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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넷째주 마켓예보
흑해곡물협정 연장 대가로
러시아 다섯가지 조건 내걸어
특히 금융제재 무력화 분위기

7월 셋째주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을 연장해주는 대가로 자국 국영은행을 국제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로 복귀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는 러시아가 서방의 가장 강력한 제재였던 금융제재를 무력화한다는 뜻이다. 7월 넷째주 마켓예보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을 놓고 지난 두달간 서방과 벌여온 줄다리기가 결국 러시아의 승리로 종료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흑해곡물협정이 17일 3번째 기한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협정 연장을 위해서 튀르키예와 유엔이 모든 방법을 모색 중이다”고 밝혔다. 

흑해곡물협정은 우크라이나‧튀르키예‧유엔‧러시아가 2022년 7월 22일 흑해를 통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위해 맺은 협정이다. 협정은 두개로 맺어졌는데, 하나는 우크라이나‧튀르키예‧유엔이, 또 하나는 러시아‧튀르키예‧유엔이 체결했다. 

협정은 7월 22일부터 120일 동안 유효하며, 당사자 중 누구도 해지 의사를 표시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되도록 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이 기간을 2개월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는 올해 5월 3번째 협정 연장 직전 “협정이 원래 취지대로 식량이 필요한 나라로 공급되지 않고, 서방에 유리한 식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연장의 대가로 ▲암모니아 수송관의 우크라이나 구간 재가동, ▲러시아농업은행의 스위프트(SWIFT‧국제결제망) 복귀 허용, ▲러시아 농업∙비료 관련 기업들의 해외자산 동결 해제, ▲농업∙기계 부품 공급 재개, ▲보험∙재보험 관련 제재 해제 등 다섯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협정 참여를 선언하며 “우리가 요구한 조건이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4번째) 협정 연장을 대가로 러시아농업은행 자회사를 국제결제망 스위프트에 연결하는 것을 러시아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영TV에 출연해 “우리는 협정에서 탈퇴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그들이 약속한 모든 것을 지키면 다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EU는 러시아와의 곡물협정 명분 싸움에서도 밀리고 있다. 흑해곡물협정은 당사국인 러시아‧우크라이나보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 안정화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줬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지난해 밀 수출량은 역대 최대였고, 우크라이나의 지난해 곡물 수출량도 전쟁 전보다 33.4% 감소한 데 그쳤다.

반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이 12일 발표한 ‘2023 식량 안보·영양 현황(SOFI)’에 따르면 지난해 기아로 고통받은 인구는 7억3500만명이었다. 지난해와 비슷하고, 코로나19 전인 2019년보다 오히려 1억2200만명 늘어났다. 


흑해곡물협정은 이보다는 인플레이션 완화에 큰 도움이 됐다. FAO의 세계곡물가격지수는 2020년 중반까지 100 이하였지만, 2022년 5월 173.40까지 치솟으며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했다. 흑해곡물협정 체결 이후 곡물가격지수는 안정되면서 현재 140대에 머무르고 있다.

그 와중에 미국과 프랑스의 곡물기업 ADM, 번기(Bunge), 카길(Cargill), 루이 드레퓌스(Louis Dreyfus)는 지난해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며 석유회사와 함께 횡재세 부과 대상으로 자주 거론됐다. 이들 4대 메이저의 세계 곡물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의 곡물 저장소. [사진=뉴시스]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의 곡물 저장소. [사진=뉴시스]

러시아 경제 제재를 주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경제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반토막 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푸틴의 전쟁 기계 자금조달 능력을 불구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를 향한 경제 제재는 처음부터 서방의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심지어 점점 더 헐거워지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는 서구 지도자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발전하고 있고, 경제 제재도 차례차례 무력화되고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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