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맥심 보유한 동서식품 새 도전
인스턴트 커피 시장 성장 한계
카누 바리스타, 캡슐커피 도전
신사업과 경영진 교체 맞물려
후발주자 한계 극복할 수 있나

믹스커피 시장의 절대강자 동서식품이 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2월 캡슐커피 ‘카누 바리스타’를 론칭하면서다. 12년 전 실패했던 캡슐커피 시장에 다시 한번 출사표를 던졌다. 공교롭게도 신시장 개척에 나선 직후 오너 2세 김석수 회장이 복귀했고, 10년 만에 대표도 변경됐다. 동서식품으로선 캡슐커피 시장을 거머쥐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셈인데, 그만큼 부담감도 높아졌다.

동서식품은 믹스커피 ‘맥심(1980년)’에 이어 원두커피 ‘카누(2011년)’를 출시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해 왔다.[사진=뉴시스]
동서식품은 믹스커피 ‘맥심(1980년)’에 이어 원두커피 ‘카누(2011년)’를 출시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해 왔다.[사진=뉴시스]

믹스커피 브랜드 ‘맥심(Maxim)’으로 널리 알려진 동서식품이 새로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2월 캡슐커피 브랜드 ‘카누 바리스타’를 론칭하면서다. 카누 바리스타는 ▲캡슐커피 머신(2종), ▲전용캡슐(8종)·타사기기 호환캡슐(6종)로 구성했다. 

카누 바리스타를 알리기 위해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 스토어도 진행했다. 체험형 공간으로 꾸려진 ‘카누 하우스’에는 3월 25일~5월 21일 두달간 6만여명이 다녀갔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카누 하우스가 MZ세대 사이에서 꼭 방문해야 할 공간으로 꼽힐 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동서식품이 캡슐커피 시장에 뛰어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글로벌 기업 ‘보쉬’ ‘크래프트푸드’ 등과 손잡고 캡슐커피 브랜드 ‘타시모’를 선보였다. 하지만 당시 국내 캡슐커피의 소비자 인지도가 낮았던 탓에 동서식품은 캡슐커피 시장에 안착하는 데 실패했다. 

동서식품이 12년 만에 캡슐커피 시장에 다시 진출한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커피 시장의 경쟁이 너무나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한집 건너 한집이 커피전문점인 데다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를 선호하는 소비자도 숱하다. 동서식품이 믹스커피 시장점유율 1위(87.9%·2022년 상반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지만 성장이 정체됐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유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동서식품의 연 매출은 1조5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엔 매출 1조6151억원, 영업이익 1601억원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동서식품은 카누 바리스타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 수 있을까. 가능성만큼 우려 요인도 적지 않다. 

■ 강점➊ 높은 인지도 = 언급했듯 동서식품이 믹스커피 시장점유율의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건 강점 중 하나다. 높은 인지도를 캡슐커피로 끌어올 수 있어서다. 

동서식품이 그동안 소비자 취향 변화에 발맞춰 시장에 대응해 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가령,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믹스커피를 찾던 소비자들이 원두커피를 선호하자 동서식품은 인스턴트 원두커피 브랜드 ‘카누(2011년 론칭)’를 출시해 대응했다. 그런 카누는 맥심에 이어 동서식품의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 강점➋ 소비자 조사 = ‘네스프레소(네슬레코리아)’ ‘일리(일리커피코리아)’ 등 캡슐커피 시장에 먼저 자리 잡은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꾀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동서식품은 캡슐커피를 개발한 3년 동안 소비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일례로 “시중 캡슐커피의 양이 부족해 2개의 캡슐을 사용한다” “추출되는 커피양이 부족해 물을 추가로 부어야 한다” 등 기존 캡슐커피를 이용해본 소비자의 불만을 제품에 반영했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캡슐커피 중량이 5g 안팎인 반면 카누 바리스타 캡슐커피의 중량은 9.5g에 달한다. 에스프레소보단 주로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에게 맞춰 추출 용량을 최대 260mL(따뜻한 아메리카노 기준)까지 늘렸다. 

하지만 동서식품이 지닌 몇몇 장점이 신사업의 성공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카누 바리스타의 성공 여부에 물음표를 달 만한 변수도 적지 않다. 하나씩 살펴보자. 

■ 우려➊ 호환 불가 = 무엇보다 카누 바리스타 머신엔 타사 캡슐커피를 넣을 수 없다. 카누 머신에는 오로지 카누 캡슐커피만 사용할 수 있다는 거다. 이는 동서식품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동서식품으로선 자사 캡슐커피 머신을 구매한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캡슐커피를 판매하는 게 가능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소비자가 구매를 꺼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주부 김나경(34)씨는 “시중에 판매하는 캡슐커피 대부분은 ‘네스프레소 머신’과 호환이 가능하다”면서 “카누 바리스타는 캡슐커피 선택의 폭이 좁아 구매하기에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캡슐커피의 호환 여부는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캡슐커피 이용 관련 설문조사 결과(2021년)에 따르면, ‘다른 캡슐커피 머신과 호환 불가(56.8%)’가 가장 큰 불편함으로 꼽혔다. 

[사진|뉴시스, 자료|더스쿠프]
[사진|뉴시스, 자료|더스쿠프]

■ 우려➋ 새로운 채널 = 카누 바리스타를 성공시키기 위해 새로운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예컨대 주로 집에서 이용하는 캡슐커피는 반복적으로 캡슐 폐기물이 발생한다. 경쟁 브랜드인 네스프레소가 ‘캡슐 회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다. 특히 환경을 보호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이런 회수 프로그램은 소비자가 캡슐커피 머신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동서식품이 맥심·카누 등 커피 제품을 유통해 왔지만 캡슐커피는 채널도 방식도 다르다”면서 “또다른 유통망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그에 따른 투자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카누 바리스타를 출시한 직후 동서식품엔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 3월 오너 2세인 김석수 회장이 경영에 복귀했다. 일신상의 이유로 퇴임한 이광복 전 대표 자리에 동서식품 김광수 마케팅 총괄부사장(현 대표)이 앉으면서 동서식품 대표도 10년 만에 교체됐다. 그만큼 동서식품은 올해 대반전을 꾀하고 있다는 얘기다. 동서식품의 새 도전은 과연 어떤 결과를 맞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