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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금통위 의사록 공개
13일 BofA 펀드매니저 설문
공통적으로 中 경기침체 예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공통적으로 중국의 경기 하락에 주목했다. 이는 경제적 상호의존관계를 갖고 있는 한중 양국에 좋지 않은 소식이다. 12일, 13일 각각 발표한 금통위 회의록과 BofA의 월간 펀드매니저 설문조사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사진=뉴시스]

■ 한·중 디커플링 과도기=12일 발표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최근 의사록과 13일 공개한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 결과에서 가장 두드러진 주제는 중국이었다. 

한은 금통위원들은 32쪽짜리 의사록에서 중국을 63회나 언급했다. BofA 글로벌 펀드매니저 중 78.0%는 지난 2월 중국 경제의 앞날을 묻는 질문에 ‘회복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이번 9월 설문조사에선 아무도 회복을 전망하지 않았다(0%).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3·4분기에 각각 3.9%, 2.9%를 기록했고, 올 들어 1·2분기에 각각 4.5%, 6.3%를 기록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한국·일본·대만과 함께 중국을 공급망과 첨단기술에서 배제하는 신냉전 체제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도 중국을 세계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경제는 여전히 중국과 밀접하게 묶여있다. 한은 금통위 한 위원은 “우리나라와 중국, 아세안 국가의 수출은 큰폭으로 감소했는데, 세계 상품교역량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침체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다는 거다. 

한은 금통위원들과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공통적으로 중국 경제의 하강을 걱정했지만, 행동은 대조적이다. 이런 차이는 손절 가능성에서 발생한다.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인 데다 인접해 있는 두 나라의 교역 관계는 안보 등 여러 의미에서 끊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한 나라가 약해지면 다른 나라도 악영향을 받는다. 한국은행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서 깊어진다. 

하지만 전문 투자자들은 위기의 전염보다는 위기 속 기회에 더 민감하다. 위기는 그 나름대로 큰 변동성을 가지기 때문에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는 오히려 기회기 때문이다. BofA의 설문조사에서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중국 경제 회복을 아무도 믿지 않았는데도, 응답자의 21.0%가 중국 주식의 공매도 포지션을 가지고 있었다. 

■ 한국은행 금통위 의사록=한국은행이 12일 공개한 8월 24일 금통위 의사록에는 첫 줄부터 중국이 언급돼 있다. 세계 교역량이 그대로인데 한국과 중국의 수출 감소세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대중對中 수출과 IT 품목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수출이 부진하고, 자원수출국 등의 교역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판단했다. 한 금통위원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우리나라나 중국과 같은 제조업·수출 중심 국가의 경기에 미치고 있는 영향이 얼마나 지속될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중국 경제의 하강은 우리 경제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금통위 위원은 “중국이 최근 노동생산성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구조적인 성장세의 둔화도 예상된다”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재추정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하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다. 

한국은행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너무 낙관적으로 봤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다른 금통위 위원은 “최근 중국의 경제를 보면 소비·투자·수출 등 전 부문이 부진한 가운데 일부 부동산 개발업체의 채무불이행까지 가세했다”며 “주요 투자은행들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속속 4%대로 낮추고 있다”고 발언했다. 

■ BofA 펀드매니저 설문=마이클 하트넷 BofA 투자전략가는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상대로 실시한 월간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펀드매니저들이 더 이상 비관적이진 않지만 낙관적이지도 않다”며 “중국 경제가 성장할 것이란 낙관론이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미국 주식시장에 기록적인 자금이 들어가는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매월 글로벌 펀드매니저를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사진=뉴시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매월 글로벌 펀드매니저를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사진=뉴시스]

실제로 설문에 응한 펀드매니저 중 60.0%가 중국 정부가 향후 6개월 동안 대대적인 경기부양책 대신 제한적인 정책 조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에 아예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자도 15.0%에 달했다. 막대한 재정을 투자해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응답자는 12.0%, 대규모 통화정책을 쓸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자는 4.0%에 그쳤다. 

펀드매니저들이 현재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한 부문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 주식이었다. 55.0%가 빅테크 주식을 매입했고, 21.0%가 중국 주식의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이어 일본 주식 매수(8.0%), 부동산 관련 상품인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공매도(4.0%), 미국 국채(3.0%) 순으로 많았다. 


BofA는 매월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다. 이번 설문은 9월 1~7일 펀드매니저 22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에 응한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는 자산은 6000억 달러가 넘는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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