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댓글에 답하다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의 비밀➋
원자력과 태양광, 경제성 비교
균등화 발전비용 큰 차이 없어
태양광 LCOE 더 낮아질 전망
원전 비용 할인 요소 고려해야

# 재생에너지발전보다 원전으로 전력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이들이 빼놓지 않는 주장이 있습니다. 바로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이 원전보다 비싸다는 겁니다. 더스쿠프가 기사를 통해 ‘원전에 기반한 무탄소 전력 100% 사용’을 강조하는 ‘한국형 CF100’의 비현실성을 지적했을 때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습니다.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이 원전보다 턱없이 비싸다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는 거였죠.

# 더스쿠프는 ‘댓글에 답하다: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의 비밀 1편’에서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이 원전보다 비싸다는 주장이 숱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 두번째 편입니다. 

발전원별 균등화 발전비용을 따져 보면 태양광발전 비용은 원전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다.[사진=뉴시스]
발전원별 균등화 발전비용을 따져 보면 태양광발전 비용은 원전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다.[사진=뉴시스]

우리는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의 비밀 1편’에서 수많은 미디어가 한국전력공사의 전력 구입 가격인 ‘에너지원별 정산단가(가격)’를 ‘에너지원별 생산단가(원가)’로 잘못 표현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생산 비용을 얘기하려면 원가를 비교해야 하는데 가격을 비교하고 있으니 오해가 생긴다는 거였습니다.

이쯤 되면 재생에너지발전과 원전의 생산 비용이 과연 얼마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재생에너지발전의 생산단가는 얼마나 될까요? 

■ 오해
 실제 비용 차이 = 안타깝게도 현재 공식적인 발전원별 생산단가 비교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발전원별로 ‘균등화 발전비용(LCOE)’을 추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LCOE란 각 발전설비의 수명ㆍ유지비ㆍ환경비ㆍ매몰비ㆍ연료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계산한 실질적인 발전비용을 의미합니다.

이 때문에 발전원별 경제성을 비교할 때 주로 쓰입니다.[※참고: 앞서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의 비밀 1편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0년 12월 발표한 ‘2020년 전력 생산 예상 비용’ 보고서를 통해 LCOE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LCOE는 추정 방법이나 고려 항목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발전원별 LCOE를 추정한 보고서가 있습니다. 2021년 6월 한국자원경제학회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균등화 발전비용 메타분석’ 보고서입니다.

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LCOE는 원전이 ㎾h당 67.84원(중간값 기준)으로 가장 쌌고, 3㎾ 태양광발전의 LCOE는 100.33원이었습니다. 복합화력이나 가스ㆍ석탄 등은 이미 LCOE가 너무 높아 태양광발전의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태양광발전이 원전의 경제성을 넘어설 수 있느냐만 남은 거죠. 

흥미로운 건 원전에 환경비용이나 사고위험대응비용 등까지 포함할 경우, 원전의 LCOE는 ㎾h당 97.55원으로 100.33원인 태양광발전 비용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겁니다.

더구나 보고서는 “2030년 이후엔 태양광발전 LCOE(56.03원), 원전의 LCOE(74.07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원전은 환경비용 등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고, 태양광발전은 기술 발전과 경험 축적으로 단가가 더 떨어진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태양광발전 업계는 건설비용과 수명 등을 고려한 태양광발전 생산단가를 ㎾h당 50원 이하로 보고 있습니다. 

원전 비용이 재생에너지발전 비용보다 월등히 저렴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사진=뉴시스]
원전 비용이 재생에너지발전 비용보다 월등히 저렴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사진=뉴시스]

태양광발전엔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이 분석엔 정책지원비용 항목도 포함됐습니다. 아울러 혹자는 “소형원전(SMR)이 도입되면 다를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형원전이라고 해서 원전의 위험성이 줄지는 않을뿐더러 건설비용이 더 싸다고 할 근거도 아직 없습니다. 태양광발전보다 경제적이라고 하기 힘들다는 거죠. 

■ 오해 발전설비의 주체 간과 = 이쯤에서 또다른 오해를 하나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LCOE를 추정할 때에도 잘 고려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겁니다. 국내에서 원전 설비의 설치ㆍ관리ㆍ운영의 주체는 사실상 정부인 반면, 재생에너지발전의 주체는 대부분 민간입니다.[※참고: 외국에선 원전 설비도 민간이 설치ㆍ운영하는 경우가 숱합니다. 외국의 원전 LCOE가 우리나라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토지 매입이나 각종 인ㆍ허가, 자금조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원전이 재생에너지발전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운동장 자체가 기울어져 있다는 거죠. 그런데도 2030년에 태양광발전이 원전의 경제성을 뛰어넘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태양광발전은 원전보다 비싸다”는 주장을 계속 유지하는 게 맞을까요?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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