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기억’이 야기하는 비극적 사건의 보고서와 같다. 기억이란 컴퓨터 정보처리(information processing) 과정과 동일하다. 하나의 사건은 기억할 만한 일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분류’되고 ‘저장’된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저장된 기억들이 ‘소환’되고 다시 ‘재생’된다.우리가 경험한 일들이 모두 저장되지는 않는다. 불필요한 정보라고 판단하면 저장되지 않는다. 저장돼도 엉뚱한 파일에 저장시켜 놓으면 필요할 때 찾을 수도 없다. 동일한 정보를 접해도 모두의 ‘기억’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질문’은 중요하다. 질문은 모든 문제 해결의 금과옥조金科玉條인 ‘진단과 처방’에서 ‘진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왜’ 아픈지를 알아야 비로소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진단이 잘못되면 당연히 잘못된 처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자기를 15년간 가뒀던 원흉을 만난 주인공이 질문한다. “나를 왜 가뒀느냐?”영화 ‘올드보이’에서 오대수(최민식)는 마침내 눈물겨운 추적극의 결실을 맺는다. 그는 이우진(유지태)의 호화스러운 펜트하우스에서 자신을 15년간 감옥에 가뒀던 원흉을 마주한다. “나를 왜 가뒀느냐?” 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분명 스릴러 같기는 한데 범죄 스릴러물은 아니다. 영화의 전개를 둘러싼 ‘사건’이 범죄인 것 같으면서도 딱히 범죄라고 규정하기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범죄’가 아니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전형적인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 사건에서 비롯되는 비극을 다룬다.오대수(최민식)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조금은 껄렁하지만 그렇다고 학생들을 두들겨 패고 ‘삥’ 뜯는 악마적인 ‘일진’도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일진도 못 된다. ‘오대수’라는 이름에 ‘오늘만 대충 수습한다’는 깊은
‘올드보이’의 주인공은 영문도 모른 채 납치돼 15년간 수감생활을 견뎌낸다. 그는 풀려난 즉시 15년간 품어왔던 ‘왜?’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 행동에 나선다. 수감 생활 동안 매일 꾸역꾸역 먹던 군만두에서 나온 ‘청룡반점’이라는 종이 쪼가리 하나를 단서 삼아 서울 바닥의 온갖 청룡반점을 순회하며 시식한다.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에서 관객들에게 대단히 고통스러운 ‘먹방’을 보여준다. 영문을 알지 못한 채 수감 생활을 끝내고 풀려난 오대수(최민식)는 사설감옥에서 15년간 매일 먹던 군만두에서 나온 ‘청룡반점’이라는 종잇조각을 단서 삼
영화 ‘올드보이’의 시작과 끝에는 “아무리 개만 못한 사람이라도 살 권리는 있지 않느냐”는 대사가 배치된다. 당연한 듯해 보이나 그리 쉬운 질문만은 아니다. 특히나 견유학파犬儒學派 철학자(냉소주의 철학자)들에게는 난해한 질문이다. 견유학파가 보기에 인간은 분명 개만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15년간 사설 감옥에 갇혀 군만두만 강제급식을 당하던 오대수(최민식)는 마침내 15년 만에 ‘의문의 출소’를 한다. 왜 갇혔는지도 모르고 왜 풀려났는지도 모른다. 왜 태어났는지도 알 수 없고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인간의 운명처럼 말이다. 오대
영화 ‘올드보이’에서 15년간 자신이 감금당했던 사설감옥을 찾아간 주인공은 감옥 지배인의 생니 15개를 장도리로 뽑아버리고 좁은 복도에서 조폭들과 조우한다. 마치 장판교長坂橋에서 조조의 대군과 홀로 맞선 장비와 같은 기개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원수’는 끔찍한 악몽이다.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기는 피차일반이다.‘올드보이’에서 가장 끔찍하면서도 인상적인 시퀀스는 뭐니 뭐니 해도 좁은 일자 복도에서 벌이는 주인공과 조폭들의 혈투 장면이다. 자신을 15년간 감금하고 ‘청룡반점’ 군만두만 먹였던 사설감옥을 찾아간 오대수(최민식)는 감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하루아침에 감옥에 갇혀 15년간 지낸 자와 그를 가둔 자의 이야기다. 자신의 죄를 몰랐던 주인공은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과오를 깨닫는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발을 개처럼 핥고 제 손으로 혀를 잘라내는 엽기적 참회를 하고 복수를 끝낸 피해자는 자살한다. 복수는 공멸일 뿐이다.오대수(최민식)를 15년간 군만두만 먹이며 감금한 이우진(유지태)은 둘 사이의 관계를 가해자와 피해자로 설정하지만, 정작 가해자로 지목된 오대수는 자신이 가해자임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니 딱한 일이다. 자신이 저지른 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15년간 영문도 모른 채 사설감옥에 갇힌 자와 그를 가둔 자 사이의 처절한 복수극이다. ‘원인 없는 결과’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모를 뿐이다. 그래서 모두 억울하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15년간 골방에 갇혀 ‘청룡반점’의 군만두만으로 연명할 만한 죄를 떠올릴 수 없는 주인공은 분노와 복수심을 키워간다.주인공 오대수(최민식 분)가 갇힌 독방에는 감옥 생활의 좌우명 같은 그림 한 점이 걸려 있다. 피투성이가 된 일그러진 얼굴로 웃고 있는 기괴한 얼굴 그림이다. 그림에는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