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편의점 고질병➋ 손익계산
전국 편의점 5만개 시대
출점 자율규약 맺었지만
출점 멈추지 않는 편의점 본사
가맹점주 매출 되레 줄어들어
출점 거리 기준 담배권 한계
50~10m에 불과한 데다
직선 아닌 도보거리 기준
본사는 점주와 한배 탔나

모퉁이만 돌면 편의점이 나오고, 한 건물에도 여러 개의 편의점이 들어선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편의점이 마주하고 출점하는 경우도 숱하죠. 국내 편의점 수가 5만개를 넘어섰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하지만 편의점 업체들은 출점 경쟁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가맹점주의 곡소리가 커지는 이유죠. 이대로 괜찮을까요.

편의점 업계는 지난 2018년 과도한 출점 경쟁을 지양하겠다면서 자율규약을 체결했다.[사진=뉴시스]
편의점 업계는 지난 2018년 과도한 출점 경쟁을 지양하겠다면서 자율규약을 체결했다.[사진=뉴시스]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2018년 4만개를 넘어선 데 이어 3년 만인 2021년 5만개를 돌파했습니다. 자영업 시장에 뛰어드는 창업 수요와 편의점 업체들의 출점 경쟁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하지만 편의점이 많아도 너무 많아진 탓에 가맹점주들의 상황은 악화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편의점 가맹점당 평균 연간 매출액은 2019년 5억6500만원에서 2021년 5억4300만원으로 되레 줄었죠. 그사이 인건비·전기료·임대료 등이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맹점주의 수익이 더 줄었을 공산이 큽니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출점 경쟁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편의점 업계도 자정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2018년 편의점 업체들(GS25· CU·세븐일레븐·미니스톱·이마트24·씨스페이스)이 모여 맺은 ‘자율규약(편의점 산업의 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이 대표적이죠.

여기엔 타사 편의점이 출점한 지역에 신규 편의점을 열 경우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합의한 내용도 담겼습니다. ▲상권의 입지와 특성, ▲유동인구수,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약속을 내건 셈이죠. 

이중 출점 거리의 실질적 기준으로 삼은 건 ‘담배소매인 지정거리’입니다. 담배사업법상 담배를 판매하는 담배소매인의 영업소 간 거리는 50m 이상(일부 지역은 100m)입니다. 편의점 업계는 이 법을 준용해 출점하기로 했죠. 언뜻 적절한 기준인 듯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담배소매인 지정거리는 50~100m로 지나치게 짧습니다. 

‘직선거리’가 아닌 ‘도보거리’가 기준이라는 점도 한계입니다. 이 때문에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또다른 편의점이 들어서는 사례가 숱했던 겁니다. 우리는 視리즈 첫번째 편에서 ‘편의점 자율규약의 한계’를 짚어봤습니다. 이번엔 편의점 과다출점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살펴보겠습니다. 

■ 지정거리 확대 = 무엇보다 가맹점주를 보호할 최소한의 울타리인 담배소매인 지정거리를 일괄 100m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언급했듯 담배사업법상 담배소매인 지정거리는 ‘50m 이상’입니다. 다만, 각 지자체장에게 재량권을 부여해 세부규칙을 정할 수 있도록 했죠. 

이 때문에 서울·경기·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만 담배소매인 지정거리가 100m로 확대됐습니다. 문제는 극히 일부 지자체에만 해당한다는 점입니다. 전국 228개 지자체 중 담배소매인 지정거리를 100m로 늘린 지자체는 45개에 불과합니다. 

다만, 이 문제를 지자체의 책임으로 돌릴 순 없습니다. 현행법 체계에선 지자체가 지정거리를 늘리라고 강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경기도는 2019년 각 시·군 지자체에 담배소매인 지정거리를 100m로 확대하는 규칙 개정 권고안을 내려보냈지만 이를 받아들인 지자체는 18개(전체 31개)에 그쳤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담배사업법을 개정해 지정거리를 100m로 통일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입니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여기엔 ▲현행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고 있는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기준을 법률로 상향,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기준을 50m 이상에서 100m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지역별로 거리 기준이 달라 발생하는 논란을 해소하고, 편의점 근접출점으로 인해 위협받는 소상공인의 경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법안의 취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 소관위에 계류 중입니다. 21대 국회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안 처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고 소관부처가 적극적인 것도 아닙니다.

기획재정부는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확대는 현재 논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도록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기준을) 지자체에 맡기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결국 본사의 몫 = 더 큰 문제는 편의점 업계가 맺은 이 자율규약조차 한시적이라는 점입니다. 편의점 업체들이 2018년 자율규약을 체결하면서 유효기간을 3년으로 정했기 때문이죠. 이후 2021년 한차례 연장해 2024년까지 자율규약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24년 이후 편의점 업체들이 추가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권고할’ 방법마저 사라집니다. 

편의점 점포 수는 2021년 5만개를 넘어섰다.[사진=뉴시스]
편의점 점포 수는 2021년 5만개를 넘어섰다.[사진=뉴시스]

결국 모든 게 편의점 업체들의 손에 달려있는 셈입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리는 업체들이 합의해 내놓은 자율규약을 승인할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강제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기업 규제 개혁’을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가맹점주들에게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 손익분기점 맞추기 = 그럼 본사와 가맹점주가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업계 안팎에선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주 간 서로 다른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가맹점주는 계약에 따라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마진’을 본사와 나눠 갖습니다. 배분율은 6(이하 가맹점주)대 4(이하 본사), 7대 3, 8대 2 수준으로 언뜻 보기엔 나쁘지 않죠. 하지만 마진이 곧 순이익인 본사와 달리 가맹점주는 마진에서 임대료·인건비 등을 부담해야 합니다. 각종 비용 부담을 제외하고 나면 가맹점주의 실제 순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죠. 

박승미 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은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주 간 손익분기점이 맞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가맹점주에게 돌아갈 마진 배분율을 높이는 등 서로 공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본사와 가맹점주가 진정 한배를 탄 관계가 됐을 때 편의점도 지나친 출점 경쟁을 멈출 수 있다.” 본사는 과연 가맹점주와 한배를 탈 의지가 있을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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