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전기요금 월 3000원 오른다지만
사용량 같을 때 전월과 비교한 것
빌라에 사는 진씨네 계산은 달라
전년 8월과 올해 8월 비교해보니
356㎾h 사용 시 1만3000원 인상
전기레인지 쓰면 4만6894원 인상
‘냉방비 폭탄’ 전혀 근거 없지 않아

전기요금을 비교할 때 전월을 보시나요? ‘지난해 여름에 얼마 썼는데 올해 여름엔…’ 이렇게 생각하진 않나요? 얼마 전 전기요금을 인상한 정부는 월 3000원가량(332㎾h 사용 기준) 오를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누군가는 ‘이 정도라면’이라고 안심했겠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해 여름으로 비교 시점을 넓히면 인상분은 월 1만원을 훌쩍 넘어갑니다. 더스쿠프가 진씨네 가계를 통해 실제 인상분을 계산해 봤습니다. 

올해 1분기 대비 전기요금 인상액은 크지 않다. 하지만 전년 대비 인상률은 27.1%에 달한다.[사진=뉴시스] 
올해 1분기 대비 전기요금 인상액은 크지 않다. 하지만 전년 대비 인상률은 27.1%에 달한다.[사진=뉴시스] 

“16일부터 전기요금이 ㎾h당 8원 오를 예정입니다. 월 전기요금 인상액은 4인 가구 평균 전력사용량인 332㎾h를 기준으로 3000원 정도입니다.” 지난 15일 저녁 뉴스에 이런 내용이 흘러나왔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진영희(51ㆍ가명)씨는 뉴스를 보다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물가는 오를 대로 올랐는데, 수입은 그대로였으니 당연합니다. 남편과 함께 자녀 둘을 키우며 깐깐한 살림꾼으로 살던 진씨는 곧바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인상액이 3000원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였죠. 

더구나 진씨네가 사는 곳은 일반 빌라입니다. 이런 경우 저압용 전기를 사용하게 되는데, 고압용 전기를 사용하는 아파트보다 전기요금이 더 비싸 전기요금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 올해 1분기 전력요금표(주택 저압용)를 기준으로 하면 332㎾h 사용 시 6만3570원을 냅니다. 그런데 이제는 같은 전력량을 사용하면 3020원 오른 6만6590원을 내야 합니다. ㎾h당 단가를 단순계산하면 8원보다는 더 오르는데, 이는 인상분에 부가세와 전력기반기금 등이 붙기 때문입니다.] 

계산기를 두드리던 진씨는 먼저 지난해 8월 전기요금 지출 내역을 살펴봤습니다. 모든 고지서를 최소 2년은 모아두는 진씨의 성격 덕분에 내역을 쉽게 찾았습니다. 전기사용량은 356㎾h, 4만8510원의 요금을 냈습니다.[※참고: 7~8월 요금은 요금체계가 달라 평월보다 좀 더 저렴했습니다.]

지난해 8월 고양시 가구 평균 전기사용량이 364.5㎾h였다는 걸 감안하면 전기를 꽤 많이 절약했습니다. 뿌듯해하던 진씨는 내친김에 어떤 가전제품들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지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야 전기요금 인상에 대비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고지서엔 어떤 제품이 ‘전기 먹는 하마’인지 적혀 있지 않습니다. 진씨는 가전제품의 목록을 만든 다음, 각 제품에 붙어 있는 정격소비전력을 찾아 적었습니다. 간혹 소비전력이 나와 있지 않거나 꺼내서 보기 힘든 제품들은 일일이 제품명을 검색했습니다.

전력 소모가 큰 가전제품 하나만 장만해도 누진요금이 적용될 수 있다.[사진=뉴시스] 
전력 소모가 큰 가전제품 하나만 장만해도 누진요금이 적용될 수 있다.[사진=뉴시스] 

그래도 소비전력을 알 수 없는 제품들은 일반적인 가전기기별 전력소비량을 적용했습니다. 여기에다 평소 생활 습관들을 기억해 가전제품들의 사용횟수와 사용일수도 기입했습니다. 이렇게 일일이 세분화해 다시 전기사용량을 계산해보니 월 353.5㎾h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정확한 사용 내역은 알기 힘든 데다, 수시로 충전해서 사용하는 휴대전화ㆍ태블릿PCㆍAI스피커 등을 비롯해 간간이 사용하는 프린터 등을 제외한 탓인지 2.5㎾h의 오차가 생긴 듯합니다. 이에 따라 2.5㎾h의 오차는 기타 항목으로 묶고, 표➊처럼 내역을 산출했습니다. 

역시 전기를 가장 많이 먹은 제품은 에어컨입니다. 8월 한달간 에어컨이 먹은 전기만 108.0㎾h입니다. 그나마 이마저도 아끼고 아낀 결과입니다. 진씨네 집에선 에어컨을 7~9월 석달만 사용하고, 하루 2시간 이상 사용하지 않습니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여름철을 7~9월로 한정할 때 월평균 에어컨 전기사용량은 223㎾h(연간 669㎾h)입니다. 이를 감안하면 진씨네 에어컨 사용량은 절반에 불과한 셈입니다.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선풍기를 함께 사용한 것도 나름의 비결입니다.

다음으로 전기사용량이 많은 제품은 양문형 냉장고입니다. 한달간 43.2㎾h의 전기를 사용했습니다. 선풍기도 전기를 꽤 잡아먹었습니다. 사용시간이 하루 2시간을 넘기지 않았는데도 36.0㎾h나 됩니다.

지난해에 장만한 식기세척기도 30.0㎾h로 전기사용량이 만만찮습니다. 안방에 걸린 벽걸이 에어컨이 26.4㎾h였습니다. TV(65인치)와 김치냉장고, 건조기는 각각 24.0㎾h, 21.6㎾h, 16.0㎾h로 나타났습니다. 

표를 가만히 살펴보던 진씨는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전기요금을 줄이려면 전기사용량이 많은 제품의 사용량을 줄여야 하는데, 막상 줄일 게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도 냉방기기는 남들보다 덜 썼고, 맞벌이를 유지하려면 식기세척기는 필수입니다. 빨래를 널 곳이 마땅치 않으니 건조기도 필수 가전입니다.

기껏해야 벽걸이 에어컨과 TV 사용시간을 좀 더 줄이는 게 해결책입니다. 이제는 온 식구가 쓰지 않는 가전제품의 코드를 뽑는 것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멀티탭도 바꿔야 할 듯합니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나름의 전략을 짜고 나니 진씨는 이제 다가올 올해 8월의 전기요금이 궁금해집니다. 한전이 제공하는 전기요금표를 살펴봤습니다. 진씨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아직 인상된 요금이 적용되지 않은 올해 1분기 기준 요금표를 보니 지난해와 같은 356㎾h를 사용할 경우, 5만8830원을 낸다고 돼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8월보다 1만320원을 더 낸다는 겁니다.

여기에 이번에 정부가 올린 인상분(㎾h당 8원)을 적용해보니 요금은 6만1678원으로 나옵니다. 지난해 8월보다 1만3168원을 더 내야 합니다. 인상률은 27.1%에 달합니다(표➋). 물론 단순계산한 결과여서 인상분에 붙는 부가세 등을 포함하면 조금 더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에선 3000원이 더 오를 거라는데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실 뉴스에서 말하는 인상분 3000원은 올해 1월 1일부터 5월 15일 전기요금이 오르기 직전까지 월 332㎾h를 사용한 가구의 전기요금이 16일 이후 얼마나 오르는지를 계산한 겁니다. 그러니 1년 전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에 전기요금을 ㎾h당 7.4원 올렸고, 올해 1월부터는 ㎾h당 13.1원을 더 올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356㎾h를 사용하는 진씨네 집은 당연히 332㎾h를 사용하는 가구보다 전기요금이 더 많이 나옵니다. 

중요한 건 요금이 오를 때마다 언론에선 직전 요금으로, 평균치만으로 비교하다 보니 실제 요금이 얼마나 오르는지 체감하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요금이 오르고, 자동결제를 하니까 실제 인상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지난겨울 ‘난방비 폭탄’도 지난해 슬금슬금 오른 가스요금 때문이었죠. 

문제는 진씨가 조만간 가스레인지를 전기레인지로 바꿀 예정이라는 겁니다. 여름철 가스레인지 앞에서 요리하는 게 싫은 것도 이유지만, 가스레인지가 여름엔 내부 온도까지 올려놓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비전력이 3.4㎾h에 달하는 전기레인지는 하루에 1시간씩만 사용해도 월 102.0㎾h의 전력을 소모합니다. 

이 말은 찜통더위가 예상되는 올해 8월에 냉방기기는 더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진요금을 적용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행 제도에선 월 전기사용량이 400㎾h(7~8월엔 450㎾h)를 초과하면 누진요금을 적용받습니다.

전기요금 인상률은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봐야 체감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전기요금 인상률은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봐야 체감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그런데 진씨네 경우, 지난해 8월 전기사용량(356㎾h)에 전기레인지 전기사용량(102.0㎾h)을 더하면 458㎾h로 450㎾h가 훌쩍 넘어갑니다. 월 458㎾h의 전기를 사용하고, 인상분에 더해 누진제까지 적용한 전기요금은 얼마일까요. 대략 9만5404원입니다. 

종합하면 진씨네 가구는 올해 전기레인지 하나를 놓기만 하면 지난해 8월보다 4만6894원(96.7%) 오른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게 될 거라는 얘기입니다.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았을 때 전년 대비 전기요금 인상액의 3.6배입니다.

에어컨 사용일수라도 줄여야 하는 진씨네는 올해 여름이 더 더울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저압용 전기보다 15% 정도 더 싼 고압용 전기를 쓸 수 있는 대단지 아파트로 이사할 때까지는 말이죠.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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