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

강호찬(44) 넥센타이어 사장이 최근 국내외에서 또다시 새로운 마케팅 승부수를 던져 눈길을 끈다. 국내에서는 지난 4일 신개념의 ‘타이어 렌탈 서비스’를 전격 시행하고 나섰다. 또 지난 8월 6일엔 잉글랜드 프로축구 구단 맨시티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각각 타이어 국내 점유율 확대와 유럽 진출 교두보 확보가 목적이다. 젊은 오너 2세 경영자인 그의 광폭 마케팅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 넥센타이어가 맨체스터 시티 FC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강호찬(오른쪽) 사장, 페란 노리아노 맨시티 CEO.[사진=뉴시스]
“타이어를 바꿀 때가 됐는데도 목돈 부담 때문에 미루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강호찬 사장은 이번에 전혀 새로운 마케팅 방식인 ‘타이어 렌탈 서비스’를 들고 나온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넥스트 레벨’이라고 이름 붙인 이 서비스는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처음이란 게 넥센 측 주장이다. 부담 없는 렌탈비에다 각종 정비 서비스까지 더해 자동차 이용자들을 솔깃하게 만들고 있다. 소비자 목돈 부담을 줄여주면서 타이어 단순 판매에서 한발 더 나아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골자다.

대표적으로 36개월 기준 타이어 4개의 월평균 렌탈비는 소형차용(엔프리즈AH5)이 6300원, 준중형 세단용(CP672)은 1만800원이다. 렌탈 기간이 끝나면 추가 부담 없이 해당 타이어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일반 렌터카와 달리 타이어 소유권이 렌탈 이용자에게 있다는 점도 특징. 엔진오일 3회 교환, 타이어 위치 교환 기회도 무료로 주어진다. 차량 수리 시 정비공임을 30%까지 깎아주고 지정 카드로 결제하면 요금 할인 혜택도 있다.

사실 자동차를 쓰는 입장에선 타이어 교체 비용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 최근 몇년 새 타이어 값이 너무 올랐다는 게 차량 운전자들의 대체적인 느낌이다. 툭하면 수십만원이 들다 보니 교체를 미루고 마냥 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강 사장이 이번 서비스를 통해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비싸고 무거운 공산품 타이어를 일반 소비재처럼 대중들 곁에 갖다 놓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서비스 성공 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일단 시도 자체는 새롭고 평가할 만하다는 반응이다.

물론 강 사장의 이번 시도는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내수 점유율을 더 높여보자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국내 교체용(RE·Replacement Equipment) 타이어 시장을 겨냥한 거다. 교체용 시장이 자동차 메이커의 신차용(OE·Original Equip ment) 수요보다 2배 이상 크다 보니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넥센타이어가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밝힌 2014년 자사 내수 점유율(추정)은 25.9%였다. 2000년 우성타이어란 사명을 넥센타이어로 바꿀 당시 내수 점유율은 8%대였다. 14여년 만에 점유율이 3배 이상으로 높아졌으니 괄목할 만하다.

 
사실 그동안 국내 타이어 시장은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2강 체제였다. 3위 넥센타이어가 열심히 2위 금호타이어를 추격하는 구도였다. 이들 세 업체가 국내 타이어 시장의 약 7~8할을 과점하고 나머지를 수입산 등이 차지하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2010년 강 사장이 프로야구 구단 ‘넥센 히어로즈’의 메인스폰서를 맡는 승부수를 띄운 이래 변화가 생겨났다. 6년째 이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넥센’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올렸고 그것이 실적으로도 연결됐다.

물론 가격 대비 높은 제품경쟁력, 창녕 신공장 가동 효과, 좋은 노사관계 등이 뒷받침이 됐다. 업계는 금호타이어가 지난 5년간 워크아웃(기업 구조개선)에 들어갔던 점도 넥센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주었다고 본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금호는 최근에도 노조의 전면 파업에 사측이 직장폐쇄로 맞서 불안한 느낌을 던져 주었다. 상대적으로 넥센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3사’의 하나로 불리기에 손색없을 정도로 자랐다.

타이어 소유권, 렌탈 이용자에게 있어          

올 상반기 실적이 그런 사정을 대변해 준다. 한국타이어(글로벌 7위)는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6.9% 줄어든 3조1063억원, 영업이익은 21.0% 감소한 4041억원에 머물렀다. 금호타이어(글로벌 13위) 역시 매출이 1조5388억원으로 12.3% 작아졌고, 영업이익은 992억원으로 50%나 급감했다. 이에 비해 넥센타이어(글로벌 22위)는 매출이 9110억원으로 2.8%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069억원으로 4.3% 늘어 선방했다(그래픽 참조). 타이어 3사 중 가장 최신 시설인 창녕공장(2012년 가동)의 고품질 및 전반적인 가격경쟁력 덕분에 수익성 확보가 가능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물론 ‘저가 이미지’와 아직도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외 브랜드 인지도는 큰 숙제다.

그동안 강 사장은 미국·유럽 등 해외 신차용(OE) 타이어 공급을 늘리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해 왔다. 최근 2~3년 새 피아트·폴크스바겐·크라이슬러 등 미국·유럽 주요 자동차 업체로부터 잇달아 신차용 타이어를 수주한 바 있다. 특히 세계 최대 타이어 시장의 하나인 유럽 교두보 확보에 열심이었다. 유럽 타이어 시장은 미국과 달리 합리적인 가격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구석이 있기 때문. 아직도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가 구매를 많이 좌우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유럽 스포츠 마케팅에 공을 들여왔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등 유럽 프로축구 빅리그 구장에서 광고를 해왔다. 가장 최근인 지난 8월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구단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공식 파트너십 계약도 체결했다. 국내 넥센 히어로즈의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에 승부를 건 셈이다.

그는 지난 8월 6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맨시티와 파트너 조인식을 가진 뒤 “유럽 마케팅에서 축구라는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넥센 히어로즈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사장은 “우리로선 굉장히 큰 투자(인 셈)”라며 “회사 도약에 매우 중요한 유럽 공략을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맨시티가 꾸준한 투자를 받는 가운데 최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게 넥센타이어 이미지와 비슷하다”면서 “경기가 호전되면 이번 투자가 빛을 발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스포츠 마케팅과 더불어 유럽 교두보 확보에 필요한 체코 제4공장(연산 1200만개 규모) 건설에도 나선다. 올 10월부터 1조2000억원 상당을 들여 공장을 짓고 2018년엔 ‘글로벌 톱10’에 진입한다는 청사진이다. 넥센타이어는 중국·동남아·미주·유럽 등 120여개국에 250여개의 딜러를 둘 정도로 이미 글로벌화돼 있다. 2012년에 수출 7억불탑을 받은 바 있다.

강 사장은 넥센타이어 창업자이자 아버지인 강병중(76) 대표이사 회장 밑에서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2001년 입사 이래 재무, 경영기획 및 전략, 영업 부문에서 두루 경험을 쌓아 ‘잘 준비된 오너 2인자’란 평을 듣고 있다. 특히 젊은 감각을 바탕으로 영업과 브랜드 관리 면에서 성과를 많이 보여 신임을 얻었다. 부친 강회장과 2010년 영입한 이현봉(66) 대표이사 부회장(삼성전자 서남아총괄 사장 출신)과 경영 전반을 조율하고 있다.

재계는 넥센타이어가 오너 부자와 전문경영인이 비교적 조화롭게 경영을 하며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강 사장은 2001년부터 8년간의 경영수업을 거쳐 2009년 초 사장자리에 올랐다. 최근엔 영업에 주력해 해외영업 현장을 누비거나 국내 거래선 확보에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젊음의 패기로 타이어 ‘글로벌 톱10’에 도전 중인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i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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