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용산어린이정원 가보니…
언제나 열린 공원과 달리
오후 6시에 문 닫는 정원
완전반환 후 진짜 공원까지
필요한 최소 시간은 7년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옮겼고 반환 예정이던 미군기지를 서둘러 공개했다. ‘오염된 토양이 시민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지적을 의식한 윤 정부는 잔디 이식 등으로 토양을 덮은 채 1년 만에 일부 공간을 열었다. 하지만 여전히 공원은 아니다. 오후 6시가 되면 문을 닫는 ‘용산어린이정원’이다. 더스쿠프가 그곳을 가봤다.

정부는 미군 기지 완전반환 후 공원 조성까지 최소 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미군 기지 완전반환 후 공원 조성까지 최소 7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5월 4일 용산 대통령실 앞 미군 반환부지가 다시 문을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기에 ‘용산어린이정원’이란 이름을 붙였다. 지난해 6월 시범 개방 후 약 1년 만이다. 2023년 5월 4일 문을 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5월 5일이 어린이날이니 그보다 하루 앞선 날에 용산어린이정원을 공개하려면 5월 4일 문을 열어야 했다.

1년 전에도 그랬지만 ‘대통령실 앞 미군 반환부지’를 국민에게 공개한다는 점에서 비판이 잇따랐다. 환경단체는 2021년 환경부(한국환경공단)가 발표한 보고서를 근거로 반환부지 내 “‘토양 오염’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반환부지를 관할하는 국토부는 “‘대기 중’에는 오염 물질이 없다”면서 반박성 보도자료를 내놨다. ‘토양’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공기’로 답한 셈인데, 토양 오염을 꼬집은 의견에는 “잔디ㆍ꽃 등으로 땅을 덮어 방문객과의 직접 접촉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기 중 오염’은 일반 수준이라고 발표했지만 토양의 오염 정도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위험한 토양은 ‘덮었다’는 게 핵심이었고, 용산어린이정원은 깊어가는 우려 속에서 문을 열었다.

2022년 6월 시범개방이 끝난 후 2023년 5월 문을 열기까지 미군 반환부지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펜스에 가려져 있었다. 1년 만에 다시 열린 이곳은 무엇이 바뀌었을까 찾아가 봤다.

용산어린이정원에 가기 위해선 2022년 6월 시범개방 때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사전 예약을 해야 했다. 입구에서 예약문자를 확인하기 때문에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는 필수다. 입구에서 예약문자를 안내직원에게 보여주자 “종합안내센터로 먼저 가주세요”란 말이 돌아왔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건물인 ‘종합안내센터’는 안내와 출입을 모두 담당하는 곳이다. 종합안내센터에 들어가자 용산어린이정원을 소개하는 팸플릿이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팸플릿에는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용산공원 반환부지 임시개방’이란 문구가 붙어 있었다. 최종 목표는 공원이고, 1년 전 시범개방과 마찬가지로 용산어린이정원 역시 엄밀하게 말하면 공원 개장 전 중간 단계였다.

1년 전과 달라진 것도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지하철역이나 공공시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전 게이트였다. 교통카드나 출입증을 찍으면 열리는 일반적인 게이트와 달리 종합안내센터의 회전 게이트에서는 신분증을 제출하고 얼굴 인식 절차를 거쳐야 했다.

용산 미군 반환부지는 1년 만에 '용산어린이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임시개방했다. 빨간줄은 기자가 이동한 동선이다.[사진=용산어린이정원 제공]
용산 미군 반환부지는 1년 만에 '용산어린이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임시개방했다. 빨간줄은 기자가 이동한 동선이다.[사진=용산어린이정원 제공]

그다음으로는 소지품의 금속탐지검사가 이뤄졌다. 이 과정까지 모두 마쳐야 용산어린이정원에 입장할 수 있었다. 만 12세 이하의 어린이라면 신분증을 제시하는 절차는 필요하지 않다. 다만 입장시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로 발송된 예약문자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본인의 휴대전화가 없다면 보호자와 동반 입장해야 한다.

종합안내센터를 나오자 1년 전에 봤던 콘크리트 길이 보였다. 홍보관과 도서관처럼 사용되는 ‘용산 서가’가 종합안내센터 다음으로 보였다. 용산 서가에서 동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전시관을 지나 용산어린이정원의 중앙 잔디밭과 가까워진다. 대통령실이 있는 곳이다.

사실 윤석열 정부가 미군 반환부지를 서둘러 개방하려 했던 이유는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에서 나와 ‘제왕적 대통령에서 탈피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한마디로 국민과 가까워지겠다는 의도였는데, 이를 의식했는지 용산어린이정원에는 잔디밭과 마주한 카페테라스가 있었다. 몇몇 언론의 보도처럼 카페테라스에 앉았을 때 대통령실은 보이지 않았지만, 잔디밭은 한눈에 들어왔다. 

평일 이른 오전 시간이었기 때문에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어린이를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평일 오전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노년층 방문객이 더 많았다.

어린이들을 마주칠 수 있는 곳은 국립중앙박물관과 붙어 있는 스포츠필드였다. 어린이정원 오픈 기념으로 열린 유소년 야구 대회가 한창이었다. 윤 대통령이 심판을 봤다는 바로 그 대회다. 어린이 야구장과 축구장이 있는 스포츠필드 역시 용산어린이정원 사전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

스포츠필드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용산어린이정원의 부출입구가 나온다. 정원 밖으로 나갈 때도 다시 한번 신분증을 검사해야 한다. 이곳이 ‘공원’이 아니라는 걸 다시 실감하는 순간이다.

1년 전만 해도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기관, 시민단체, 그리고 평범한 시민들은 이곳을 모두 ‘용산공원’이라고 불렀다. 1990년대에 반환받은 미군 골프장은 ‘용산가족공원’이 됐다.

이번에 반환받은 이 부지의 최종 목표도 정식 ‘용산공원’의 조성이다.[※참고: 2020년 국토교통부는 2011년 고시했던 용산공원 조성지구를 국립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 용산가족공원, 군인아파트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변경고시했다.]

정부는 미군 기지의 완전반환 후 토양 정화를 거쳐 공원 조성까지는 최소 7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지금의 반환부지는 ‘공원’이라는 이름 대신 ‘정원’이라고 불린다. 

공원은 원래 예약도 없고 출입의 제한도 없다. 한강공원, 남산공원, 서울숲이 모두 그렇다. 공원에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지도 확인하지 않는다. 미군 기지가 완전히 반환돼 공원으로 조성된다면 이런 출입 절차도 과거의 사건이 될 거다.

하지만 그때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 ‘어린이’를 위한 이름이 붙었지만 용산어린이정원이 어린이들이 원할 때 가고 나올 수 있는 진짜 ‘공원’이 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단 거다. 최소 7년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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