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2편
신혼부부의 가계부 관리법
서로 제각각인 월급 날짜
지출 통장 들어오는 시기 맞춰야
용돈 등 조절 쉬운 것부터 줄이고
보험료는 보장항목 잘 따져야

‘매월 1일에 한달치 예산을 짜고, 각 지출 통장에 돈을 한꺼번에 넣고, 계획에 맞춰 한달을 생활한다.’ 신혼부부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가계부 운영법이지만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일단 부부의 급여일이 제각각인 데다, 예상치 못한 지출도 자주 생겨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지출 통장을 함께 운영하는 거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초보들을 위한 가계부 운영법을 소개한다.

예산을 세우고 계획적으로 생활하려면 제각각인 부부의 급여 시기를 맞춰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예산을 세우고 계획적으로 생활하려면 제각각인 부부의 급여 시기를 맞춰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혼 때 목돈을 바짝 모아보기로 결심한 안상혁(가명·33)씨와 김은혜(가명·29)씨 부부. 결혼한 지 이제 막 1년이 넘은 부부는 결혼기념일 때 여러 가지 목표를 세웠다. 차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 1년에 2번 이상 해외여행을 가고, 먼 훗날엔 공동명의로 된 집을 갖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부부가 재테크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나름대로 노력을 해봤지만 가계부는 좀처럼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바뀌지 않았다. 온라인 카페에서 재테크 꽤 한다는, 이른바 ‘고수’들의 조언을 적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신혼이라서인지 부부에겐 절제된 생활을 하는 게 어려웠다. 이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한 부부는 필자를 찾아와 조언을 구했다.

지난 시간엔 우선 부부의 재정상태부터 살펴봤다. 부부의 월 소득은 490만원. 중견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290만원을 벌고 중소기업에 다니는 아내가 200만원을 번다. 현재 전세 2억4000만원짜리 아파트에서 살고 있고, 전세자금대출 8400만원(연이율 3.8%)을 빚진 상태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324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75만원, 금융성 상품 120만원 등 519만원이다. 한달에 29만원씩 적자를 보는 셈이다.[※참고: 이 적자는 1년간 받는 회사 상여금으로 해결하는데, 상여금은 정기 소득이 아니므로 상담에선 다루지 않기로 했다.]

재무상담을 받는 신혼부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통장 쪼개기’다. 이는 부부의 월급을 한데 모은 뒤, 정기지출과 비정기지출, 금융성 상품에 분배하는 걸 뜻한다. 가계부 운영을 위한 일종의 ‘토목공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상담에서 신혼부부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가계부 관리법’은 이렇다. 매월 1일에 한달치 예산을 세우고, 그에 맞게 금액을 일제히 분배한 뒤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플랜에 맞춰 생활하기는 쉽지 않다. 부부의 급여 날짜가 서로 다른 점, 추가 소득의 발생 시점도 제각각인 점, 예상치 못한 비정기지출이 갑자기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이다.

가계부 관리에서 중요한 건 연속성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계부 관리에서 중요한 건 연속성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가계부에 ‘연속성’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매월 같은 날에 급여 통장에서 지출 통장으로 예산이 분배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부부의 급여 날짜가 서로 다르더라도 한달치 예산을 잡고 생활하는 게 가능해진다.

두번째는 ‘변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비상금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비상금이 있으면 자동차 사고가 터져 차를 수리해야 하거나, 경조사가 유난히 많이 잡히는 등 예상치 못한 비정기지출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할 수 있다.

그러면 예상보다 지출이 늘어나는 걸 막을 수 있으므로 한결 수월하게 가계부를 운영할 수 있다. 이같은 필자의 조언에 맞춰 부부는 급여 통장에서 지출 통장으로 돈을 옮기는 날을 남편이 월급을 받는 25일로 고정해보기로 했다.

이는 아직 아내의 월급(매월 10일 수령)이 들어오기 이전 시점이므로, 그만큼의 액수(200만원)가 모자란다. 부부는 이 금액을 20만원씩 저축해 오던 예금(300만원)의 일부로 해결하기로 했다. 그런 다음, 다음달 10일에 아내 월급을 받으면 쓰지 않고 모았다가 25일에 남편 월급과 합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매월 25일에 예산을 세우고 그대로 생활하는 게 가능하다.

가계부 운영 방법도 배웠으니 이제 가볍게 지출을 줄여보자. 먼저 한달에 15만원씩 쓰는 통신비를 줄여봤다. 서로 다른 통신사를 이용 중인 부부는 스마트폰·인터넷·TV를 한 통신사로 통일해 받는 할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평소 PC·TV 대신 스마트폰을 즐겨 쓰는 부부는 “딱히 아쉬울 게 없다”고 말했다.

PC나 TV를 자주 쓰지 않는다면 결합 할인 효과를 노리기보단 이참에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게 더 효과적이다. 늘 말하지만 알뜰폰은 통신사 요금제보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까지 저렴하다. 요즘엔 ‘0원 요금제’도 나오고 있어 잘만 이용하면 스마트폰 이용료를 ‘제로’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둘다 LTE 요금제를 쓰는 부부는 이번에 월 5만원짜리 요금제에서 2만원짜리 알뜰폰 요금제로 갈아타기로 했다. 또 인터넷도 옵션을 낮춰 기존 4만원에서 2만원으로 줄였다. 따라서 부부의 통신비는 15만원에서 7만원으로 8만원 줄어들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부부 용돈(80만원)도 조금 줄였다. 부부의 가계부엔 용돈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항목이 많다. 부부의 각종 모임회비(총 10만원), 아내가 즐겨 마시는 녹즙·석류즙 구매비(5만원) 등이 그렇다. 이를 고려하면 각자 40만원씩 쓰는 용돈이 조금 과해 보인다. 부부는 필자의 의견에 동의해 용돈을 총 80만원에서 60만원으로 20만원 아끼기로 했다. 각자 한달 용돈을 30만원으로 조정한 셈이다.

현재까지 부부는 통신비 8만원(15만→7만원), 부부 용돈 20만원(80만→60만원) 등 28만원을 줄였다. 따라서 36만원 적자도 18만원까지 줄어들었지만, 여유자금이 없는 현재 상태론 부부의 목표를 이루기가 불가능하다. 

지출을 더 줄여야 한다는 얘긴데, 무엇보다 매월 60만원씩 빠져나가는 보험료를 차근차근 손봐야 한다. 세탁비나 각종 모임회비도 불필요해 보인다. 과연 부부는 재무 솔루션에 필요한 목돈을 마련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다음 시간에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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