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몸집 커지는 중고거래 플랫폼
업체들도 해마다 매출 성장세
하지만 적자 신세 면치 못해
본업 활용한 수익모델 필요

남이 쓰던 물건을 그저 ‘헌것’ ‘낡은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실용적인 것’으로 인식하면서 중고거래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고물가 시대라는 점도 이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는데, 문제는 ‘남는 게 없는 장사’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속성을 위해 그들 앞에 ‘수익모델 찾기’란 어려운 과제가 놓였다.

중고거래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실적을 개선할 수익모델이 필요한 상황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중고거래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실적을 개선할 수익모델이 필요한 상황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2021년 8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18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 당근마켓의 기업가치는 당시 3조원으로 평가받았다.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와 롯데쇼핑보다 높은 몸값이었다. ‘과대평가’란 논란도 있었지만 그만큼 중고거래 시장이 ‘뜨거웠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근마켓보다 앞선 같은해 3월 롯데쇼핑이 300억원을 투자해 중고나라의 지분 93.9%를 공동 인수한 것도 중고거래 시장의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이었다. 올 초엔 네이버가 북미 1위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를 14억7000만 달러(약 1조8600억원)에 인수했다. 네이버 역사상 가장 큰 인수금액이었다. 

시장의 이런 기대처럼 중고거래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고, 여전히 성장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고거래 시장은 25조원 규모(2022년 기준)에 이른다. 중고물품을 대하는 소비자의 인식이 개선되고,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값싼 비용으로 제품을 구매하려는 이들이 증가해 시장 규모는 하루가 다르게 커졌다.

중고거래 플랫폼 업체들의 몸집도 나날이 거대해지고 있다.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출발한 중고나라는 현재 카페와 공식앱 회원 수가 합산 2300만명에 달한다. 2011년 시작한 번개장터는 월 이용자 수가 700만여명이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플랫폼 3대장(중고나라·번개장터·당근마켓) 중 가장 늦게 출발(2015년)했지만 지난해 누적 가입자 수 3200만명을 넘기며 형님들을 제쳤다.

이처럼 늘어나는 이용자들 덕에 중고거래 플랫폼들의 매출도 폭풍 성장 중이다. 중고나라는 2021년 86억6046만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01억994만원으로 16.7% 늘었고, 번개장터는 249억5727만원에서 304억7517만원으로 22.1% 증가했다.

당근마켓은 매출 역시 압도적인 성장세를 띠었는데, 2021년 256억7260만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498억7201만원으로 94.3%나 뛰어올랐다. 

문제는 커지는 몸집만큼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엔 당근마켓부터 보자. 당근마켓은 2021년 352억1341만원의 손실을 냈는데, 지난해엔 그 규모가 463억9060만원으로 커졌다. 2015년부터 8년 연속 적자다. 

중고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11억5947만원의 손실이 94억5407만원으로 불어났다. 3대장 중 번개장터만이 손실 규모를 393억원에서 348억원으로 다소 줄였지만 적자는 여전히 300억원대에 이른다.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왜 적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이렇다 할 수익모델이 없어서다. 거래를 중개하는 기능만으론 수익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한상린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등장할 때 ‘과연 돈을 벌 수 있는 사업모델일까’란 우려가 많았다”면서 “그럼에도 외형적으로 성장을 거듭하니까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생겼지만 물음표까지 지우진 못했다”고 꼬집었다. 

중고거래 플랫폼은 말 그대로 사용자들의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이다. 중고나라와 번개장터는 중개수수료라도 받고 있지만, 당근마켓은 그마저도 없다. 이들의 주된 수익원은 광고다. 당근마켓만 보더라도 지난해 광고수익은 494억4243만원으로, 한해 수익의 99.1%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적자 신세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상린 교수는 “단순히 거래만 연결해주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영업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령, 직접 판매에 나서거나 그동안 쌓아온 기반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접점을 만드는 방법들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거다.

번개장터가 2021년 선보인 스니커즈 리셀숍 ‘브그즈트 랩(BGZT LAB)’은 그 노력을 짐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다. ‘브그즈트 랩’은 번개장터의 대표 거래 품목인 스니커즈를 콘셉트로 2021년 2월 더현대 서울에 입점했다. 한정판 컬래버레이션 스니커즈 300여종을 판매하는 이곳엔 1년 만에 21만명, 2년 만에 66만명이 방문했다. 번개장터는 그해 10월 브그즈트 랩 2호점도 열었다.

번개장터는 한정판 스니커즈를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 ‘브그즈트 랩’을 열었다.[사진=연합뉴스]
번개장터는 한정판 스니커즈를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 ‘브그즈트 랩’을 열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것만으론 커질 대로 커진 적자를 털어내기에 역부족이다. 좀 더 명확한 수익모델이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중고거래 플랫폼은 체질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창립 7년 만에 대표 체제를 바꿨는데, 업계에선 이것이 전략 수정의 신호라고 분석하고 있다.[※참고: 당근마켓은 창업자인 김용현 대표에겐 해외 사업부문을, 신임 황도연 대표에겐 국내 사업 부문을 맡기며 투트랙 체제를 구축했다.] 중고나라는 롯데에 인수된 후 어떤 시너지를 창출할지 궁금해지고 있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중고거래 플랫폼들에 수익모델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과도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다간 자칫 핵심 서비스의 장점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면서 “당근마켓 같은 경우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중고거래 플랫폼인 만큼 이를 잘 활용할 지역 특화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물음표를 달고 탄생한 중고거래 플랫폼. 그들은 언제쯤 의문을 떨어내고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꿀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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