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3개월차 부부 재무설계 4편
직장인에게 쉽지 않은 주식 투자
원금 손실하면 복구 거의 불가능
예금·적금 등 은행 상품 섞고
리스크 낮은 상품도 활용해야

주식으로 ‘한탕’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많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부부도 한달에 200만원씩 주식에 쏟아붓고 있다. 문제는 이런 투자 방식엔 ‘뒤’가 없다는 점이다. 손해를 입기라도 한다면 돌이킬 수가 없으니, 예금·적금 등 안정성이 높은 다양한 상품에도 골고루 투자해야 한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주식 투자금을 활용해 미래를 안정적으로 재설계해 봤다.

주식 비중이 저축 비중 대비 너무 높다면 투자금을 분산해 위험도를 낮춰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식 비중이 저축 비중 대비 너무 높다면 투자금을 분산해 위험도를 낮춰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혼 3개월 차를 맞은 이재호(가명·34)씨와 박은영(가명·36)씨 부부. 두 사람은 노산을 우려해 올해 안에 자녀를 낳기로 계획하고 생활해 왔다. 문제는 부부의 수중에 목돈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남편에게 주식 투자금이 있긴 하지만 언제 손해 볼지 모르는 주식을 ‘저축’이라고 보긴 어렵다.

부부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혼수를 준비하느라 사용한 신용카드 할부금(총 24 0만원), 이씨의 자동차 할부금(1800만원) 등 갚아야 할 빚이 꽤 있다. 재테크를 두고 부부가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것도 부부의 걱정거리다. 남편은 주식으로 ‘한 방’을 노릴 생각으로 월급의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아직은 별문제가 없지만 아내는 혹여 큰 손해라도 볼까 걱정이 태산이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지난 1·2차 상담에 걸쳐 필자는 부부의 상황을 전해 듣고 가계부를 재설계했다. 설계 전 부부의 재정 상태는 다음과 같다. 둘 다 중견 기업에 다니는 부부는 남편이 380만원, 아내가 320만원을 벌어 총 7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434만원, 금융성 상품 270만원 등 704만원이다. 월 4만원씩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부부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1년에 걸쳐 지출하는 비정기지출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경조사비·명절비 등 원래라면 비정기지출에 있어야 할 지출항목들은 부부의 용돈에서 해결하고 있었다.

여유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가계부를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정기지출에선 148만원을 절감하고, 비정기지출은 1년 기준 850만원, 월평균 70만원으로 설정해 이 안에서만 각종 지출을 해결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론 78만원을 절약한 셈이다. 이렇게 부부의 가계부는 적자 4만원에서 흑자 74만원으로 전환됐다.

이제 부부는 재무 솔루션이란 마지막 단계를 남겨두고 있다. 지난 시간에 파악한 부부의 재무 목표는 ‘자녀 출산 비용 마련’ ‘내집 마련’ 등 2가지다. 아울러 주식 투자 비용 줄이고 저축 비중 높이기, 세금 공제 적극 활용하기 등의 노하우도 얻길 원한다. 이 부분은 재무 솔루션을 세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으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솔루션을 세워 보자. 현재 부부의 금융성 상품 종류는 이렇다. 부부가 각자의 이름으로 가입한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총 20만원), 적금(50만원), 주식(200만원) 등 270만원이다.

직장인에게 주식 투자는 그리 권장하지 않는다. 목돈을 잃으면 복구가 무척 어려워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에게 주식 투자는 그리 권장하지 않는다. 목돈을 잃으면 복구가 무척 어려워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시점에서 부부의 재테크 방식은 무척 위태롭다. 전체 금액(270만원)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74.0%)이 너무 크다. 이러면 주식에서 손해를 봤을 때 복구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다행히 부부도 주식 비중을 낮추길 원해서 필자는 주식 투자금을 기존 2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150만원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부의 여유자금은 74만원에서 224만원으로 늘어났다.

그런 다음엔 적금통장 2개를 만들어 각각 50만원씩 총 100만원을 납입하기로 했다. 하나는 출산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른 하나는 부부 중 한쪽이 육아휴직을 신청해 외벌이로 전향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단기간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재무 이벤트에 대처할 때엔 적금처럼 수익성보단 안전성이 높은 저축 수단을 써야 한다. 시간이 촉박한데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했다가 원금을 잃기라도 하면 이를 복구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내집 마련 같은 장기 프로젝트엔 수익성을 어느 정도 담보하는 투자상품을 활용하는 게 좋다. 이를 위해 부부는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ETF)’에 월 4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ETF는 일종의 ‘상장된 펀드’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주로 채권·원자재·통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중도 인출이 불가능한 기존 펀드와 달리 주식처럼 언제든지 매매가 가능하단 장점이 있다. 그러면서도 주식 같은 ‘직접투자’보다 리스크가 낮다. 개인이 아닌 투자 전문가를 끼고 진행하는 ‘간접투자’ 방식이라서다. ETF는 재테크 초보자인 이씨가 혼자서 해 오던 주식 투자보단 분명 좋은 결과를 낼 것이다.

적립식 펀드에도 30만원씩 납입한다. 이 상품은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고, 원하면 언제든지 납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다만, ETF와 적립식 펀드 둘 다 투자상품이므로 원금 손실의 리스크를 갖고 있다는 건 염두에 둬야 한다.

만약을 위해 비상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CMA통장에 월 24만원을 납입한다. 투자상품인 CMA는 하루만 저축해도 이자가 생기고, 일반 통장처럼 언제든지 예금·인출·송금이 가능하단 장점이 있어 비상금 용도로 쓰기에 적합하다. 마지막으로 부부의 노후를 위해서 개인연금에도 30만원을 납입하기로 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부부의 재무설계가 모두 끝났다. 부부는 여유자금 224만원으로 자녀 출산비(적금 총 100만원), 내집 마련(ETF 40만원·적립식 펀드 30만원), 비상금(24만원), 노후 준비(개인연금 30만원)에 알뜰히 썼다.

재무설계 결과가 꽤 만족스럽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남편이 아직 ‘주식 대박’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월급쟁이인 직장인은 늘 ‘원금 손실 리스크’를 신경 써야 한다. 소득 수준을 넘어서는 손해를 입으면 복구하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명심해 부부가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며 신혼을 보낼 수 있길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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