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통계로 분석한 자동차 주식 2편
자동차 주식 국내외 증시 저평가
최근 10년간 현대차·기아 PER
코스피 대형주 평균치 못 미쳐
미국 증시에서도 자동차 업종
평균 PER 하위 20%에 불과해
자본집약적인 경기 민감주 해당
성장성에 관한 보수적 전망 요인

#지난 10월 23일 기준 국내 자동차 주식(71개 종목)의 거래대금은 총 3384억원이다(한국예탁결제원 포털 세이브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보통주(838개 종목) 전체 거래대금(9조1548억원)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소재주(28.2%), IT하드웨어 관련주(7.5%), 에너지주(5.3%)에 비하면 비중이 적은 편이다. 그만큼 자동차 주식이 각광받는 투자처는 아니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실제로 증시에서 자동차 주식은 저평가를 받는 측면이 크다. 국내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와 기아의 주식도 예외는 아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더스쿠프가 국내 금융정보ㆍ
데이터 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제공하는 ‘와이즈인덱스’ 지수, 애스워드 다모다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와 개빈 마고르 와이스레이팅스 이사의 데이터를 통해 자동차 주식의 태생적 한계점을 짚어봤다.

국내외 증시에서 자동차 주식은 저평가받는 경향이 크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국내외 증시에서 자동차 주식은 저평가받는 경향이 크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우리는 ‘통계로 보는 자동차 주식’ 1편에서 국내 자동차 제조사 현대차ㆍ기아의 주가 흐름을 살펴봤다. 두 회사는 지난 4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최대치를 경신했다.

3분기 성적표도 훌륭하다. 현대차는 3조821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대 3분기 중 최고 성적을 찍었다. 기아도 두자릿수 영업이익률(11.0%)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답보 상태에 있다. 10월 들어 현대차 주가는 18만~19만원 사이, 기아의 주가는 8만~8만500 0원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 중이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두 회사의 주가는 되레 17만원선(현대차), 7만원선(기아)으로 떨어져 반등하지 못 하고 있다.

현대차ㆍ기아의 주가가 실적 대비 탄력을 받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거래소의 통계를 바탕으로 계산한 주가수익비율(PERㆍPrice Earnings Ratio)을 보자. PER은 기업의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이 지표가 15배 미만이면 해당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해석한다. 반대로 15배를 초과하면 주식가치가 고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2012~2022년 최근 10년간 현대차와 기아의 평균 PER은 각각 12배, 9배로 기준치(15배)를 밑돌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 대형주(시가총액 상위 1~100위 종목) 평균치(13배)에도 못 미쳤다. 국내 증시에서 두 회사의 주가가 저평가를 받는 경향이 뚜렷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의 근본 배경엔 업종의 문제가 있다. 이번엔 금융정보ㆍ데이터 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가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보통주 종목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지수인 ‘와이즈인덱스’의 데이터를 살펴보자.

와이즈인덱스에 따르면, 현대차ㆍ기아가 속한 자동차업종의 최근 3년간 분기 평균 PER은 8.89배다. 와이즈인덱스에서 분류한 26개 업종의 분기 평균치(19.07배)에 한참 못 미친다. PER 값이 가장 높은 미디어업종(186.33배)과는 무려 21배 차이다.

[※참고: 26개 업종에는 ▲자동차, ▲에너지, ▲화학, ▲비철금속, ▲건설, ▲기계, ▲조선, ▲상사, ▲자본재, ▲운송, ▲화장품, ▲호텔, ▲미디어, ▲소매(유통), ▲필수소비재, ▲건강관리, ▲은행, ▲증권, ▲보험, ▲소프트웨어, ▲IT하드웨어, ▲반도체, ▲IT가전, ▲디스플레이, ▲전기통신서비스, ▲유틸리티가 있다.]

자동차업종 자체가 증시에선 다른 산업에 비해 힘을 못 쓰고 있다는 건데, 해외라고 다르지 않다. 이번엔 ‘가치평가의 달인’으로 불리는 애스워드 다모다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의 데이터를 보자. 

다모다란 교수는 미국 증시에 상장한 7165개 기업을 대상으로 업종별 PER을 직접 산출했는데, 지난 1월 기준 ‘자동차 및 트럭(31개 종목)’ 업종의 PER은 14.07배였다. ‘자동차 부품(37개 종목)’ 업종의 PER은 그보다 더 낮은 9.36배를 기록했다. 전체 96개 업종 중 자동차 및 트럭 업종은 하위 20%에, 자동차 부품 부문은 하위 8%에 속하는 수치다.

통계에서 봤듯 국내 증시든 해외 증시든 자동차 산업이 저평가받는 구조인 것만은 확실하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이 질문의 답은 전세계 5만5000여개 기관의 투자가치를 평가하는 영국의 신용평가사 와이스레이팅스(Weiss Ratings)의 연구ㆍ평가 이사 개빈 마고르의 논평에서 찾을 수 있다.

개빈 마고르는 지난 10월 3일 ‘자동차 주식은 소유하기엔 너무 위험하다(Auto Stocks Are Too Bloody Risky to Own)’는 제목의 아티클을 통해 국내외 투자 시장에서 자동차 주식이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나씩 살펴보자. 


■저평가 이유➊ 자본집약성 = 마고르 이사가 꼽은 첫번째 이유는 자동차 산업의 자본집약성이다. 자동차를 제조하기 위해선 대규모 조립공장을 설립하고 중장비 기기를 설치해야 하며, 대량의 부품 재고를 비축해야 한다. 여기엔 당연히 비용이 따른다. 생산 인프라가 어느 정도 구축됐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공장ㆍ설비ㆍ재고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 비용은 별도로 셈해야 한다. 

이를 두고 마고르 이사는 “새롭게 만들어진 자동차 모델에 1달러를 투자하기 이전에 (공장) 조립 라인에서 첫번째 모델을 생산하는 데만 수백만 달러를 지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당연히 이런 종류의 비즈니스 모델에는 일반적으로 부채 형태로 조달하는 상당한 양의 현금이 필요하다”며 “부채 없이(혹은 부채를 적게 해서) 자동차 사업을 운영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마고르 이사에 따르면 자본집약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그 자체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 자본 투입→수익 창출이란 비즈니스 공식에선 지출 비용이 많을수록 수익성 리스크가 커져서다. 이런 이유로 투자자들은 자동차 주식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논리다.

자동차 산업은 상당한 현금을 투입해야 하는 자본집약적 산업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 산업은 상당한 현금을 투입해야 하는 자본집약적 산업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평가 이유➋ 민감성 = 이 지점에서 ‘제품을 많이 팔아서 투자금을 만회할 만큼 이윤을 남기는’ 단순 해법을 떠올릴 수 있지만, 자동차 시장에선 이 간단한 논리가 쉽게 먹혀들지 않는다. 자동차는 경기 상황에 유독 민감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마고르 이사는 “자동차는 매우 비싼 임의 소비재여서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갔을 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상품 중 하나”라면서 “자동차 판매는 갑작스럽고 극적인 침체에 취약하다”고 짚었다. 이 사실은 실제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 추이를 보면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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