국 의원은 모든 의혹을 털어내고 복당할 수 있을까.[사진=뉴시스]

이순신은 두번째 출정부터 전라우수영과 연합 함대를 꾸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6월 3일까지 전라우수영에 합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원균의 긴급한 요청 때문이었다.

전라우수영 함대가 여수로 합류하기 전인 5월 27일 원균으로부터 “왜군 10여척이 사천 근처로 다가와서 아군 병선들은 노량으로 이동했으며, 구원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상식상 선택의 기로에 섰다. 서둘러 지원에 나서야 했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출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순신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원균의 긴급 구원요청에 예정보다 사흘 먼저 2차 출정을 감행한 이순신 함대의 전투선 규모는 거북선을 포함해 23척. 이날 처음 출전한 거북선을 나름대로 정의하자면 ‘기선 제압용 돌격 함선’이라고 할 수 있다.

원균은 3척을 끌고 와 노량 해협에서 합류해 사천포구 쪽으로 이동했다. 이동 중에 발견된 왜군 대선 1척을 가볍게 불태워버리고 사천 선창에 이르자 해안 절벽 위에 400여명 규모의 적군이 진을 치고 있었다. 

왜적은 이순신의 함대를 발견하자 아군 수군이 가깝게 접근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칼을 치켜들며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통찰의 순신은 여기서 유인술을 펼치기로 했다. 마침 썰물 때여서 덩치가 큰 판옥선으로 가까이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짐짓 공격하는 척 활과 총통을 발사했다. 적과의 거리가 멀어 큰 효과를 내지 못할지언정. 그러자 왜군은 병력을 반으로 나눠 절반은 절벽 위에서 조총으로 응사를 했고, 나머지 절반은 함선에 탑승, 전투 준비를 했다. 왜군은 과연 이순신이 펼쳐놓은 ‘유인술’에 걸려들었을까. 

잠깐 오늘날 이야기를 해보자. 유인술이라 함은 ‘주의나 흥미를 일으켜 꾀어내는’ 기술을 말한다. 한마디로 덫을 쳐놓고 걸려들길 바라는 게 ‘유인술’이다. 이를 지금의 현실 정치판에 적용하면 이쯤 될 성싶다. 서슬 퍼런 수사기관이 한 의원이 ‘코인’을 즐긴다는 첩보를 입수한다. 수사기관은 그 의원이 상임위원회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코인을 사고판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가 코인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준다. 

일종의 유인술이다. 결국 그 의원은 수사기관이 파놓은 덫에 걸려들어 코인 거래를 한다. 이 사실을 인지한 수사기관이 보고서를 만든 다음 언론에 흘린다. 구멍 난 양말을 신고 다닌다고 자신을 포장해온 그가 거액의 코인 거래를 해왔다는 게 알려지고,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는다.

어떤가. 이게 가당키나 한 시나리오인가. 그런데 그 의원은 같은 성향의 유튜브에 출연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정부의 실정을 (나의 코인) 이슈로 덮기 위해 의도적으로 흘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국가기관이나 수사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얻어서 (최초) 기사를 쓴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젊은층은 잘못하지 않은 이에게 삿대질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보수든 진보든 용납하지 않는다. 이게 젊은층이 생각하는 공정의 요체다. 그런 젊은층이 ‘코인에 매몰된’ 의원에게 등을 돌렸다면, 그에게 최소한 ‘일말의 잘못’쯤은 있다는 얘기다.

왜 그걸 모르는가. 그는 “탈당해서 모든 의혹을 홀로 광야에 서서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광야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같은 쪽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지지를 보내는 곳이 그가 말하는 광야일까. 

자! 다시 유인술을 펼쳤던 이순신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순신은 뱃머리를 돌려 퇴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일사불란하고 노련한 왜군은 여기에 걸려들지 않았다. 여전히 절반은 높은 절벽 위에 머물러 있었고, 함선에 탄 병력들은 꼼짝하지 않고 수비 작전을 펼쳤다.

순신의 퇴각 명령에 군관 송한련이 항의했다. “적장과 적선이 눈앞에 있는데 왜 빠져야 한단 말이오.” 녹도만호 정운, 광양현감 어영담, 전 만호 송희립 같은 맹장들도 싸우지도 않고 퇴각하는 걸 불만스럽게 여겼다. 

경상우수사 원균은 이운룡을 돌아보며 “이순신도 겁을 내어 달아나네”라며 비웃었다. 그러나 경상우수영의 이운룡은 “저간에 필시 계책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대꾸를 하지 않았다. 

순신이 퇴각을 재촉했던 까닭은 뭘까. 적의 입장에서 보자. 일단 불리하면 육지로 도망가면 그만이다. 아군의 입장에서는 수심이 얕은 곳에서 장시간 맞붙어 싸우다 보면 조수에 따라 어떤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판옥선의 밑창이 암초에 걸리거나 개흙에 박혀서 꼼짝 못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순신의 함대의 후퇴 거리가 좀 더 멀어지자 왜군은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부 함선이 바다 쪽으로 나오고, 절벽 위에서는 대포를 쏘아대면서 기세를 올렸다. 이런 광경을 본 순신의 휘하 지휘관들은 또다시 적과 싸우길 청했다. 그러자 순신은 의미심장한 미소만 띠었다. 자신의 장졸이 싸울 뜻이 강하고, 적병이 오만하면 승산이 높기 때문이다. 

왜군이 기세를 올리며 공격해왔지만 이순신은 때를 기다렸다가 진격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왜군이 기세를 올리며 공격해왔지만 이순신은 때를 기다렸다가 진격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드디어 때가 왔다. 저녁 밀물이 시작되자 기다리던 순신은 뱃고동 같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뱃머리를 돌려 들어오는 조수를 따라 진격하라!” 전라우수영과 경상좌수영의 함대는 일제히 키를 돌려 사천 포구로 돌진했다. 

거북선 2척이 돌격 선두에 나섰다. 왜군은 처음 보는 괴상한 함선에 대해 무지했다. 마치 조선의 고위 공직자들이 왜적의 전투력과 조총에 대해 무지했던 것처럼. 거북선이 돌진해오자 왜군은 조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총알은 튕겨 나가거나 박히기만 했다.

거북선이 왜적 함선의 옆구리를 들이받자 ‘우지직’하며 선체에 구멍이 나고 바닷물이 폭포수처럼 밀려 들어갔다. 적진으로 깊게 파고든 거북선이 이번엔 연기와 화염을 토하며 직사포를 쏘아대자 근거리에 있던 적 함선이 박살 났다. <다음호에 계속> 

이남석 더스쿠프 발행인
cvo@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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