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3대 포털로 불렸던 네이트
현재 점유율 1% 미만에 불과
AI챗으로 서비스 강화했지만
빌린 기술로 반전 가능할까

우리에게 ‘네이트판’으로 친숙한 네이트가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했다. 인공지능(AI)과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 ‘AI챗’이다. 자체적으로 AI를 개발한 건 아니다. 요즘 대세인 챗GPT를 도입했다. 이를테면 다른 업체의 기술을 ‘빌려다 만든’ 것이다. 문제는 네이트가 과거에도 다른 업체 기술을 빌려 썼다가 경쟁력을 잃은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AI 기술을 빌려다 쓴 네이트의 새 서비스 한계는 어찌 보면 명확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AI 기술을 빌려다 쓴 네이트의 새 서비스 한계는 어찌 보면 명확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네이트. 십수년 전까지만 해도 네이버·다음과 함께 ‘3대 포털’이라 불렸다. 시장조사업체 매트릭스의 2010년 11월 통계 결과를 복기하면, 당시 네이트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064만명으로 네이버(3220만명)와 다음(3087만명)에 이어 업계 3위를 기록했다. MAU는 이용자가 한달에 사이트를 1번 이상 방문한 횟수를 뜻한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현재, 네이트의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월 네이트의 MAU는 376만명에 머물렀다. 전년(440만명) 대비 14.5%나 감소한 수치로, 업계 1위 네이버 MAU(3892만명)의 10% 수준에 불과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네이트가 꺼내든 카드는 ‘인공지능(AI)’이다. 지난 5월 대화형 AI 검색 서비스 ‘AI챗’의 베타버전을 추가했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주제나 정보를 물어보면 AI가 답하는 게 이 서비스의 핵심으로, 정보 검색은 물론 번역 작업, 문서 작성 등 다양한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자체적으로 AI 기술을 개발한 건 아니다. 네이트는 미국의 AI 연구업체 오픈AI (OpenAI)의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를 도입했다. 오픈AI로부터 AI를 빌려서 서비스를 론칭한 셈인데, 네이트는 이를 발판으로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 비슷한 과거 사례를 살펴본다면 이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2014년 1월, 네이트가 경쟁사인 다음의 검색 엔진을 가져다 쓰기 시작했던 그때로 시계를 돌려보자.

먼저 네이트가 다음의 검색 엔진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부터 설명해 보자. 2011년 7월 26일, 네이트 홈페이지와 자사 SNS 서비스였던 싸이월드가 동시에 해킹돼 3495만4887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 사건으로 네이트는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데다, 크고 작은 소송에 휘말렸다.

주력 서비스였던 PC용 메신저 ‘네이트온’과 싸이월드도 삐걱대기 시작했다. 네이트온은 유선(PC)에서 무선(모바일) 중심으로 변화하는 인터넷의 흐름을 캐치하지 못했다. 론칭 3년 만에 가입자 수 1억명을 모은 카카오톡이 2013년 PC 버전을 출시한 게 네이트온이 추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자료=인터넷트렌드, 참고 | 6월 16일 기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료=인터넷트렌드, 참고 | 6월 16일 기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카카오톡 PC 버전은 출시 1년 만인 2014년 1월 MAU 412만6789명을 기록해 네이트온(405만5176명)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닐슨코리안클릭). 네이트온은 그 이후에도 MAU가 급감, 2020년 150만명까지 쪼그라들었다. 현재는 업무 기능을 강화한 ‘업무용 메신저’로 개편돼 ‘일부 직장인만 쓰는 앱’으로 전락한 상태다.

싸이월드도 네이트온과 같은 길을 걸었다. 2010년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글로벌 SNS ‘페이스북’과의 경쟁에서 차츰 밀려났다. 소비자들은 ‘일촌’을 맺은 지인끼리만 소통이 가능했던 싸이월드보다 전세계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페이스북을 선호했다. 끝내 ‘폐쇄성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싸이월드의 MAU는 2014년 2월 1000만명에서 11개월 만인 2015년 3월 300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두 서비스의 쇠락은 네이트의 실적 저하로 이어졌다. 모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는 2011년 4분기부터 2015년 2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도 급감했다. 점유율은 구글(3.7%)에도 밀려 2013년 6월 기준 업계 4위(0.9%·한국인터넷진흥원)로 떨어졌다.

이때 네이트가 선택한 해결책은 ‘비용 절감’이었다. 2014년 싸이월드부터 잘라냈다. 2년 뒤인 2016년 6월엔 싸이월드와 네이트의 연동을 해제했다. 네이트가 다음의 검색 엔진을 쓰기로 결정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운영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드는 자체 검색 엔진을 포기했던 거다.

2014년 1월부로 네이트는 다음과 ‘검색 제휴’를 맺고, 다음의 검색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했다. 검색결과뿐만 아니라 온라인 카페·지도·쇼핑 등 다음이 가진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했다.

문제는 네이트가 자체 검색을 포기하면서 포털 사이트로서의 경쟁력도 잃었다는 점이다. 다음과 결괏값이 같다면 굳이 네이트에서 검색할 이유가 없어서다. 차별화를 위해 네이트는 인기 커뮤니티 서비스인 ‘네이트판’의 게시물을 검색결과에 노출해 ‘반짝 인기’를 끌기도 있지만, 최근엔 이마저도 신통치 않다.

커뮤니티 분석업체 ‘오늘의 베스트’에 따르면 네이트의 종합 순위는 2022년 5월 3위에서 올해 5월 8위로 5단계 하락했다.[※참고: 오늘의 베스트는 커뮤니티 트래픽·활성화 수치 등의 지표를 따져 커뮤니티가 얼마나 활발한지를 비교해 순위를 가린다.] 검색 기능의 경쟁력이 사라진 데다 대표 콘텐츠인 네이트판도 고전하고 있으니, 네이트에 이용자 발걸음이 뜸해진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자! 이제 다시 네이트의 신규 서비스 ‘AI챗’ 얘기를 해보자. 베타버전이긴 하지만, 대화형 AI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포털은 국내에선 네이트가 유일하다. 해외 포털 중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포털인 ‘빙(Bing)’에 챗GPT를 도입한 걸 제외하면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네이트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는 의미다.

[자료 | 더스쿠프]
[자료 | 더스쿠프]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 이 서비스 또한 다른 업체의 AI(챗GPT)를 ‘빌려 만든’ 서비스란 점이다. 원천 기술이 다른 업체에 있으니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게 쉽지 않다.

반면 경쟁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AI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는 자체적으로 만든 AI ‘하이퍼클로바’를 검색 엔진에 적용해 검색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고, 구글도 자체 AI(바드)를 개발 중이다.

MS는 올해 초 오픈AI에 100억 달러(12조8000억원)를 투자했다. 투자금 회수가 끝나면 오픈AI 지분의 49.0%를 소유하기로 돼 있어 사실상 모회사나 다름없다. 이런 점을 비교하면 네이트의 새 기능이 초라해 보인다.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네이트는 새 서비스로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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