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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보다 수입 더 줄어
가계판 불황형 성장
초과저축에서 기인해
내수 침체와 무역수지에 큰 영향

한국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 민간소비와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감소하는 불황형 성장은 가계에서도 발생했다. 초과저축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은 결과다. 이는 경제 규모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국가와 가계의 불황형 성장이 의미하는 것을 짚어봤다. 

한국은행이 25일 2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이 25일 2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 국가의 불황형 성장=7월 25일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보다 0.6% 성장했다고 밝혔다. 1년 전보다는 0.9%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한국 경제성장률은 0.9%였다. 한국은행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했다.

2분기 GDP가 소폭 성장하는 데 머무른 건 1분기 성장을 주도했던 민간소비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2분기 민간소비는 서비스 소비가 위축되면서 1분기보다 0.1% 줄었다. 정부 소비도 건강보험급여 등 사회보장 현물 위주로 이뤄진 탓에 1.9% 감소했다. 투자도 쪼그라들었다. 건설투자는 0.3%, 설비투자는 0.2% 감소했다. 


2분기 수출은 전분기보다 1.8% 줄었지만, 수입은 4.2%나 감소하면서 무역수지의 불황형 성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분기 수출은 0.6% 줄고, 수입은 2.3% 늘었다. 

불황형 성장은 불황기에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하면서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불황형 성장이 발생하면 경제 활력은 떨어지고, 경제주체들의 경기 전망도 악화하며, 소비·투자·고용이 위축된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불황형 성장이라고 해석하기보다는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 생산 증가가 순수출 개선을 통해서 우리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가계의 불황형 성장=한국은행은 7월 24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 및 평가’ 보고서에서 “팬데믹 이후 가계에 축적된 초과저축 규모가 101조~129조원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가계 저축률은 2015~2019년 연 평균 7.1%였는데, 2020~2022년에는 10.7%로 3.6%포인트 상승했다. 129조원은 지난해 명목 GDP의 6.0%, 명목 민간소비의 12.4%에 달한다. 
저축이 초과로 발생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2분기 GDP에서 보듯 결국 경제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팬데믹 초기인 2020~2021년에는 소득이 늘어도 소비가 감소하면서 초과저축이 증가했지만, 이후 소비가 늘어나면서 초과저축이 해소됐다. 

지난해 초과저축이 급증하면서 내수 침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초과저축이 급증하면서 내수 침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은 빚도 갚지 않고 저축에 집중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주요국들보다 우리의 부채축소(디레버리징)가 더딘 이유 중 하나다. 우리는 초과저축으로 부채를 상환하는 대신 주식·예금 등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초과저축은 일종의 ‘가계판 불황형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우리는 초과저축이 유동성 높은 금융자산으로 축적돼 있어 여건 변화에 따라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초과저축이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서 부동산으로 유입된다면 시장 특성상 추가로 대출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디레버리징과는 더 멀어진다는 뜻이다. 

■ 불황의 전염=과잉 저축은 경기침체와도 연관성이 깊다. 아시아개발은행은 2012년 4월 ‘왜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하나’라는 보고서에서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가 오면 투자, 소비, 신용 환경의 악화로 수입이 더 오랜 기간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불황형 성장은 위기 상황에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잉 저축은 단기적으론 디플레와 실업에, 장기적으론 경기침체에 영향을 준다. 르비우 보이나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유럽 경제학 저널인 ‘인터이코노믹스’에 게재한 초과 저축과 경기침체에 관한 보고서에서 “초과 저축이 과거의 손실을 만회하는 보장성 저축이라면 임금 수준이 회복되면 소비로 전환되지만, 소득 감소를 예상한 예방적 저축일 경우에는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자산 가치가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민간소비가 감소하면서 2분기 경제 성장률은 0.6% 상승에 그쳤다.
민간소비가 감소하면서 2분기 경제 성장률은 0.6% 상승에 그쳤다.

이본 아데나 네덜란드 정책분석국 이코노미스트도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6개국을 분석한 ‘OECD 국가들의 경기변동과 민간 저축'이란 논문에서 실질 GDP 성장률이 하락하면 가계가 가처분소득에서 저축을 더 늘리는 현상을 증명했다. 

한 국가의 초과저축은 세계 경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독일·중국처럼 과잉저축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나라가 있으면, 어딘가에선 큰 폭의 무역 적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2005년 3월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과잉저축(경상수지 흑자)이 미국 경제를 거의 몰락시킬 뻔한 자산거품을 일으켰고, 이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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