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대부⑦

▲ 영화 후반부에서 마이클은 아버지를 능가하는 마피아 보스로 변모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영화의 대단원에 이르러 마이클은 도전받는 ‘패밀리’의 수성을 위해, 그리고 패밀리에서 자신의 통치권을 확보하기 위해 아버지를 능가하는 대학살에 나선다. 영화 전편에 걸쳐 23명이 다양한 형태로 피살되는데, 그중 11명은 마이클의 손에 죽는다. 조직을 배반하고 마이클의 형 소니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매부 카를로(Carlo)도 포함된다. 카를로의 죽음은 조직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마이클에게 어떠한 윤리나 상식의 금기도 무의미하게 됐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은 무척 인상적이다. 뚱보 클레멘자가 카를로를 죽임으로써 마이클의 학살극도 마무리된다. 마이클은 아버지의 시대를 청산하고 자신의 새시대를 열기 위해 뉴욕에서 네바다로 천도를 준비한다. 천도준비로 어수선한 콜레오네 저택에 남편 카를로의 죽음을 알게 된 마이클의 누나 카니가 달려든다. 마이클을 향해 “피도 눈물도 없는 개자식”이라고 울부짖는다. 마이클의 경호원이 카니를 끌고 나간다. 전후사정을 눈치챈 케이가 마이클에게 매부를 살해한 것이 사실이냐고 묻는다.

케이의 눈빛은 간절하게 마이클이 진실이 아닌 거짓을 말해주기를 원한다. 마이클은 케이에게 매부를 살해한 게 아니라고 거짓말을 한다. 케이 역시 그것이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속아준다. 진실을 아는 것이 너무 끔찍해서다. 케이가 서재에서 나가자 클레멘자가 들어와 마이클의 손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마이클의 호칭을 ‘마이클’에서 ‘돈 콜레오네(Don Corlenone)’로 바꿔 부른다. 대를 이은 충성을 다짐하는 것이다. 로코(Rocco)가 그 뒤를 이어 같은 방식으로 충성서약을 한다.

▲ 영화 후반부에서 마이클은 아버지를 능가하는 마피아 보스로 변모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돈’이라는 마피아의 호칭은 우리 조폭세계의 형님쯤에 해당하는 모양이다. 아마도 그들이 가장 경의를 표한 부분은 조직을 위해서라면 매부까지도 죽이는 마이클의 철저한 ‘악마성’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서재 밖에서 이들을 망연히 지켜보던 케이. 마이클의 심복 네리(Neri)가 천천히 서재 문을 닫는다. 그리고 비웃는 듯한 미소를 케이에게 보낸다. 그 미소는 “마이클은 너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다”고 말하는 것 같다. 문이 닫히고 영화는 끝난다.

마이클은 아버지의 ‘범죄조직’을 혐오하면서도 자신은 아버지의 범죄조직을 완전히 합법적인 조직으로 완전히 뜯어고치겠다고 케이에게 약속했다. 마찬가지로 정치인들도 마이클처럼 ‘누구를 도와줄 수밖에 없어서’ 혹은 ‘이것이 결국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기 때문에’라는 명분으로 ‘나만은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며 정치에 입문한다. 그리고 대부분 마이클처럼 변한다. 때만 되면 정치신인들이 나와 개혁을 얘기한다. 마이클이 마피아를 개혁하려 한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듯, 정치신인들의 개혁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마이클이 개혁은커녕 가장 극악한 마피아 보스가 되듯 정치신인들이 ‘구악’을 뺨치는 ‘신악’으로 진화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바란다면 개혁의 초심을 잃지 않고 그들이 가진 값진 전문성을 살렸으면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자기분야를 지키는 것이 오히려 모두에게 바람직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값진 전문성이 정치판에서 일회용으로 덧없이 쓰이는 것은 모두에게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다. 
김상회 육영교육문화 연구원장 sahngwhe@kopo.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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