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사라졌던 뷔페의 묘한 부활
고삐 풀린 외식 물가 상승세 여전
식비 지출 부담 갈수록 높아지자
뷔페가 더 실속 있단 이들 증가
프리미엄 레스토랑 뷔페 인기
물가 안정화하면 생존 가능할까

# 한끼 2만~4만원. 패밀리 레스토랑 뷔페가 프리미엄 옷을 입으면서 이전보다 더 비싸졌다. 공교롭게도 이렇게 비싸진 뷔페가 ‘고물가 국면’에서 부활의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밥 먹고, 차 마시고, 술 한잔하는 데 점점 더 많은 돈이 필요해지니 그럴 바엔 뷔페에서 한번에 해결하자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물가가 하락했을 때 뷔페가 어떤 전략을 취하냐다.
 

고물가 국면에 패밀리 레스토랑 뷔페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물가 국면에 패밀리 레스토랑 뷔페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직장인 김선혜씨는 최근 퇴근 후 친구를 만나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뷔페를 이용하러 갔는데, 대기 번호가 17번이었다. 김씨는 친구에게 “그냥 다른 곳으로 갈까?”라고 물었지만, 친구는 자신들 뒤로도 긴 줄이 이어지고 있는 걸 보며 “일단 기다려보자”며 대기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김씨와 친구는 40여분 만에 뷔페 안으로 들어갔다.

# 정해영씨는 연차 휴가를 맞아 남편과 점심 외식을 하기로 하고 집 근처 뷔페로 향했다. 저녁식사 시간대엔 가격이 부담스러워 평소에 가지 못했던 곳이었다. ‘평일 점심이라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었다. 다행히 대기 없이 바로 입장하긴 했지만, 매장 안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던 뷔페업계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평일 낮에도 남녀노소 뷔페를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북적이고, 저녁 또는 주말 식사 시간대엔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려야 하는 일이 흔하게 펼쳐진다. 

패밀리 레스토랑 뷔페는 한때 전성기를 누렸다. 스테이크와 파스타 등 단품 메뉴 중심이던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에 ‘샐러드 바 뷔페’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 빕스(CJ푸드빌)는 한때 매장 수가 100개를 넘었을 정도로 히트를 쳤다. 이랜드이츠에서 운영하는 애슐리의 인기도 폭발적이었다. 애슐리는 9900원(클래식 평일 런치 기준)으로 뷔페를 즐길 수 있다는 ‘가성비’를 무기로 2000년대 중반 매장 수가 140여개까지 생겼다. 

이랬던 뷔페 인기가 시들해진 건 외식 트렌드가 변화하면서다. 경리단길, 연남동, 망리단길 등 유명 거리의 유명 맛집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뷔페는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덮쳤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까지 중단해야 했다. 많은 뷔페가 문을 닫은 것도 이때쯤이다.[※참고: 2020년 8월 19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하면서 50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그해 10월 다시 1단계로 하향 조정될 때까지 뷔페업계는 50여일 동안 영업을 하지 못했다.]

그런 뷔페가 지난해부터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매장 수가 크게 증가하진 않았지만, 뷔페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났다. 애슐리를 운영하는 이랜드이츠의 실적에서도 부페의 부활을 가늠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애슐리의 매출은 2363억원, 영업이익은 63억원이었다. 코로나19로 영업을 중단했던 2020년엔 매출이 2320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638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바닥으로 떨어졌던 애슐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각각 2536억원, 60억원을 기록하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됐다. 그렇다면 뷔페는 어떻게 부활했을까. 두가지 이유가 있다. 

■ 부활 이유➊ 고물가 = 고삐 풀린 물가 덕에 외식물가 역시 빠르게 치솟았다. 통계에 따르면 외식물가 상승률은 2019년 1.9%(전년 대비)였다가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엔 0.8%, 이듬해인 2021년엔 2.8%를 기록했다. 그러다 지난해엔 7.7%로 폭등했다. 각종 원재료 가격과 인건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탓이었다. 

이번엔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하는 외식비를 보자. 현재 삼겹살 1인분(200g 기준으로 환산·서울 기준) 가격은 1만9150원이고 냉면은 1만923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음식점에서 삼겹살 1인분에 냉면 한그릇을 먹으면 3만73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소주 한병(5000원)이라도 곁들인다면 3만5000원이 넘는다. “그 돈이면 차라리 뷔페에 가서 골고루 먹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비싼 물가 때문이다.

지난 11일 한 패밀리 레스토랑 뷔페에서 만난 직장인 서윤수씨는 “요즘 외식물가가 워낙 올라서 친구를 만나 밥 먹고 후식으로 커피 한잔 마시면 5만원은 우습게 깨지더라”면서 “뷔페에선 메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차까지 마실 수 있어서 요즘 식사 약속장소는 거의 뷔페로 잡는다”고 말했다. 뷔페 가격이 한끼 가격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다양한 메뉴를 마음껏 즐기는 게 가능한 데다 후식까지 곁들일 수 있다는 점이 뷔페의 부활을 도운 셈이다. 

■ 부활 이유➋ 전략 변경 =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위기의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그 기간 고객들이 좋아할 요소를 넣어 전략을 재정비한 것이 통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먼저 애슐리를 보자. 애슐리는 2020년 이전까진 애슐리 클래식, 애슐리 더블유(W) 등으로 운영해왔다. 그러다 2020년부터 프리미엄 모델인 애슐리퀸즈로 하나둘 전환해 현재는 모든 매장을 애슐리퀸즈로 운영하고 있다. 

뷔페업계가 프리미엄 전략을 편 게 통했다는 분석이 있다.[사진=CJ푸드빌 제공]
뷔페업계가 프리미엄 전략을 편 게 통했다는 분석이 있다.[사진=CJ푸드빌 제공]

애슐리퀸즈의 가장 큰 무기는 다양한 메뉴다. 이랜드이츠는 효율화를 위해 애슐리 부실 매장을 정리하는 동시에 또 다른 프랜차이즈인 ‘수사(초밥 뷔페)’를 2020년 접었다. 그러면서 ‘수사’에서 운영하던 메뉴를 애슐리퀸즈로 통합했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애슐리의 기본 메뉴에 신선한 스시, 시푸드까지 넣어서 고객 만족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빕스는 프리미엄 전략을 썼다. 팬데믹 기간에 수익성이 낮은 매장을 정리하고 나머지 매장을 프리미엄으로 재편하면서 매장을 리뉴얼했는데, 이 전략이 엔데믹(endemic·풍토병) 국면에서 통했다는 게 CJ푸드빌 측의 설명이다. “엔데믹으로 전환하면 프리미엄을 찾는 고객이 많아질 거라고 판단했다. 프리미엄으로 리뉴얼하면서 맥주와 와인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게 고객들에게 어필된 것 같다.”

결과적으로 뷔페를 부활시킨 건 고물가 국면이란 얘기인데, 여기엔 위험요소도 깔려 있다. 물가가 꺾이면 뷔페는 또 ‘가격 저항’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그때 뷔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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