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식시장 발전책에 숨은 플랜

▲ 금융위원회가 발표한‘주식시장 발전방안’이 시장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이 나온다.[사진=뉴시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주식시장 발전방안’의 효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시장이 기대했던 증시 부양책과는 거리가 있어 단기적 주가 상승의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서다. ‘주식시장 발전방안’의 가능성을 살펴봤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수 레벨이나 거래 규모 측면에서 모두 그렇다. 정부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정부는 국내 주식시장이 외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도 정체상태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직ㆍ간접 투자의 위축을 유발하는 요인이 한둘이 아니라고 분석한다. 이런 문제점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저성장ㆍ저금리 등 금융자산 필요성의 증가에도 투자자의 신뢰가 떨어졌다. 선진시장에 비해 거래제도는 경직적이다. 유동성을 확충하기 위한 인프라도 부족하다. 기관 투자자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아 수요기반이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위원회는 11월 28일 ‘주식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10월 중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언급한 이후 2달여 만에 날아온 희소식이다. 정부는 증시 활성화 정책을 크게 4개의 카테고리로 구분해 발표했다. 투자상품의 확대, 기관투자자의 역할 강화, 시장 인프라와 제도의 효율화, 투자자 신뢰 제고정책 등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효과와 영향력에 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이 기대했던 증시 부양책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정책 효과의 영향으로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긴 힘든 정책이라는 것이다.

사실 신제윤 위원장이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을 언급한 이후 금융권 안팎엔 경기부양을 포함한 전방위적인 대책이 나올 거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정부 역시 부동산ㆍ주식시장을 함께 부양해 경제심리 호전, 소비회복, 궁극적으로는 경기부양을 이끌겠다는 인상을 풍겼다. 정부가 ‘수요와 공급을 확대하는 전방위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는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증권업계가 ‘거래세 인하’ 등 파격적인 대책을 기대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세제 혜택 등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사이의 의견이 막판까지 좁혀지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번 정책이 단기적으로 주가를 부양하긴 어렵겠지만 정부의 ‘주식시장 발전방안’이란 타이틀과는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정부가 기관의 수급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가 가칭 ‘연합 연기금 투자풀’ 설치다. 국민연금 같은 대형기금들 외에도 국내에는 중소형 연기금들이 많고 자금 규모도 만만치 않다. 이들 중 상당수가 저수익 안전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다. 금융위는 그 이유를 규모ㆍ운용능력 면에서 위험자산에 투자할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연기금 투자풀을 이용해 사립대학 적립기금, 사내복지기금, 공제회 등 중소형 연기금의 위험자산 투자능력을 키워 이들의 자금력이 주식시장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 기대치 밑돌았지만…

금융위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사립대 기금은 4조7000억원, 사내 복지기금은 6조8000억원, 각종 공제회들은 57조원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소형 연기금의 총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68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수준(약 20%)만큼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해도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연기금이 투자하는 위험자산의 비중을 늘리기 위한 방안도 포함돼 있다. 10%로 제한된 우정사업본부(예금) 자금의 주식 투자 허용 한도를 20%로 상향조정하는 안건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연차 보고서 기준 우정사업본부의 예금 수신 잔고는 61조5000억원에 달한다. 우정사업본부가 추가적으로 주식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의 한도가 현재보다 6조원가량 증가하는 것이다.

주식형 상품의 비중이 4.3%에 불과한 공적 연금의 투자풀에 포함된 투자대상을 다양화해 주식 관련 상품의 비중 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자기자본의 60%까지만 유가증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한한 은행법 시행령을 개정, 100%까지 투자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보험은 건전성 평가에 적용되는 주식 신용 위험계수를 12%에서 8%로 낮췄다. 지난 8월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통해 발표했던 퇴직 연금 상품의 주식 투자 비중 확대 방안도 다시 확인했다. 정부의 정책이 의도한 대로 성공을 거둔다면 국내 기관투자자의 수급상 역할 비중이 강화돼 국내 증시의 안정성이 확보될 것이다. 사실 국내 증시에서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 매매 비중과 보유 비중은 전체의 24%, 17% 수준으로 개인과 외국인을 포함한 주요 주체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 정부가 11월 26일 중소형 연기금 등 기관 투자 확대 방안을 담은‘주식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했다.[사진=뉴시스]
특히 내년만 놓고 보더라도 수급 측면에서 국내 주체의 저항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우선 후강퉁邑港通 제도의 시행으로 글로벌 펀드의 중국 본토 주식 편입 비중이 높아질 공산이 크다. 올해도 같은 이유로 외국계 자금의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물론 후강퉁 이슈가 시장의 흐름 자체를 바꿀 만큼 강력하진 않지만 수급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전후로 외국계 자금의 흐름 변화가 증시의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를 최소한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관들이 시장 주도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기관의 수급 여력 제고 방침은 시기적으로 적절하다. 중장기적 관점에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책 발표를 앞두고 시장 일부에서 세제 혜택 방안을 기대했던 건 분명하다. 하지만 발표된 정책은 이런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 결과, 일시적으로 증시에 기대감의 상실이 반영되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세제와 관련해 큰 변화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충분히 있었기에 정책 실망감에 따른 시장의 충격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이번 정책은 우려보단 중장기적 관점에서 안전판을 확보할 여지가 생겼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더스쿠프]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 byunghyun.cho@yuantakorea.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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