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버튜버 빛과 그림자➌
인터뷰 | 지자체 최초 버튜버
버튜버 공무원 강서구 새로미
지난 2월 21일 버튜버로 데뷔
첫화 조회수 15만회 달성
주무관이 만드는 강서구 버튜버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제작해
일반 버튜버와 가는 길 달라
재미와 공익의 경계선 찾아야

지난 2월 국내 최초의 지방자치단체 버튜버(버추얼 유튜버·Virtual YouTuber)가 등장했습니다. 서울시 강서구의 ‘강서구 새로미’입니다. 새로미는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과 재기 발랄한 내용으로 첫화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문제는 버튜버의 한계도 뚜렷하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국내 최초의 공무원 버튜버는 다른 길을 걷고 있을까요?

서울시 강서구청이 지난 2월 시작한 버튜버 강서구 새로미와 대화 중인 강서구 기자.[사진=더스쿠프 포토] 
서울시 강서구청이 지난 2월 시작한 버튜버 강서구 새로미와 대화 중인 강서구 기자.[사진=더스쿠프 포토] 

첫화부터 ‘빵’ 터졌습니다. 서울시 강서구청의 공무원 버튜버 ‘강서구 새로미’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공무원이 만들었다고 보기 힘든 퀄리티와 MZ스러움이 철철 넘치는 내용, 조악한 음향이 큰 화제를 일으켰죠. 첫화는 지자체 유튜브 콘텐츠에선 보기 힘든 조회수 15만회를 기록했습니다. 

그럼 데뷔 300여일이 흐른 강서구 새로미는 첫화의 인기를 유지하고 있을까요? 참,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제 이름은 강서구입니다. 그 때문인지 ‘강서구 새로미’를 만든 버튜버와의 대화는 ‘이름이 강서구가 맞나요?’란 역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강서구가 만난 강서구 버튜버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 강서구 새로미를 업로드하는 영상 타이틀의 제목이 ‘브이록스’인데 무슨 뜻인가요.
“[V]loGS는 ‘VIRTUAL Live Onair GAN GSEO’를 의미해요. 버튜브 라이브로 강서구 브이로그를 찍겠다는 뜻이에요.”

✚ 많은 지자체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지만 버추얼 유튜버(Virtual YouTuber·버튜버)는 처음인 것 같아요. 
“네. 전국 지자체 사이에서도 유튜브 경쟁이 치열해요. 강서구청도 지난해부터 같은 고민을 했어요.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과정에서 버튜버를 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 버튜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난해부터 국내에서도 버튜버가 크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어요. ‘이세계아이돌’이 대표적이죠. 다른 버튜버를 보고, 이를 지자체 홍보물을 만드는 콘텐츠에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버튜버를 운영하는 지자체가 없다는 점도 한몫했죠.” 

✚ 국내 최초의 지자체 버튜버라는 타이틀이 도움이 됐나요. 
“물론이죠.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의 화제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다행히 예상이 적중했고, 전국 지자체 최초의 공무원 버튜버로 불리게 됐어요.”

✚ 버튜버 이름이 새로미인데, 이유가 있나요.  
“기존에 새로미라는 강서구 마스코트가 있었어요. 사람은 아니고 까치였죠. 이 새로미를 의인화한 게 버튜버 새로미예요.” 

✚  브이록스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제가 만들었어요. 과정이 쉽지는 않았죠. 관련 분야의 전문지식이 없던 터여서 유튜브 강의 영상을 보면서 하나하나 제작했어요. 새로미도 무료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프리셋을 기반으로 만든 캐릭터예요. 강서구청 내부 스튜디오에서 촬영과 녹화, 편집까지 하고 있어요.”

✚ 캐릭터도 직접 만들었다는 건가요.
“네. 캐릭터를 만드는 데 1~2주 정도 걸렸어요. 처음엔 강서구에 공항(김포공항)이 있다는 특색을 살리기 위해 비행기나 승무원 콘셉트로 만들려고 했지만 구체화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프리셋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기존 마스코트인 새로미를 의인화하기로 했죠. 두 캐릭터의 의상 색깔과 머리카락 색이 비슷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 기획이나 촬영도 혼자 하나요.
“네. 기획, 시나리오 작성, 촬영, 편집 등 모든 걸 혼자 하고 있어요. 버튜버가 3D 작업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 다른 분의 힘을 빌리긴 어려워요. 저도 하나씩 배우면서 만들고 있죠. 최근엔 전문가의 조언도 받았어요. 전문성을 높이려고 노력 중이에요.” 

✚ 브이록스를 만드는 사람이 강서구청 주무관이라는 것만 알려져 있어요. 신분을 밝히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나름의 세계관이에요. 그래서 주무관이라는 것 말고는 성별과 이름 등 아무것도 밝히지 않고 있어요. 브이록스를 통해 힌트 아닌 힌트를 제공한 탓에 어느 정도 눈치를 챈 분들도 있지만 제가 직접 이름과 성별을 말하지 않는다는 콘셉트는 계속 밀고 갈 생각이에요. 저에 관해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서울특별시 강서구청 홍보정책과 주무관이라는 것입니다.”


✚  이전에도 유튜브 관련 업무를 보셨나요.
“아니에요. 말 그대로 구정 홍보 업무를 했습니다. 구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있으면 촬영이나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했어요.”

✚ 공무원 버튜버지만 강서구 새로미는 일반적인 공무원 같지는 않아 보여요. 
“흔히 얘기하는 MZ다움이 많이 묻어나는 캐릭터죠. 이런 점이 유튜브 구독자들에게 주목받은 이유겠죠.”


✚ 그런 점에서 인가를 받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했어요. 완성한 첫화를 가지고 팀 내부 시사회를 했죠. 반응이 좋았어요. 이후 부청장 직속 조직에 있는 미디어 소통관에게 보여줬어요.” 

✚ 결과는 어땠나요?
“ ‘내가 책임질 테니 올려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과정을 거쳐 2월 21일 첫화를 업로드했어요.” 

✚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네요.
“네. 그렇죠. 새로미가 인기를 끌면서 자율성은 더 높아졌어요. 혼자 만드는 대신 외부의 간섭을 전혀 받지 않아요. 내부 시사회를 통해 부족하거나 놓친 부분이 없는지 피드백을 받긴 해요.”

✚ 브이록스가 관심을 받은 이유 중 하나인 음질 논란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렇죠. 음질 문제는 지금도 논란 아닌 논란을 사고 있죠. 영상에 붙은 가장 많은 댓글이 ‘마이크 좀 바꿔라’니까요. 장비 문제도 있지만 기술적인 한계도 있어요. 영상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맞게 목소리를 바꾸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죠. 스트레스도 엄청 받았어요. 마이크도 다양하게 바꾸고 전문가의 조언도 구했지만 어쩔 수 없는 현상이더라고요. 화제성을 위해 의도한 것은 아니에요.” 

✚ 공무원 버튜버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지자체 유튜브 채널이라 수익창출이 안 돼요. 대신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롭죠. 영상에서 사용하는 음원의 저작권이 원저작권자에게 있기 때문에 적재적소에 필요한 음악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논란을 막기 위해 민감한 내용은 모두 확인을 받고 있죠.”

✚ 공무원 버튜버로서 가장 조심해야 할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강서구 버튜버는 공익을 목적으로 해요. 지자체를 대표하기도 하죠. 그래서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콘텐츠를 만들면 죄송하다는 공지를 올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죠. 라이브 방송을 계획하고 있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혹시라도 말실수를 하면 큰 논란이 될 수 있어서죠. 물론 마이크와 같은 기술적인 한계도 있고요.” 


✚ 브이록스가 예산 없이 만들어진다고 들었어요.
“사실 예산을 받기 힘들어요. 조례를 제정하고 의회의 심의도 받아야 하고 과정이 복잡하죠. 그리고 무료툴을 사용하는 탓에 그렇게 돈을 쓸 일이 없어요. 앞으로도 예산 없이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 첫화는 큰 화제를 끌었지만 이후부턴 조회 수가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고민이에요. 브이록스 5화를 업로드한 이후 3주 정도의 공백이 있었는데 그 이후 조회수가 많이 빠졌어요. 유튜버 관련 일을 하는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일정한 주기로 콘텐츠를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2주에 한번씩은 콘텐츠를 올리려 해요.”

✚ 공무원 버튜버에게도 조회수는 큰 고민이군요. 
“고민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죠.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버튜버라 일반 콘텐츠처럼 마냥 재미를 추구할 수도 없어요. 재미와 유익함을 모두 잡아야 한다는 압박이 크죠. 조회수는 구독자의 10분의 1 정도라고 해요. 이런 걸 생각하면서 압박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사진=채널 i강서TV] 
[사진=채널 i강서TV] 

✚ 일반적인 버튜버와는 다른 길을 가야 하는군요.
“네. 재미를 추구하는 일반적인 버튜버와는 방향성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스스로 공무원 유튜버라는 걸 항상 되새기고 있어요. 공익성과 재미를 두고 항상 고민하고 있죠.”

✚ 구독자들이 원하는 재미 위주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나요.
“없진 않지만 조금은 자제하려고 해요. 신분이 공무원 버튜버여서 팬들이 원하는 걸 모두 할 순 없어요. 무작정 재미만 쫓으면 ‘사이버 레커(Cyber Wrecker)’로 전락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럼에도 기술적인 한계가 해결되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라이브 방송은 한번쯤 해보고 싶어요.”

사이버 레커는 남의 불행이나 사고·실수·잘못 등을 공론화해서 조회수나 인지도 상승과 같은 이익을 챙기는 사람을 의미한다. 레커 운전자가 교통사고 현장에 남들보다 빨리 도착해야 이득을 얻는 걸 빗대어 만든 신조어다.  

✚ 한때 인기를 끌던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최근 주춤하는 듯해요. 버튜버도 미래를 장담할 순 없을 것 같아요.
“그런 고민도 있죠. 그래서 브이록스를 웹툰이나 웹드라마처럼 만들 계획을 갖고 있어요. 최근 등장하는 캐릭터를 하나씩 늘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세계관을 확장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등장할 캐릭터의 이름과 개연성이 고민이긴 하죠.”

✚ 구독자의 반응도 살피나요.
“브이록스 첫화의 댓글은 아직 보지 않고 있어요. 무섭기도 하고 마이크와 관련한 비판이 많을 것 같아 읽어볼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다른 화에 붙은 댓글은 종종 확인하고 있죠. 좋은 댓글도 있고, 악성댓글도 있지만 취사선택하고 있어요. 다행히 베스트 댓글로 올라오는 건 응원의 내용이 많아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공무원이 애쓴다’였어요. 저의 상황을 잘 대변해 주는 말인 것 같아 기억에 남아요.”

✚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서 하기 힘든 작업일 것 같아요. 
“현실적인 걱정이에요. 소재를 찾는 것도 한계가 있죠. 그래도 능력이 되는 한 혼자서 꾸려갈 생각이에요. 물론 주위의 도움도 받고 있어요. 저 혼자 좋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편집이나 영상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주변에 있는 유튜버 편집자에게 많이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고 있어요.”

서브컬처로 여겨졌던 버튜버가 최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브컬처로 여겨졌던 버튜버가 최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버튜버는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요.
“그만두라고 하기 전까지는 계속할 생각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강서구 새로미는 구정 사업을 알리고, 구민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는 게 목적이에요. 여기에 재미가 가미된 콘텐츠라고 보면 되죠. 앞서 언급했던 댓글처럼 공무원이 애쓰고 있으니까 재미있게 봐주시고, 꾸준한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구청을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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