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파트2] 리서치센터장 7人의 엔저 전망

▲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7인은“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에 의한 엔저현상은 국내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 이후 엔저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200대 기업의 올해 순이익은 75%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 증시는 엔저에 따른 실적 부진과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국내 리서치센터장 7인에게 엔저현상의 영향과 전망에 대해 물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돈풀기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돈을 풀어 되찾을 요량이다. 이를 위해 ‘아베노믹스’의 신봉자인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를 일본중앙은행(BOJ) 신임 총재로 발탁해 더욱 강력한 금융완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아베 정부의 목표인 ‘물가상승률 2%’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양적•질적 금융완화’ 조치를 시행한 것이다.

이런 양적완화 정책은 ‘엔저’를 부르고 있다. 엔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60%에 달하는 한국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 국내 제품은 가격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 역시 출렁인다. 일본으로 떠나는 외국인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과연 엔저공포는 언제까지 갈까. The Scoop가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의 인터뷰를 리뷰해봤다. 

✚ 엔저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이하 송상훈):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확대 여부에 달려 있다.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둔화징조를 보이면 미국도 돈을 풀 게 뻔하다. 그러면 엔화약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

백관종 NH농협증권 리서치센터장(이하 백관종): “엔저 현상은 마무리 단계에 접근하고 있다. 일본의 정부부채가 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은 어려워 보인다.”

✚ 엔화가치가 어디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나.
송상훈
: “달러당 100엔 이상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엔•달러 환율의 10년 평균은 약 104엔이고 20년 평균은 110엔 수준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이하 조윤남): “엔저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엔화의 가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전 수준(약 105엔)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이하 양기인): “국내수출을 위협할 정도의 엔화약세는 엔 캐리 트레이드에 달려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미국•일본의 국채 금리 스프레드가 지금보다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통화정책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크지 않다. 원•엔 환율의 하락을 심각한 수준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2013년 원•엔 평균 환율은 1200원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달러화의 향방에 따라 결정

✚ 일본의 양적완화 때문에 엔저현상이 발생한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송상훈: “옳은 말이다. 엔화가치는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었다. 어찌보면 엔화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지 모른다. 이유는 세계경제와 관련이 있다. 미국경제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재정위기까지 터지자 글로벌 유동성이 안전자산으로 쏠렸다. 그 선택지가 일본이 됐다. 그 결과 일본경제는 엔고현상에 시달렸다.”

✚ 그렇다고 해도 아베 정부가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 않은가.
송상훈
: “물론이다. 유동성의 쏠림으로 엔고 현상이 나타났고, 일본 경제는 벼랑으로 몰리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더구나 지금의 엔화 약세는 미국 정부의 용인 하에 진행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그럼 엔화보다 달러화 강세현상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송상훈: “엔화든 원화든 결국 달러화의 향방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 어찌됐든 국내증시는 피해를 볼 수있다.
조윤남: “엔화 약세로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 올 1월과 같은 급격한 엔저는 국내 수출산업의 경쟁력과 투자심리를 떨어뜨릴 수 있다.”

임진규 IBK 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일본 증시는 강한 경기부양 의지로 엔화 약세의 수혜를 보는 반면 한국 증시는 피해를 볼 것이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 “일본이 양적완화 정책을 선언한 이후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국내 대부분의 수출기업은 타격을 입을 것이다.”

양기인: “조금 반대 의견이다. 원화절상이 수출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내 자동차•IT의 대표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과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다. 원화절상 속도가 더욱 빨라지지 않는다면 개별 종목이 받을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사적으로 원화강세 국면에서 주식시장이 추세적인 약세를 보인적은 없다. 일본의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은 예상했던 결과인 만큼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원화강세의 속도조절은 필요하다.”

✚ 엔화약세조정, 원•달러 환율 상승 등 변동성이 먼저 해소돼야 한다는 얘기로 들린다.
송상훈 : “엔화 약세를 우리 정부와 기업의 저지하긴 어려울 것이다. 외환시장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은 변동성이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면 원화약세이던 강세이던 상관없이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백관종: “지금은 국제통화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어렵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매우 높은 실업률과 피폐해진 국민경제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어떤 나라도 국제통화의 불안정성 해소를 위해 나서거나 양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제통화의 불안정성 해소 어려워

✚ 이런 측면에서 엔화약세가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일 수도 있겠다.
송상훈: “그렇다. 엔화뿐만 아니라 원화의 변동성이 높지 않은 것은 긍정적이다.”

✚ 2분기 국내증시 흐름을 예상한다면.
송상훈: “2분기 코스피 증시는 1850~ 2050포인트에서 움직일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1분기까지 어닝쇼크(기업실적이 예상치보다 낮은 경우)가 지속된 만큼 증시 상승의 시그널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거시경제의 흐름을 봤을 때 올 하반기에 증시가 상승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저점 인식이 강화되는 것도 2분기 주식시장이 될 것이다.”

백관종: “2분기 국내증시는 1900포인트 초반을 바닥으로 제한적 반등과 하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1900포인트 초반을 바닥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엔저와 대북 리스크 등 많은 악재가 이미 반영됐기 때문이다. 1분기 실적부진도 예상실적 하향 조정으로 반영됐다. 또한 코스피가 주가수익비율(PER)이 1배 수준으로 2009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시의 바닥에 접근했다. 1900포인트 초반에서는 연기금과 같은 기관매수세가 유입돼 더 이상의 하락을 막을 것이다. 하지만 지수가 큰폭으로 반등하기에는 모멘텀 요인이 조금 부족하다.”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ksg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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