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글로벌의 ‘안식시스템’

여기 안식휴가를 주는 회사가 있다. 건설사업관리 전문업체 ‘한미글로벌’이다. 10년 일하면 2개월의 휴가를 준다. 취지는 별다른 게 아니다.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있어야, 구성원이 즐겁고, 회사는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가화만사성’ 경영학이다.

 
“22년 직장생활 처음으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12일간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집에 돌아온 후 2주간 아내와 시간을 보냈다. 내가 출근 후 아내가 어떤 시간을 보낼지 궁금했는데, 함께 있어 보니 매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2개월간 휴가를 다녀온 최상민 한미글로벌 부장의 여행기다. 그가 이 여행 얘기를 하면 다들 이런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정말 회사에서 두달간 휴가를 보내 준 거냐. 거기다 유급이라고?” 조금은 낯설지만 사실이다.

“직장인은 집안이 편안해야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건설사업관리(Construction Manage ment CM) 전문회사 ‘한미글로벌’이 강조하는 ‘가족친화경영’이다. 구성원과 그 가족이 즐거워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제도가 최 부장이 다녀온 ‘안식휴가’다. 현재 한미글로벌은 임원은 5년에 2개월, 직원은 10년에 2개월 안식휴가를 주고 있다. 물론 월급은 휴가기간에도 꼬박꼬박 나온다.

한미글로벌의 안식휴가제도는 2006년 시작됐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 직접 만들었다. 2006년 김 회장은 현재까지의 직장생활을 회고하고, 앞으로 생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길 원했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했다.

▲ 안식휴가를 받은 한미글로벌 직원이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
김 회장은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쉬려고 했지만 다른 구성원들도 똑같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회사 구성원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고 말했다. 안식휴가의 첫 스타트는 김 회장이 끊었다. 그는 2006년 2개월간의 안식휴가를 다녀왔다. 이후 안식휴가제도는 한미글로벌만의 제도로 자리 잡았다. 현재까지 90명이 안식휴가를 다녀왔고, 올해에는 62명이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

직원 가족의 행복 = 기업 경쟁력

한미글로벌 관계자는 “장기간의 안식휴가는 일과 삶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동시에 가족과 일의 소중함을 새롭게 느끼게 해준다”며 “휴식을 통해 새로운 삶을 경험한 구성원들이 업무에 복귀한 후 이전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 역시 현재 한미글로벌의 성장 요인 중 하나로 종업원 위주의 경영정책을 꼽았다. “구성원(내부고객)을 만족시켜 그들이 외부로 나가 성과를 내고, 외부고객이 만족해 다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선순환구조 구축이 한미글로벌의 성공 요인이다.”

‘자기개발의 날’도 가족친화경영의 일환이다. 한미글로벌은 매주 목요일 5시에 퇴근해 구성원 각각이 자유롭게 교양강좌 또는 동호회 모임을 가질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 된다. 구성원 1인당 연간 50만원가량이 지원된다.

정익교 한미글로벌 부장은 “아내와 아이들을 회사 근처로 불러 함께 영화를 보곤 했다”며 “현재는 집 근처에 텃밭을 만들어서 가족과 채소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구성원은 물론 구성원의 가족을 배려하는 ‘가족친화경영’이 오늘날 기업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 @brave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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