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의 재무설계 3편
재테크의 첫걸음은 ‘줄이기’
불필요한 지출 덜어내는 게 핵심
보험에도 새나가는 지출 많아
중복되 보장과 적립금 해지해야

많은 상담자가 지출을 줄이는 데 큰 어려움을 느낀다. 갑작스럽게 지출을 줄이면 일상생활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하나만 따져보면 가계지출을 줄이는 게 조금은 손쉬워진다. 필요한 지출과 불필요한 지출을 먼저 구분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가계부 군살’을 찾아봤다.

지출을 줄이고 싶을 땐 자신에게 필요한 지출과 불필요한 지출을 구별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출을 줄이고 싶을 땐 자신에게 필요한 지출과 불필요한 지출을 구별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후 준비가 생각대로 되지 않아 고민에 빠져 있는 김상현(가명·48)씨와 양혜미(가명·41)씨 부부. 은퇴 시기가 성큼성큼 다가오지만 부부는 대비를 거의 해두지 못했다. 뒤늦게 지출을 줄여보려고 노력을 기울였지만 허사였다. 십수년을 유지해 오던 생활 패턴이 하루아침에 바뀔 리 없었다.

부부가 예전부터 절제 없는 생활을 해온 건 아니다. 신혼 초기에 부부는 집을 사느라 빌린 대출금을 갚기 위해 다른 재무상담사에게 재무설계를 받은 적이 있다. 처음 1년은 솔루션대로 착실하게 생활했지만, 1년이 지나자 초심이 흔들렸다. 대출금을 갚은 뒤로는 의지가 완전히 꺾여서 솔루션을 받기 이전과 다를 게 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가계부는 늘 마이너스를 찍었다.

시간은 부부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두 자녀(14·12세)는 빠르게 자라 어느새 첫째가 중학교에 입학했다. 급격히 불어나는 교육비도 가계비가 늘 적자를 기록하는 원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부부의 힘만으론 이 상황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았다.

대기업을 다니는 남편 김씨는 회사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쳤고, 아내 양씨도 두 자녀 뒷바라지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고민 끝에 부부는 다시 한번 재무상담을 받아보자는 결론에 다다랐고, 필자를 찾아왔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1차 상담에서 필자는 부부의 사연을 들은 뒤, 재정상태를 파악했다. 외벌이인 부부의 월수입은 710만원으로 남편이 610만원을 벌고 아내가 아르바이트로 100만원을 조달한다. 지출은 정기지출 634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70만원, 금융성 상품 60만원 등 764만원이다. 월 54만원씩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참고: 이 적자는 김씨가 1년에 걸쳐 받는 상여금 520만원으로 해결하고 있다. 정기급여가 아니므로 상담에선 다루지 않기로 했다.]

부부의 재무목표는 ▲자녀 사교육비를 마련하는 것 ▲은퇴 후 한달에 100만원씩 연금을 수령하는 것 등 2가지다. 적자 가계부로는 두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두차례에 걸친 상담 과정을 통해 지출을 본격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지금까지 부부는 필자와 함께 식비 30만원, 영양제 구입비 10만원, 세탁비 5만원 등 45만원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가계부 적자가 54만원에서 9만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지난 시간에 이어 계속해서 지출을 줄여나가 보자. 가계부의 ‘군살’을 뺄 땐 한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자신에게 불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면 필요한 지출과 그렇지 않은 지출을 구별하기 쉬워진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먼저 부부의 통신비(26만원)에 주목했다.

다행히도 부부는 휴대전화를 산 지 2년이 넘어 할부금이 없었다. 그런데도 한달에만 통신비가 26만원씩 빠져나가는 건 부부가 대기업 통신사의 10만원짜리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그렇다 치더라도, 집에서 주로 생활하는 아내는 집에 설치된 와이파이를 쓰고 있으므로 이 요금제가 필요없다.

필자가 보기에 가계 지출을 줄이려면 알뜰폰은 필수인 듯하다. 알뜰폰을 쓰면 저렴한 요금제로 손쉽게 교체가 가능하다. 통신사 망을 빌려 쓰는 방식이어서 이통3사보다 데이터 품질이 나쁘지도 않다.

알뜰폰을 이용하면 통신비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알뜰폰을 이용하면 통신비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필자의 권유로 부부는 자신의 데이터 사용량에 맞는 알뜰폰 요금제로 교체하기로 했다. 남편은 10GB를 제공하는 5만원짜리 요금제, 아내는 6GB 지원하는 3만원 요금제로 갈아탔다. 이에 따라 통신비는 26만원에서 14만원으로 12만원 줄어들었다.

다음 타깃은 보험료(72만원)다. 보험료를 따져볼 땐 크게 2가지에 집중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실손의료보험이 있는지 체크하고, 가입자에게 불필요한 보장항목이 없는지 살펴보면 보험료에 얽힌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불필요한 보장항목을 파악하려면 친척을 포함한 부부의 가족 중 큰 질병을 앓은 전적이 있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쉽게 말해 자신에게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유전병이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다행히 김씨 부부는 모두 특이사항이 없다. 이런 점을 기반으로 필자는 불필요해 보이거나 중복되는 보장항목들을 모두 해지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부부의 보험료는 최종적으로 72만원에서 44만원으로 28만원 절감했다.

120만원씩 쓰는 부부 용돈도 삭감하기로 했다. 용돈 중 80만원 정도를 남편 김씨가 쓰고 있는데, 회사 동료와의 술자리를 많이 챙기느라 용돈이 대폭 늘어났다고 한다.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술값을 내는 김씨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여유자금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필자의 권유에 따라 김씨는 용돈을 8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절반 줄이기로 했다. 아내도 힘을 보태 40만원에서 30만원으로 10만원 줄이기로 했다. 따라서 부부 용돈은 120만원에서 70만원으로 50만원 줄었다.

마지막으로 금융성 상품 중 변액연금보험(40만원)을 살펴봤다. 변액연금보험은 노후에 과세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춘 좋은 상품이지만, 단점도 있다. 해당 보험을 굴리는 운용사에 지불하는 ‘운용 수수료’ 외에 판매사인 보험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하는 ‘사업비’가 따로 부과된다는 점이다. 가입자 입장에선 이중으로 수수료를 낸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2가지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처음부터 사업비가 적게 드는 변액연금 상품을 찾거나, 사업비가 부과되는 ‘기본납입보험료’를 최대한 적게 내고 추가 납입을 통해 원래 계획했던 납입액을 맞추는 것이다.

추가 납입에는 사업비가 거의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사업비를 아낄 수 있다. 부부는 후자의 방식을 따랐고, 관련 지출을 40만원에서 30만원으로 10만원 절약할 수 있었다.

이렇게 2차 상담이 끝났다. 부부는 통신비 12만원(26만→14만원), 보험료 28만원(72만→44만원), 부부 용돈 50만원(120만→70만원), 변액연금보험 10만원(40만→30만원) 등 100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9만원 적자였던 가계부도 91만원 흑자로 탈바꿈했다.

이제 부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무 솔루션을 짜는 일만 남았다. 부부가 이미 한번 재무설계를 받은 적이 있으니 이 과정은 논의하기 쉬울 것이다. 그 과정은 마지막편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