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er’ 전시 리뷰
카아민 작가 첫번째 전시
추상적 감각, 시각으로 표현
지친 영혼에 ‘희망의 메시지’

카아민_기다림_2023_193.9×130.3㎝_oil on canvas.[사진=히피한남갤러리 제공]
카아민_기다림_2023_193.9×130.3㎝_oil on canvas.[사진=히피한남갤러리 제공]

몇년 전만 해도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홍대 앞 거리에 이국적인 갤러리나 스튜디오가 많았다. 최근엔 성수동, 한남동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전에 ‘아트총각’이란 기획을 통해 소개한 갤러리 중에도 성수동이나 한남동에 둥지를 튼 곳들이 적지 않다. 이 지역의 문화 트렌드가 어느 정도 개성을 찾은 것 같다. 

최근 기업체들도 성수동이나 한남동의 전시공간에서 미디어아트 전시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컬렉터들과 미술애호가들도 이곳을 찾는다. 이번에 소개하는 히피한남갤러리도 젊은 갤러리 그룹에 속할 듯하다. 특히 이 갤러리가 지난 5월 13일부터 6월 9일까지 진행했던 ‘Dreamer’란 전시회는 이곳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Dreamer’는 카아민 작가의 첫번째 전시회다. 그는 30만명이 훌쩍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다. 인스타그램의 구독자도 2만명에 이른다. 그만큼 퍼포먼스도 남다르다. 디즈니ㆍ킷캣ㆍ삼성 등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했고, 올해엔 SM엔터테인먼트의 ‘웬디X멜로망스’ 앨범 커버 작업에 참여했다. 인플루언서로 불리긴 하지만, 재능 있는 작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독특한 이력 때문인지 카아민 작가는 첫번째 전시회에서 ‘팬들과의 소통’에 신경을 많이 썼다. 유튜브ㆍ인스타 등 SNS에선 보여줄 수 없었던 자신의 철학과 작품을 직접 소개하는 데 땀을 쏟았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꿈을 이루는 것보다, 계속 새로운 이상을 꿈꾸며 현재를 살아가는 것의 가치를 말하고자 했어요. 이상을 향한 여정에서 우리는 변화하고 성장하면서 때론 공허함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런 과정 속에서 느껴지는 추상적인 감각들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려고 했습니다.”

카아민_Blue bird_2023_17.9×17.9㎝_oil on canvas.[사진=히피한남갤러리 제공]
카아민_Blue bird_2023_17.9×17.9㎝_oil on canvas.[사진=히피한남갤러리 제공]

필자는 이런 활동을 의미 있게 해석한다. 나홀로 작업하면서 감정과 육체가 피폐해져가는 걸 하나의 ‘예술혼’으로 여기던 세대들이야 당황할지 모르지만, 대중이나 관객을 향한 직접적인 소통 방식은 현시대 패러다임에 더더욱 적합하다. 

이제 카아민 작가의 작품 얘기를 해보자.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이상과 목표를 꿈꾼다. 이상적인 목표를 위해 현재의 희생하면서 버티는 이들도 숱하다. 이런 점에서 카아민 작가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상을 꿈꾸되 현재를 살아가는 것의 가치를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 스스로 이상을 현재로 치환하는 과정에서 느낀 추상적인 감각을 시각으로 표현한다. 그가 사용하는 다양한 색채는 이상과 희망의 의미를 포함한다. 대상을 비현실적인 색감으로 표현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을 역설적으로 조화롭게 만든다. 작품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새는 자유와 도전을 의미한다. 그중 파랑새는 교환불가한 가치와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듯하다. 

카아민_Hope_2023_60.6×72.7㎝_acrylic and oil on canvas.[사진=히피한남갤러리 제공]
카아민_Hope_2023_60.6×72.7㎝_acrylic and oil on canvas.[사진=히피한남갤러리 제공]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들 한다. 그럼에도 다름을 만들어내야 하는 게 인간의 삶이지 않을까 한다. 카아민 작가가 이상 속에서 현실을 찾고 있듯 하루하루의 삶이 의미 없다고 느끼는 이들 역시 삶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

이런 순간의 과정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일지 모른다. 삶이 지루하고 공허하다면, 카아민 작가의 다음 전시를 기대해도 괜찮을 듯하다. 그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는 지친 영혼에 새바람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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