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다시 열린 중국시장과 현대차➋
중국 신에너지차 체제 태동하며
내연기관차 중심 해외 브랜드
경쟁력 흔들리고 점유율 하락
뒤늦게 전기차 스타트 현대차
현지화·인지도 제고 노력해야
중국 시장에서 부활 가능할까

# 우리는 원초적 질문 ‘다시 열린 중국시장과 현대차’ 첫번째 편에서 중국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짚어봤다. 이를 통해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잃은 결정적 배경도 살펴봤다.

# 원인은 분명했다. 2010년대 중국 시장은 전기차 중심의 신에너지차 체제로 빠르게 전환했는데, 현대차는 이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현대차에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원초적 질문 두번째 편을 열어보자. 

신에너지차 체제가 출범하며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신에너지차 체제가 출범하며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동안 자동차 산업은 유럽·미국과 같은 서방 국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를 발명한 곳도, 사상 처음으로 자동차를 대량 생산한 곳도 이들 국가이니 그 노하우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자동차 산업의 무게추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옮겨가면서, 첨단기술을 등에 업은 신흥국들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 곳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전기차 중심의 신에너지차를 필두로 자국 브랜드의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2020년 35.7%였던 중국 로컬 브랜드의 자국 시장 점유율은 2022년 47.2%로 껑충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60%를 웃돌던 해외(유럽
미국일본) 브랜드의 점유율은 50%대로 내려앉았다. 중국의 신에너지차 체제에 기민하게 대응하기보다 기존의 내연기관차를 앞세운 판매 전략을 고수한 탓이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베이징사무소는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해외 완성차기업들이 내연기관차 중심 전략을 고수하면 중국 시장점유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 비중이 40%에 도달할 경우, 해외 완성차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은 2019~2021년 평균치 대비 10~26%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리 해석하면, 신에너지차는 해외 브랜드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요소인 셈이다. 


■ 현대차 위기와 기회 = 중국 자동차 시장의 재편 앞에서 우리나라 현대차 역시 예외일 순 없다. 이 회사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2013년 6.8%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2018년 3.6%, 2022년 1%로 고꾸라졌다. 

이 기간 현대차가 출시한 신에너지차는 미스트라 EV, 투싼 하이브리드 2종뿐이었다. “급변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좇지 못해 부진에 빠졌다”는 업계 안팎의 지적이 틀린 말은 아니었던 거다.

현대차의 현지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의 우이쥔 부장 역시 “해외 브랜드는 중국 시장을 이해하고 수요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고 자인했다(2023년 6월 신차 무파사 출시 기념 간담회).

현대차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했다.[사진=연합뉴스]
현대차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했다.[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현대차엔 반등의 여지조차 없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중국 로컬 기업의 고속성장을 견인했던 ‘신에너지차 보조금 제도’가 올해 전면 폐지됐다. 이는 해외 브랜드에도 기회가 생겼음을 시사한다.

벌써  중국 전략을 바꾼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곳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정부 대신 기존 보조금의 일부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사업 체계를 개편한 상태다. 중국 완성차기업으로선 테슬라의 ‘이름값’과 자체적인 보조금 혜택의 시너지를 무시하기 힘들다. 


관건은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반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느냐다. 현대차는 올 3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전기차 모델 GV60을 정식 출시하며 중국 신에너지차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내년에는 고성능 차종으로 구성된 ‘N 브랜드’ 시리즈의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N’을 출시할 예정이다. 2025년까지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 모델을 최소 4종 출시한다는 것이 현대차의 목표다. 

다시 열린 기회의 문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중국의 자동차 전문 매체 피시오토(PCauto)는 “중국 독립 브랜드에 비하면 현대차는 이제야 본격적으로 신에너지차 분야에 뛰어든 단계라서 뒤늦은 감이 있다”며 “시대를 초월한 기술력과 연구적 소양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지 자동차 정보ㆍ콘텐츠 플랫폼인 오토헤드라인(QCTT)은 지난 6월 28일자 기사(현대차 중국시장 판매 감소, 철수할까 턴어라운드할까)에서 현대차가 직면한 두가지 문제를 꼬집으면서 솔루션을 제시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현대차의 첫번째 과제는 좀 더 충실한 현지화다. QCTT는 “현대차가 다양한 제품군과 매력적인 가격 전략을 펼치는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중국 소비자의 기호와 요구에 기반한 표적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제품의 혁신뿐만 아니라 로컬라이징(현지화)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번째 과제는 브랜드 이미지와 시장 인지도를 제고하는 거다. 중국 시장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 탓에 소비자들이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으니, 브랜드 홍보와 마케팅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사진=베이징현대 제공]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사진=베이징현대 제공]

현대차 역시 현지 언론의 진단에 공감대를 갖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걸림돌 중 하나는 브랜드 파워”라면서 “브랜드의 자생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지 신차 판매량을 늘리는 데 급급하다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면 중장기적으론 타격이 더 클 것”이라면서 “브랜드의 힘을 키우기 위한 일련의 작업을 단계별로 거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업계에선 중국의 신에너지차 시장이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신에너지차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35% 성장해 9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했다. 신에너지차 ‘1000만대 시대’가 머지않은 시점에서,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