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읽을 만한 獨특한 책➋ 웹소설
성공하고 싶다는 오랜 꿈
웹소설서 실현하는 상상

# 소설을 담는 그릇의 변화는 소설의 형식도 바꿔놨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자 작은 화면을 통해 스크롤하며 읽는 소설들이 붐을 일으킨 거다. 웹소설은 사람들의 욕망을 빠르게 채워주는 걸 목표로 한다. 카카오, 네이버, 문피아 등 웹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다.

# 부자가 되는 꿈은 누구나 꾼다. 당장 땅을 판다고 해도 10원짜리 하나 나오지 않지만 사람들은 ‘나에게 100억원이 있다면…’ ‘내가 재벌그룹 총수라면…’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그 상상을 ‘대리 만족’해 줄 수 있는 3편의 웹소설을 소개한다. 

웹소설은 비교적 가벼운 주제와 문체로 독자의 욕망을 실현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웹소설은 비교적 가벼운 주제와 문체로 독자의 욕망을 실현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귀로 압도한다」 
우명 | 고렘팩토리
연재처 카카오페이지ㆍ네이버시리즈ㆍ리디북스ㆍ노벨피아


“재벌? 세계를 움직이는 막후의 거대 자본가? 준비된 회귀로 압도한다!” 만약 당신이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가? 아니, 몇 살부터 부자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회귀로 압도한다」는 그런 질문에 시원한 답변을 내놓는다.

준비된 자라면 아무리 어려도 가능하다고 말이다. 그것도 무려 초등학교 5학년, 12살부터다. 회귀물 웹소설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왜 회귀했는가?’이다. 자신이 전생에서 이루지 못했던 목표를 회귀로써 달성하기 위해서다.

주인공 ‘유재원’은 전생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유망 사업가였다. 그러나 그의 재력도 권력도 대한민국의 핵심 기득권에 들어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권력을 갖지 못한 유재원에게 내려진 결과는 가혹했다. 사업 실패로 인해 횡령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결국 죽음을 맞이한 63살의 ‘유재원’은 1988년 12살의 초등학생으로 회귀한다. 그러고는 결심한다. 다시는 패배자가 되지 않겠다고. 전생에서부터 컴퓨터 공학 기술, 경영학, 그리고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온몸으로 익혀온 유재원.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무기인 ‘회귀’를 통해 남들보다 60년은 앞선 정보와 기술로 자신의 주변을 차츰 압도해 나가기 시작한다.

「회귀로 압도한다」는 1988년, 12살의 나이로 돌아간 주인공이 역사적 사건과 능력을 이용해 성공을 꿈꾸는 내용이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회귀로 압도한다」는 1988년, 12살의 나이로 돌아간 주인공이 역사적 사건과 능력을 이용해 성공을 꿈꾸는 내용이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만일 당신이 지금까지의 기억을 가지고 시골 촌구석의 12살 꼬마로 다시 태어나 맨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면 어떻게 ‘성공’을 이룰 것인가. 「회귀로 압도한다」는 회귀물의 정석적인 클리셰, 이를테면 ‘미래에서 온 주인공이 모든 면에서 앞서간다’는 주인공의 법칙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12살 소년으로 회귀한 주인공은 국민학교에서 영재 소리를 들을 만큼 입지를 다진 뒤 교장선생님의 환심을 사 서울에서 열리는 경진대회에 참가하고 그 수상 경력을 바탕으로 지역 유지의 이목을 끌어 사업의 토대를 마련하는 행보를 보인다.

마치 미리 준비해 놓았다는 듯 막힘 없이 나아가는 전개와 실제 역사가 맞물려 사업을 벌이는 주인공의 행보가 독자에게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선사해 준다.

「토이 마켓 1985」 
손인성 | KW북스
연재처 문피아ㆍ네이버시리즈ㆍ카카오페이지


스마트폰은 물론 인터넷도 없던 시절. 문방구는 어린아이들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유일한 곳이었다. 풍선껌에 끼워져 있는 만화책부터 캡슐 로봇, 고급 미니카에서 BB탄 권총까지.

이런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토이 마켓 1985」를 추천한다. 피규어나 프라모델 수리로 먹고사는 ‘윤태준’은 뛰어난 손재주와 특유의 세심함으로 업계에서 인정받는 장난감 수리업자다.

하지만 그에게도 아픔이 있었다. 그가 어렸을 적 조그마한 식품회사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사업 실패로 공장 문을 닫았고 어머니는 식당 일을 다니다 뺑소니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어느날 이상한 노인의 힘으로 태준은 1985년으로 돌아간다. 과거로 돌아간 태준에게 주어진 건 7000만원이라는 거금과 설계도를 넣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놋쇠 항아리였다. 23세 청년의 몸이 된 태준은 어릴 적 살던 동네의 옥탑방에서 자기 가족을 바라보며 주어진 능력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도와 집안을 일으키겠다고 결심한다.

「토이 마켓 1985」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가족을 지키려 애쓴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토이 마켓 1985」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가족을 지키려 애쓴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손인성 작가의 「토이 마켓 1985」는 전작인 「게임 마켓 1983」에 이어 1980년대의 향수를 진하게 자극한다. 손 작가는 그 시대에 살지 않았더라도 문방구의 값싼 플라스틱 장난감이나 불량식품을 한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를 택했다. 작가의 솜씨를 맛볼 수 있는 ‘레트로 수작’이다.

「용돈이 계속 늘어!」 
쾌벌 | JC미디어
연재처 문피아ㆍ네이버시리즈ㆍ카카오페이지


우리는 왜 돈을 버는가. 왜 많은 돈을 원하는가. 왜 부자가 되고 싶은가.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서’라는 답도 맞다. 그러나 돈의 본질을 떠올려 보면 더 단순한 답이 있다. 바로 ‘쓰기 위해서’다.

그러나 돈은 쓰긴 쉬워도 모으기는 어렵다. 어디 땅 파서 10원짜리 하나가 나오던가. 그런데 누가 나에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용돈을 준다면 어떨까.

연극배우를 하겠다고 하다가 28세가 돼버린 주인공 ‘김여유’. 그의 인생은 이름처럼 여유롭지 않다. 비좁은 고시원에서 살면서도 담배는 피워야겠으니 동전 하나라도 긁어모으는 신세다.

그러던 어느날 김여유의 머릿속에서 ‘겟 머니’라는 이상한 시스템이 구현된다. 알 수 없는 존재는 김여유에게 돈을 주고 일정 시간 내에 반드시 그 돈을 써야 한다는 조건을 건다.

처음 김여유가 받은 용돈은 100원짜리 동전 하나. 그 용돈은 3000원, 8000원, 10만원, 120만원, 300만원으로 늘어난다. 용돈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김여유는 “이걸 대체 어떻게 써야 하지?”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든다.

「용돈이 계속 늘어!」는 돈을 써야 돈을 얻을 수 있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용돈이 계속 늘어!」는 돈을 써야 돈을 얻을 수 있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쾌벌 작가의 「용돈이 계속 늘어!」는 황당하면서도 누구나 한번쯤 해볼 법한 상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웹소설 특유의 짤막한 문체와 주인공 김여유의 구질구질한 일상이 ‘웃픈’ 상황을 자아낸다.

처음에는 편의점을 오가다 나중에는 식당, 옷 가게, 클럽을 다니며 제한 시간 내 돈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돈을 쓸 것인가’라며 상상하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박민호 뉴스페이퍼 기자
feldrance2017@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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