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3%대로 뛰어오른 물가
국제유가, 농산물 가격 급등
GDP 성장률 2분기 연속 0%대
고금리 이자 부담에 소비 위축
대외 불확실성 우려 커졌지만…
‘상저하고’ 전망만 외쳐대는 정부
민생 외면한 채 정쟁하는 정치권

고물가·고금리 속 실질소득 감소로 민생은 고달픈데 정부는 ‘이념 전쟁’에 빠져 있다. 여야 정치권도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에 몰두해 있다. 정치권 모두 각성해야 할 때다.[사진=뉴시스]
고물가·고금리 속 실질소득 감소로 민생은 고달픈데 정부는 ‘이념 전쟁’에 빠져 있다. 여야 정치권도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에 몰두해 있다. 정치권 모두 각성해야 할 때다.[사진=뉴시스]

안정되는 듯했던 물가가 다시 뛰며 불안해졌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3.4% 올랐다. 6~7월 두달 연속 2%대였던 물가상승률이 석달 만에 3%대로 올라섰다. 폭염·폭우 여파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며 영향을 미쳤다. 국제유가가 다시 오른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추석이 코앞인데 ‘금사과’로 불릴 정도로 명절 성수품인 과일값이 크게 올랐다. 올가을 과일 가격은 봄철 저온 피해와 여름철 호우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해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비쌀 것으로 관측됐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망). 

게다가 국제유가는 9월 들어 더 큰 폭으로 뛰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연말까지 원유 감산을 연장하기로 결정하자 10개월 만에 다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동절기 물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물가가 다시 상승하는데 성장은 계속 둔화하는 모습이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 대비 0.6% 증가했다. 2분기 연속 0%대 성장인 데다 내용도 좋지 않다. 소비와 투자가 위축된 가운데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면서 힘겹게 성장세를 이어간 ‘불황형 성장’이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 등으로 1분기 성장을 밀어올린 민간소비는 마이너스(-0.1%)로 돌아섰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줄이면서 정부 소비도 2.1% 감소했다. 이같은 정부 소비 증가율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1분기(-2.3%) 이후 최저치다. 민간과 정부 모두 지갑을 닫고 있음이다.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0.7% 줄었다. 실질 GNI는 한 나라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낸다. GNI 감소는 내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실질소득이 감소한 판에 물가가 다시 오르니 민간 소비는 더 위축될 것이다. 경기 불황 속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7일 내놓은 9월 경제동향에서 경기 불안 징후를 염려했다. KDI는 한달 전 8월 경제동향에서 썼던 ‘경기 부진 완화’ 표현을 빼고 ‘대외 불확실성 우려’를 강조했다. 

KDI는 중국 부동산 기업의 금융 불안,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세 확대 등을 언급하며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흐름을 일부 제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KDI는 7월 경제동향에서 “경기 저점을 지나가고 있다”고 분석한 데 이어 8월엔 “경제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모습”이라면서 경기 회복세를 부각한 바 있다.

상황이 이럼에도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4분기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9월 이후에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이 지표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하반기에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를 주문처럼 되뇐다. 하지만 하반기에 접어든 지 벌써 3개월째, 3분기 마지막 달인데도 수출 및 내수 회복세는 보이지 않는다. 8월 수출은 지난해 8월 대비 8.4% 감소했다. 수출은 11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막대한 부채 탓에 가계는 소비 여력이 없다.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이 줄어든 데다 고금리 상황에서 대출 이자를 내고 나면 쓸 돈이 없다. 정부의 감세 정책에 경기 침체로 인해 세금도 덜 걷힌다. 올 들어 7월까지 국세 징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4000억원 줄었다.

대외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4분기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이라면서 낙과론을 유지했다.[사진=뉴시스]
대외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4분기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이라면서 낙과론을 유지했다.[사진=뉴시스]

지금 한국 경제는 수출·내수·세수가 동반 부진한 전형적인 불황 국면이다. 이래저래 ‘상저하고’ 기대는 멀어지고 ‘상저하저上低下低’의 ‘L자형’ 장기 침체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수출이 부진한 판에 물가가 다시 뛰면서 소비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이는 경기 회복세의 발목을 잡고, 정부가 목표로 한 올해 연간 1.4% 성장률 달성을 어렵게 할 것이다. 

고물가·고금리 속 실질소득 감소로 민생이 고달픈데 정부의 현실 인식은 한가롭다.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이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싸우라고 주문했다. 여야 정치권도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에 몰두해 있다.

경제지표가 온통 빨간불인 것도 걱정스럽지만, 경제와 민생이 어려운데도 특단의 대책 없이 ‘9월 이후’ ‘4분기부턴 괜찮아진다’며 낙관론에 빠져 있는 정부가 더 걱정스럽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4개월이 흐른 판에 전 정부 탓으로 돌릴 수도 없는 시점이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 모두 각성해야 한다. 민생 살피기는 최고 최선의 정치행위이자 선거운동이다. 지금 민생을 챙겨야 내년 4월 총선도 기대할 수 있다. ​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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