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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가파른 상승세 지속
주유소 기름값 역시 상승곡선
각국 보조금 등으로 유륫값 낮춰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주유소 기름값도 함께 치솟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외엔 다른 정책적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고 있다. 세계 각국의 대응은 다르다. 미국은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정유사를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추경을 활용하고 있다. 유가 상승에 대처하는 각국의 정책적 노력을 들여다봤다.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휘발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있다. [사진=뉴시스]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휘발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있다. [사진=뉴시스]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휘발유 가격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 7월 12일 배럴당 80달러대를 다시 넘더니, 지난 5일 이후로는 90달러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유류세 인하 혜택을 10월까지 두달간 연장하기로 결정한 후 침묵하고 있다. 

우리와 달리 미국‧유럽‧일본 등 세계 각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국제유가 상승에 대처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에너지 가격상한제를 시행했다. 미국‧프랑스는 장관과 차관이 직접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도 추경을 발판으로 재원을 확보해 휘발유 판매가격의 보조금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럼 우리 정부가 벤치마킹할 만한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 미국 세액공제 철폐=미국이 중국을 반도체 등 핵심 공급망에서 디리스킹(de-risking)하는 신냉전 체제의 핵심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이다. 두 법의 골자는 보조금·세액공제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 기업들에 당근을 제시하는 거다. 

그런데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자 미국은 이 법을 무력화하는 방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차관은 11일(현지시간) 뉴욕경제클럽 행사에 참석해 “누구도 현재 상황에서 에너지 회사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걸 타당하다고 여기지 않는다”며 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 명시한 석유와 가스회사를 지원하는 세금 우대 및 보조금 310억 달러를 철폐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석유회사들이 기록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혁신적인 일을 해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잔혹한 분쟁으로부터 횡재한 것에 불과하다”며 석유회사들이 내수를 늘리지 않으면 횡재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료 | 런던 ICE선물거래소]
[자료 | 런던 ICE선물거래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2021년 석유 관련 보조금, 세액공제 규모는 12억4600달러다. 천연가스 관련 보조금과 세액공제 규모는 2700만 달러다. 미국의 2021년 석유 보조금과 세액공제 규모는 39억3800만 달러, 천연가스의 경우 29억 달러다. 

■ 일본의 추경=일본은 지난해 1월 이후 휘발유 평균 소매가를 리터(L)당 168엔으로 유지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연장했다. 일본의 유류 보조금 제도는 9월 만료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국제유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는데 엔화 가치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일본의 휘발유 가격은 통계 집계 후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8월 유류 보조금 제도를 연장·강화해 10월부터는 휘발유 소매가를 평균 L당 175엔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9월엔 휘발유 가격이 L당 168~185엔 수준이면 30%를 보조한다. 

경제매체 로이터는 지난 8월 29일 일본 정부가 강화하는 유류 보조금 재원을 추가경정예산에서 확보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에도 유류 보조금 예산 3조272억엔(약 29조원)을 포함한 278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했었다. 

■ 유럽의 가격상한제=EU 집행위원회는 올해 3월부터 천연가스 가격상한제를 실시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1메가와트시(㎿h)당 180유로(약 25만원)를 넘는 상황이 2주간 계속되고, 국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보다 35유로 높은 상황이 3거래일 연속으로 지속하면 천연가스 가격상한제를 발동해 최소 20일간 유지한다. 

지난 3월 프랑스 마르세유의 한 주유소. 프랑스는 장관이 직접 기업들과 휘발유 가격 협상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지난 3월 프랑스 마르세유의 한 주유소. 프랑스는 장관이 직접 기업들과 휘발유 가격 협상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프랑스는 기업들과 직접 교섭에 나서 성과를 거뒀다. 아그네스 파니어-루나처 프랑스 에너지전환부 장관은 지난 9월 9일 공영 라디오 방송인 프랑스 앵테르와의 인터뷰에서 석유회사·주유소 등 에너지 기업들을 만나 유류 가격을 더 낮추겠다고 밝혔다. 아그네스 파니어-루나처 장관은 “프랑스 사람들은 연료비를 더 낼 여유가 없다”며 “시장 참여자(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파니어 장관은 프랑스 에너지 관련 기업들 대부분이 올해 말까지 주유소의 휘발유·디젤 가격을 L당 2유로 미만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고, 나머지는 이 수준에 근접한 가격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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