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회장님은 고점 판독기➋
내부자 주식 매각 후폭풍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주가폭락 사태와 대주주 매도
내부자가 팔면 떨어지는 주가
주가 하락 손실을 떠안은 개미
평균 -30% 넘는 등락률 기록

SG발 주가조작사태, 조광lLl·신풍제약·부광약품·카카오페이의 주가급락사태…. 여기에 공통적으로 숨어 있는 건 기업 내부자가 일반투자자들에게 공지하지 않은 채 주식을 매도해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에선 왜 이런 일이 끊이지 않은 걸까. 기업 내부자의 깜깜이 주식 매도를 막을 방도는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더스쿠프 視리즈 ‘회장님은 주가 고점 판독기’ 두번째 편에서 그 사례들을 먼저 훑어봤다.

기업 내부자가 주식을 판 후 주가가 곤두박질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기업 내부자가 주식을 판 후 주가가 곤두박질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2021년 11월 3일 A사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전부터 투자자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고, 시초가(18만원)는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공모가(9만원)의 2배로 시작했다. 따상(공모가 두배로 시작한 시초가가 상한가 기록·공모가의 2.6배 상승)엔 실패했지만, 첫날 주가 상승률은 7.22%를 기록했다.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했다. 예상대로 주가는 상승세를 탔고, 상장 19일 만인 11월 29일 23만8500원으로 치솟았다. 시초가 대비 32.5%나 오른 수치였다.  

여기에 A사가 코스피200 지수 편입이 결정되면서 기대감은 더 커졌다. 코스피200 등 지수에 편입되면 수급이 개선돼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투자자의 기대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거품이 됐다. 코스피200 편입일인 2021년 12월 10일 A사 대표를 포함한 8명의 임원이 주식을 대량 매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들이 팔아치운 주식은 44만주가 넘었다. 

대표와 주요임원의 주식 매도 소식에 주가는 하락세를 탔고, 그해 12월 중순부터 시초가인 18만원을 밑돌았다. 눈치 빠른 이라면 A사의 실체를 알아챘을 거다. 맞다. A사는 카카오페이다. 사례로 뽑은 이야기는 카카오페이 ‘먹튀 사건’이다.

당시 카카오페이는 “스톡옵션을 한꺼번에 행사하면서 벌어진 일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은 아니다”고 항변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개미만 호구가 됐다” “기업을 믿었는데 뒤통수 맞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공교롭게도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먹튀 사건’을 기점으로 더 빠르게 떨어졌다. 지난 23일 카카오페이 주가는 5만7900원을 기록했다. ‘먹튀 사건’에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겹치면서 성장주가 소외받은 결과였다. 지난해 3월 취임하며 “주가가 20만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공언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의 말만 공허한 메아리처럼 남았다. 

■ 고점에 주식 판 내부자들 = 주식시장에선 상장사의 최대주주, 대표이사, 임직원을 부르는 말이 따로 있다. 바로 ‘주가 고점 판독기’다. 이들이 기업의 주식을 팔면 주가가 이내 곤두박질친다. 기업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대주주, 경영진, 임원의 주식 매도가 악재 중 악재로 작용한다는 것에서 나온 말이다.

앞서 언급한 카카오페이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2021년 24만원을 넘보던 주가는 최근 5만원대로 떨어졌다. 고점 대비 주가등락률은 -76.7%에 이른다. 

대주주와 대표 등 내부인의 주식 매도가 논란을 일으킨 사례는 숱하다. 몇몇 사례를 살펴보자. 2019년 산업용 밸브 제조업체 조광ILI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외국인투자자의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은 결과였다. 국내 대기업과의 공급계약 소식도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그해 1월 4855원이었던 주가는 상승하기 시작했고, 2월부턴 신고가를 연일 경신했다. 5월 중순 이후엔 1만1000원대를 웃돌았다. 2019년 5월 23일 주가는 1만1450원, 연초 대비 235.8% 상승했다. 대박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조광ILI의 갑작스럽게 하한가를 찍었다. 

주가를 끌어내린 이슈는 대주주의 주식매도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당시 대주주의 특수관계인 7명은 5월 24일 이 회사의 주식 100만주(전체 주식 수의 10%)를 장외시장에서 매도했다. 이들의 주식 매도 소식에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주가는 5거래일 만에 반토막이 났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엔 제약회사가 대주주의 주가 매도 소식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표적 사례는 신풍제약과 부광약품이다. 우선 신풍제약부터 살펴보자. 2020년은 신풍제약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에 연초 7000원대였던 주가는 9월 19만8000원으로 폭등했다. 2700%가 넘는 상승률이다.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8개월 만에 2800만원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하지만 백신 개발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주가도 힘을 잃었다. 

대주주나 임원 등 기업 내부자의 주식 매도는 주가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대주주나 임원 등 기업 내부자의 주식 매도는 주가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주가 하락세에 악재를 덧붙인 건 대주주였다. 2021년 4월 이 회사의 대주주 ㈜송암사는 지분 200만주를 팔아(매도가 8만4016원) 1680억원을 챙겼다.[※참고: ㈜송암사는 2015년 12월 부동산 임대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2016년 4월 신풍제약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송암사의 최대주주는 신풍제약 창업주의 특수관계인이다.] 이후 주가는 속절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23일 신풍제약의 주가는 1만7580원을 기록했다. 

부광약품도 마찬가지다. 치료제 개발 호재로 2020년 1월 1만4050원이었던 주가는 7월 21일 4만1000원으로 상승했다. 이때 정창수 부광약품 부회장은 257만주를 시간외 매매로 팔아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대주주 매도는 해가 바뀌고도 계속됐다.

2021년 6월 김상훈 전 사장과 특수관계인 3명이 193만주를 시간외 매매로 팔아 361억원을 현금화했다. 치료제 개발 중단 소식을 알리기 불과 3개월 전이었다. 부광약품 주주들이 김 전 사장과 특수 관계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너 일가가 치료제 개발 중단이라는 미공개 주요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었다. 

최근에도 대주주 주식 매도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회장의 블록딜 이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4월 24일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시간외 매매해 6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챙겼다.

문제는 김 회장이 주식을 매각한 시점이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이었다는 점이다. 김 회장이 4만3245원에 주식을 매각한 다음날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가 터졌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일반투자자는 2거래일 연속 하한가라는 ‘떨어지는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을 향한 주가 조작 의혹이 거세게 일고 있는 이유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처럼 대주주의 주식 매도는 악재 중 악재로 작용한다. 앞서 언급했던 5개 종목의 주가가 대주주나 임원 매도 이후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봐도 알 수 있다. 5개 종목의 대주주 주식 매도 전 거래일 대비 당일 주가 등락률은 –16.1%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그 이후에도 주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았다는 거다. 5거래일 후 등락률은 -34.2%로 떨어졌고, 10거래일 -32.8%, 15거래일 -32.1%, 30거래일 -23.3%, 60거래일 -30.9%였다. 기업을 믿고 투자한 일반투자자는 대주주와 임원의 주식 매도로 걷잡을 수 없는 손실을 봐야 했다는 건데,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걸까. 이 이야기는 ‘주가 고점 판독기’ 두번째 편에서 이어나가보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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