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주거대책 왜 실패했나

▲ 정부의 주택정책은 공급자를 위한 거였지 세입자를 위한 게 아니었다.[사진=뉴시스]
“주거안정은 서민생활 안정의 기본 토대이자 국민행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제는 주택정책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주택정책 공약이다. 하지만 전섹값이 계속 오름으로써 서민 주거안정은 요원하게 됐다. 왜 이렇게 됐을까.

서민 주거안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과거 주택정책의 핵심은 공급자ㆍ매매 중심이었다. 주택이 모자라면 매매물량을 늘리기만 하면 됐다. 매매 수요가 늘면 전세 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집을 사면 재산이 불어난다’는 부동산 불패신화 덕분에 이 정책은 늘 통했다.

지금은 다르다. 집의 가치가 ‘사는 것(buying)’에서 ‘살 곳(living)’으로 바뀌고 있다. 김학렬 한국갤럽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은 “많은 이가 돈을 모으면 차부터 사거나 해외여행을 간다”며 “집이 지상 최대의 가치이던 시대는 지났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이들도 줄고 있다. 예전처럼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지도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공급자ㆍ매매중심’의 주택정책은 시장에서 통할 가능성이 희박할 수밖에 없었다.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기 위해 집값을 떠받치는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공급자가 더 많은 민간임대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한다며 기업형 임대업자까지 끌어들인 것이나 주택담보대출 요건을 낮춘 대책도 효과적이지 않았다. 새 시대에 옛 패러다임이 먹힐 리가 없었다는 얘기다.

 
정재호 목원대(금융보험부동산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여력이 안 돼 집을 못 사는 사람은 물론 여력이 있는 사람들도 더 이상 과거처럼 주택가격이 안 오른다고 생각해 집을 사지 않았다. 저금리는 전세의 월세 전환을 부추겼다. 전세 수요가 많아지면 당연히 그 수요에 맞는 정책을 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집값을 더 낮추거나 공공임대를 늘리지 않고, 집값이 오르면 사람들이 집을 살 거라 생각해 대출을 부추기며 분양공급을 늘렸다. 결국은 또 공급정책인 셈이다.”

최근 주택거래량이 늘어난 것을 ‘매매활성화’로 봐선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명래 단국대(도시지역계획학) 교수는 “지난 30년간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30% 늘어날 동안 주택소유율은 고작 4%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이는 지방 사람들이 주택을 샀거나 서울에서도 집이 있는 사람들이 샀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매매활성화 정책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오히려 정부가 손을 안 대고 놔뒀으면 현재 계약된 분양 물량들이 2~3년 후에 풀리면서 지금보다는 더 유연한 상황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내놓는 대책마다 줄줄이 실패한 정부 당국자가 들어야 할 말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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