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 중요한 가늠자
반도체 저점 확인할 수 있어
탐욕 인플레 실체도 드러나

7월 첫째주 기업들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2분기 전체 상장사의 영업이익을 1개월 전보다 0.4% 상향 조정했고, 3분기는 0.7%, 4분기는 1.7% 올려 잡았다. 하반기 반도체가 저점을 확인할 공산이 큰 데다, 무역수지가 개선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서다. 2분기 실적으로 최근 문제가 되는 탐욕 인플레의 실체를 확인할 수도 있다.

7월 첫째주 기업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된다. [사진=뉴시스]
7월 첫째주 기업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된다. [사진=뉴시스]

증권사들은 올해 3분기 코스피 지수가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면서 상승 랠리를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가 10대 증권사인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하나·메리츠·키움·신한투자·대신증권을 대상으로 올여름 증시 전망을 분석한 결과, 10곳 중 6곳이 ‘서머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리츠증권이 이 기간 코스피가 2500~2900대로 상승할 것이라고 가장 낙관적으로 전망했고, 삼성증권이 코스피 상단을 2350~2650으로 가장 좋지 않게 예상했다. 코스피 지수는 27일 2582.20으로 마감했다. 올 2분기 실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경제 변수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 무역 턴어라운드=한국은 지난 5월까지 15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6월에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 1월 무역수지는 127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적자 규모인 474억6700만 달러의 4분의 1이 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주요 경제 관련 단체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2월부터 무역수지 적자폭은 눈에 띄게 줄었다. 적자 규모는 2월 53억 달러, 3월 46억2000만 달러, 4월 26억2000만 달러, 5월 21억 달러로 감소했다. 6월 1~20일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16억 달러로 감소폭을 더 키웠다. 이에 따라 하반기 무역수지가 월별 기준으로 흑자로 돌아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런데도 미국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적으로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반도체 등 전략산업을 육성하는 나라들이 늘어나면서 아시아의 저가 수출 공세는 예전처럼 효과를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WSJ는 25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일본, 한국, 대만 등의 수출이 감소해 미국 등 서구권 국가들의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을 줬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지역의 수출 부진으로 생산 물가가 하락하면서 서구권의 수입 물가가 떨어졌다는 논리다.  

올해 하반기에는 반도체 산업이 저점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올해 하반기에는 반도체 산업이 저점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자료 | 관세청]
[자료 | 관세청]

■ 반도체 저점=결국 모든 것은 반도체에 달렸다. 수출 급감, 무역수지의 충격적인 적자 규모, 상장사들의 실적 악화 등 악재는 모두 우리 반도체 수출이 줄어들면서 발생한 것들이다. 2016~2022년 한국의 전체 수출 증가분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이 42.3%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의 지난 4월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주요 수출국 중에서 최하위권이었다. 1분기 중국·독일·미국·네덜란드의 수출증가율은 각각 0.1%, 3.8%, 8.9%, 13.0%였다. 반도체가 주요 수출 품목인 대만과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의 1분기 수출증가율은 -12.6%, 대만은 -19.2%였다.

하반기 반도체 산업은 저점을 기록하고 소폭이나마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의 반도체 재고 수준은 여전히 역대 최대 수준이지만, 감산에 나서면서 재고 증가 속도는 느려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대만 TSMC도 구형 반도체의 공급가격을 올리기 위해서 고객사들과 가격 재협상에 나서면서 가격 상승 기대감도 높아졌다. 

■ 탐욕 인플레 확인=라면·밀가루 등 유독 물가 상승률이 높은 품목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2분기 영업이익이 얼마나 증가했는지에 따라서 ‘탐욕 인플레(Greedflation)’가 실존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탐욕 인플레는 기업들이 원가 상승분 이상으로 가격을 올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라면회사와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오는 26일 제분회사들과 간담회를 통해 가격 동결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라면회사들은 지난해 9~11월 출고가를 평균 11.0% 인상했다. 최근 여러 보도를 종합해 보면, 정부가 라면과 밀가루 외에도 식품회사 전반에 탐욕 인플레를 꺾기 위한 압박을 넣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탐욕 인플레에서 출고가격과 판매가격의 구분이 필요하다. 일례로 라면회사들이 출고가를 인상한 건 7~9개월 전이지만, 올해 라면 물가는 매월 큰 폭으로 올랐다. 식품 물가 상승이 사회적 문제가 됐던 영국에서 6월 들어 자발적인 가격 인하를 선언한 기업들은 모두 슈퍼마켓 체인들이었다.

7월 첫째주 기업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되면 탐욕 인플레의 실체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7월 첫째주 기업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되면 탐욕 인플레의 실체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우리도 2011년 라면·밀가루 가격이 크게 올라 사회적 문제가 되자 이마트, 롯데마트 등이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인하하거나 1년간 동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다만, 정부가 기업들을 광범위하게 압박해 정당한 가격 결정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CPI 안정화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제분회사와 라면회사들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갖는 업체들이다.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충분히 경쟁적인 시장에 속한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까지 무력화하려는 권한에 없는 행동을 하면, 시장엔 돌이킬 수 없는 왜곡이 발생한다. 정부가 법적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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