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1분기 실적 기대치 밑돈 한컴
개별 이익률 32% 선방했지만
본업 외 사업 존재감 아직 미미
한컴라이프케어 반등이 시급
하반기 글로벌 M&A 기대

한글과컴퓨터(한컴)의 본업은 견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의 매출을 크게 늘리면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문제는 자회사와 신사업이었다. 특히 방위사업, 메타버스, 헬스케어 등 한컴이 선택한 신사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신사업의 성패에 따라 한컴의 미래 실적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커다란 고민거리다.

한글과컴퓨터가 올해 1분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헀다.[사진=연합뉴스]
한글과컴퓨터가 올해 1분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헀다.[사진=연합뉴스]

한컴이 본업과 신사업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워낙 유명해서 설명이 필요 없는 소프트웨어(SW) 분야의 벌이는 쏠쏠한데, 신사업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경향은 한컴의 올해 1분기 실적(연결기준)에서 잘 드러난다. 한컴은 매출 417억원, 영업이익 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0% 줄었고, 영업이익은 42.0% 감소했다. 매출이 역성장한 것도 문제지만,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31억원)를 밑돌았다는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 만족할 만한 본업 성적표 =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일단 오피스 SW를 맡은 본업의 성장성은 뚜렷했다. 한컴의 올해 1분기 개별기준 매출은 287억원, 영업이익은 92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32.2%다. 

오피스 SW 제품 판매를 구매에서 ‘구독’으로 전환한 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클라우드 기반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한 결과라는 얘기다. 

실제로 한컴의 올해 1분기 기준 구독형 제품의 매출은 168억원으로 구독형이 아닌 제품(118억원)을 앞섰다. 지난해 53.1%였던 구독형 제품의 매출 비중을 올해 1분기 58.7%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 9월 출시한 구독형 서비스 ‘한컴독스’의 가입자 수가 크게 늘어난 점이 주효했다. 출시 후 4개월만에 유료가입자가 10만명을 넘었다. 한컴독스는 월 6900원을 내면 PCㆍ모바일에서 최신 버전의 한글ㆍ오피스SW를 사용할 수 있다. 

SW 사업은 전망도 밝다. 한컴은 올해 안에 오피스 SW에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네이버클라우드의 초대규모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학교ㆍ연구기관을 비롯한 공공기관에 특화한 한컴오피스로 기능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협의체를 구성해 맞춤형 AI 기능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 발목 잡은 신사업 = 그런데도 한컴의 실적이 뒷걸음친 건 자회사와 신사업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핵심 자회사 한컴라이프케어가 영업손실을 냈다. 마스크와 방독면 등 개인안전장비를 파는 한컴라이프케어는 올해 1분기 매출 86억원, 영업이익 -3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8% 감소했고, 적자 규모(2022년 1분기 -17억원)는 두배가량 커졌다. 

한컴라이프케어는 SW에 치우친 한컴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핵심 자회사다. 마스크 판매로 팬데믹 특수를 누리면서 한컴의 연결기준 매출 성장에 크게 기여해 왔는데,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관련 매출이 급감했다. 2022년 1분기엔 16억6800만원이던 마스크 매출이 올해 1분기엔 7억9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한컴이 신사업으로 낙점한 메타버스 사업에선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메타버스 기업 한컴프론티스(-10억9384만원)를 비롯해 헬스케어 기업 한컴메디컬솔루션(-1억1191만원)과 한컴케어링크(-4억9502만원) 등이 올 1분기 줄줄이 순손실을 냈다. 그룹 지주사인 한컴위드가 지분을 투자한 가상화폐 아로와나토큰은 시세조종 의혹에 휘말렸다. 

한컴이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해선 본업과 신사업의 고른 성장이 필요하단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컴은 올해 “오피스 SW 중심 기업에서 벗어나 클라우드와 AI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란 비전을 밝혔는데, 본업 외 사업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이 비전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 반등 포인트 = 그렇다면 한컴이 비전대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일단 핵심 자회사 한컴라이프케어의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여의치 않다. 마스크 사업의 판매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한컴은 지금까지 공들여온 ‘방위사업’ 부문에서 성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한컴라이프케어는 지난해부터 국방부에 과학화 교전훈련체계와 워리어플랫폼을 납품하고 있다. 워리어플랫폼은 IT 기술을 활용해 실전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수주 현황에 따라 한컴라이프케어는 올해 248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한컴은 본업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밟고 있다. 이 회사의 문제는 신사업에 있다. [사진=한컴 홈페이지]
한컴은 본업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밟고 있다. 이 회사의 문제는 신사업에 있다. [사진=한컴 홈페이지]

또다른 반등 열쇠는 인수ㆍ합병(M&A)이다. 한컴은 지난해 한컴MDS(현 MDS테크)를 비롯한 11개 계열사를 매각해 현금 1200억원을 확보했다. 한컴 관계자는 “공격적인 자회사 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해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했다”면서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을 위해 설립한 싱가포르 거점법인 한컴얼라이언스를 통해 성장 잠재력 있는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걸 신중하게 검토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SW 중심 기업’ ‘내수기업’이란 꼬리표를 동시에 떼고 해외 시장도 개척하겠다는 거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지난 5월 주주서한을 통해 “어려운 시장환경 속에서도 한컴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도록 비즈니스의 혁신과 재무적인 개선, 기업문화 및 조직의 변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반등을 다짐했다. 한컴은 과연 SW가 아닌 곳에서도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새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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