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댓글에 답하다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의 비밀➊
태양광발전이 원전보다 비쌀까
외국선 가격경쟁력 없는 원전
왜 한국선 가격경쟁력 높을까
한전 정산단가가 원가로 둔갑

“지금처럼 재생에너지발전 생산단가가 너무 높다면 RE100은 헛된 구호에 불과하다.” 더스쿠프가 지난 10월 보도한 ‘RE100 대신 한국형 CF100… 尹의 전략 통할까(통권 567호)’라는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국내의 재생에너지발전 생산단가가 너무 높아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만 사용하는 RE100에 동참하는 게 힘들지 않겠냐는 겁니다. 정말 국내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은 원전보다 비쌀까요? 그 댓글에 답해보겠습니다. 

태양광발전 비용이 원전보다 턱없이 비싸다는 주장은 다양한 오해에서 비롯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태양광발전 비용이 원전보다 턱없이 비싸다는 주장은 다양한 오해에서 비롯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 100% 사용’을 추구하는 RE100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대세입니다. 국내 기업들도 RE100 대응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원자력발전에 기반한 무탄소 전력 100% 사용’을 강조하는 ‘한국형 CF100’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형 CF100은 “RE100보다 훨씬 까다로운 규정인 CF100에서 ‘원전 사용 가능’이라는 조건만을 떼어내 만든 어설픈 캠페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거죠. 더스쿠프 역시 지난 10월 ‘RE100 대신 한국형 CF100… 尹의 전략 통할까’란 기사를 통해 ‘한국형 CF100’의 문제를 짚은 바 있습니다. 

그러자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습니다. “지금처럼 재생에너지발전의 생산단가가 너무 높다면 RE100은 헛된 구호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고려해 생산단가가 낮은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에선 재생에너지발전 생산단가가 높으니까 경제 논리에 따라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만 사용하는 게 어렵고, 그러니 원전을 사용하는 한국형 CF100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주장으로 이해됩니다. 

언뜻 설득력이 있는 듯하지만, 문제는 이 주장이 ‘재생에너지발전은 비싸고, 원전은 싸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는 점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부흥정책도 이런 전제에서 나왔습니다. 그럼 이 전제는 타당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댓글에 답하다: 반론에 재반론’을 통해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이해를 돕기 위해 외국의 상황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재생에너지를 일찌감치 발전원으로 활용했거나 재생에너지발전 설비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국가의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은 다른 발전원보다 싼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례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0년 12월 발표한 ‘2020년 전력 생산 예상 비용’ 보고서를 보겠습니다. 여기엔 발전원별 ‘균등화 발전비용(LCOE)’ 데이터가 담겨 있습니다. LCOE란 각 발전설비의 수명ㆍ유지비ㆍ환경비ㆍ매몰비ㆍ연료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계산한 실질적인 발전비용을 의미합니다.

이 때문에 발전원별 경제성을 비교할 때 주로 쓰입니다.[※참고: IEA는 5년마다 국가들로부터 받은 기초자료를 토대로 LCOE를 추정하고 있습니다. LCOE는 추정 방법이나 고려 항목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발전원별 LCOE는 대규모 태양광발전이 ㎿h당 50.7달러(중간값 기준)로 가장 저렴했습니다. 육상풍력발전이 55.3달러로 2위, 원전은 68.6달러로 3위였습니다. 재생에너지발전, 특히 태양광발전의 경제성이 가장 좋았다는 거죠. 

그럼 왜 국내에선 “재생에너지발전은 비싸다”는 얘기가 나올까요? 물론 우리나라는 태양 빛이 사시사철 고르게 잘 들고, 바람도 알맞게 부는 지역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국토가 넓지도 않습니다.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게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이 비싸다는 근거가 될 순 없습니다. 사실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이 비싸다는 주장은 여러 오해에서 비롯됐습니다. 

원전은 사실상 정부에서 짓고, 관리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사진=뉴시스]
원전은 사실상 정부에서 짓고, 관리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사진=뉴시스]

■ 오해➊ 정산단가의 함정 = 가장 큰 오해는 용어의 혼동입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한국전력거래소의 연료원별 ‘정산단가’입니다. 예컨대 올해 1~10월 평균 1㎾h당 연료원별 정산단가는 원전이 50.7원으로 가장 낮았습니다.

반면 재생에너지 대표주자인 태양광발전의 정산단가는 162.5원이었습니다. 무려 3.2배나 차이가 나죠. 이를 두고 상당수 미디어들이 “태양광발전 생산단가가 비싸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런데 이는 올바른 분석이 아닙니다. ‘정산단가’란 한국전력공사가 ‘발전사들로부터 구입한 전기 가격’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정산단가(가격)를 생산단가(원가)와 혼동하고 있다는 거죠.

100원을 들여 생산한 제품을 500원에 판매한다고 했을 때 가격은 500원, 제품 생산단가는 100원입니다. 그런데 500원을 생산단가라고 주장하는 격이죠.[※참고: 정산단가가 이렇게 차이 나는 이유는 인위적으로 원전 가격을 낮춰주는 ‘정산조정계수’라는 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기사에선 논외로 했습니다.]

오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재생에너지발전 비용의 비밀 2편에서 얘기를 이어가보겠습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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