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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늘면 고용 증가
실업급여 부정수급 거의 없어

실업급여는 최저임금과 함께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이다. 경제 논리로만 재단해서는 안 된다. 다만, 최근의 논쟁은 경제적 접근으로도 분석할 수 있다. 실업급여는 오랜 기간 두 가지 해묵은 논쟁에 시달려왔다. 실업급여가 정말 실업률을 끌어올리고,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느냐다. 최근엔 실업급여의 방만한 수급 논란이 ‘시럽급여’란 이름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실업급여의 경제학을 짚어봤다. 

지난 7월 12일 국민의힘이 개최한 실업급여 제도 개선 공청회. [사진=뉴시스]
지난 7월 12일 국민의힘이 개최한 실업급여 제도 개선 공청회. [사진=뉴시스]

■ 실업급여의 경제학 ➊ 실업=2004년 한 경제학자는 ‘실업급여가 재취업에 미치는 효과’란 논문에서 “실업급여 수급자의 실업 기간이 비수급자에 비해 2배 정도 길다”고 주장했다. 실업급여 확대를 반대하는 진영은 실업급여가 실업 비용을 낮춰주지만, 목표로 하는 임금 수준이 상향되면서 실업 기간이 증가해 오히려 실업률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한다. 

미국에서도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실업보험의 확대를 두고 비슷한 논쟁을 반복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실업이 늘면서 실업보험이 확대되자, 릭 스콧 미국 상원의원(공화당)은 “실업보험법은 사람들이 4개월 동안 실직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딕 더빈 상원의원(민주당)은 “실업보험 수급자가 다시 일을 하지 않는 게 아니고, 나중에 그만큼 경제를 회복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업급여가 늘어나도 실업률은 미세하게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가브리엘 초도로-라이히 하버드대 교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존 코글리어네지(John Coglianese) 이코노미스트와 함께 2016년 발표한 ‘고용 기회비용의 순환성’이라는 논문에서 “실업급여 수급 기간이 늘면 해당 기간 실업률은 0.3%포인트 상승한다”고 밝혀냈다.

또 “지난 금융위기 국면에서 실업급여 수급 기간의 증가로 높아진 실업률은 2007년 12월부터 2009년 6월 사이 실업률 상승분의 6%였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실업급여가 확대되면 가계 소득을 높여 고용에 ‘양(+)의 효과’를 불러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인 클라우스-피터 헬비히는 2021년 3월 ‘실업보험 급여 연장의 수급 효과’라는 보고서에서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 실업률이 다음해까지 10.0%로 두배 이상 상승하면서 실업보험 수급 기간을 최대 99주까지 연장했다”며 “가계소득의 1%포인트만큼 실업급여를 늘리면 고용이 2.451%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 실업급여의 경제학➋ 물가=실업급여 확대를 찬성하는 진영은 실업급여가 소비를 촉진하고, 이는 경제 전체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실업으로 인한 소비 감소는 얼마나 될까. 


미국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은 2021년 8월 보고서에서 “실업 직후 개인의 소비는 평균 6% 줄어 재취업에 성공할 때까지 회복하지 못했다”며 “실업급여 수급이 끝난 개인은 소비가 추가로 12% 감소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실업급여 지급액 1달러당 소비 촉진액은 0.27달러”라고 주장했다. 

미국 인디애나주의 한 버스 기사 구인 공고. [사진=뉴시스]
미국 인디애나주의 한 버스 기사 구인 공고. [사진=뉴시스]

실업급여의 소득 대체율도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로버트 모피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2014년 5월 발표한 ‘실업수당과 실업’이라는 보고서에서 “실업급여의 소득 대체율이 10% 증가하면 소비는 2.65% 감소한다”며 “실직자 중 실업급여를 못 받는 그룹의 소비 감소율은 22%였다”고 주장했다. 또 “실업수당을 받는 그룹의 빈곤율은 22.5%에서 13.6%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럼 실업급여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는 왜 발생할까.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2020년 7월 보고서에서 실업급여가 소비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2020년 6월 미국 근로자 5명 중 1명이 실업보험 혜택을 받았고, 이는 역대 최대 실업급여 수령률보다 5배나 높았다”며 “팬데믹 초기 실업수당 수급자의 지출은 10% 증가했지만, 근로자 전체의 총 지출은 10%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실업급여가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거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2020년 실업급여 외에 추가로 주당 6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소득 대체율이 순간적으로 100%를 넘겼을 때는 주목해 봐야 한다.

JP모건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때 실직자들의 소비는 20%나 감소했다. 이를 뒤집어보면, 소득대체율이 100%를 넘으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하지만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이 100%를 넘는 일은 일반적으론 발생하지 않는다. 

■ 실업급여의 경제학➌ 모순=최근의 실업급여 논쟁 중엔 살펴봐야 할 게 또 있다. 부정수급과 하향선 조정이다. 최근 여당 노동개혁특별위원회의 ‘실업급여 제도 개선 공청회’에 현직 공무원이 나와 제기한 문제점 중 하나는 부정수급이다.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는 내국인 161만9000명, 외국인 1만2107명으로 총 10조원 수준인데, 지난해 부정수급자는 269명(사업주 38명, 브로커 5명 포함)이다. 부정수급 액수도 지난해 25억7000만원에 불과했다. 여당의 생각과 달리 실업급여의 부정수급은 별로 많지 않다는 거다. 

서울시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시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모습. [사진=뉴시스]

그럼 184만7040원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더 내리자는 주장은 어떨까. 올해 기준으로 하한액을 적용받는 사람은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의 70% 이상인 119만명이다. 하향 조정은 빈곤선 이하 인구를 크게 늘릴 가능성이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2020년 빈곤율은 15.3%로 조사 대상 주요국 중 미국과 함께 최하 수준이었다. 2019년 기준으로 봐도 한국의 빈곤율은 16.3%로 튀르키예·스페인보다도 높았다. 빈곤선은 중위소득 이하의 인구 비율이다. 지난해 기준 약 120만원이다. 

실업급여 하한액을 만약 120만원 이하로 내린다면 하한액을 적용받는 전체 수급자의 70% 중 다른 소득이 없는 이들은 순식간에 빈곤선 이하로 떨어진다. 이들을 구제하려면 오히려 세금을 사용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공적 사회안전망은 고용보험을 비롯한 사회보험이 1차로 역할을 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노령연금 등 공공부조가 2차 안전망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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